한국 사회가 매년 마주하는 정신 건강 통계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돌봄 체계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OECD 국가 중 최악의 지표가 반복되는 현실은 구조적 실패를 명확히 보여준다.정신 건강 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 지표는 퇴원 후 극단적 선택률이다. 최근 OECD 분석에서 한국은 정신과적 장애로 입원했던 환자 1,000명 중 퇴원 후 1년 내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이 6.9명으로, 비교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영국의 1.4명과 비교하면 차이는 크고, 이 수치는 최근 10년(2013~2023
올해 10월 29일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과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제8차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긴 기다림을 견디며 첫 관문을 넘었는데 문제는 또 시간이다. 임상적 유용성은 암질심에서, 비용·경제성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본다.첫 번째 공은 약평위로 넘어갔다. 이후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이 있다. 두 번째 문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통상적인 항암제 급여
최근 국회에서 열린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 도입 정책토론회'로 성분명 처방이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대한약사회는 토론회를 통해 환자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화, 제약산업의 구조개선을 위해 품절약부터 단계적으로 성분명 처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같은 날 국회 정문 앞에서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인 시위에 나서며 "성분명 처방은 의약분업 파기"라고 외치며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닌 '유효성분명'으로 처방전을 작성하고, 약사는 그 성분을 포함한 동일 제제를 선택·조
생명 나눔의 숭고한 뜻이 시장의 욕망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치료와 재건을 위해 기증된 인체조직이 어느새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 원료로 바뀌며, 기증자의 선의가 영리 목적에 침탈당하는 도덕적 혼란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법은 여전히 추상적 윤리 문구에 머물고 있고, 보건복지부의 간접 규제는 실효성 없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최근 일부 병원에서 1회 66만 원이 넘는 ‘인체유래성분’ 스킨부스터 시술이 등장했다. 사용된 원료는 다름 아닌 기증된 시신(카데바)의 피부조직이었다. 인체조직 기증은 본래 화상이나 뼈암 등 중증 환자
신약 개발의 길은 언제나 길고 험난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동물 실험에서 안전하다고 판단된 약물의 90% 이상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실패한다는 점이다. 이는 동물 실험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그 결과가 인간의 몸속 복잡한 생리 반응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결국 지금의 방식으로는 인간에게 일어날 실제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제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신약 개발의 방향이 ‘정확한 인간 예측’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신 시술의 법적 지형이 30년 만에 요동치고 있다. 더 이상 문신은 ‘혐오’의 표식이 아니다. 개성과 미적 감각을 표현하는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고, 반영구화장을 포함해 국민 10명 중 4명은 이미 경험했다.그러나 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비의료인의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인식은 변했지만 제도는 제자리에 멈춰 있다. 이런 괴리 속에서 문신 관련 형사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며, 사법부가 새로운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14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중약가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혜국 대우 약가 정책(Most-Favored Nation, MFN)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항암·희귀질환 신약 도입이 지연될 것 아니냐는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정 장관은 "MFN 정책으로 신약 도입이 지연되거나 시장에서 철수하는 위험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약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이를 참고해 활용하는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자본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핵심은 자사주 활용과 의결권 제도 개편,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으로, 특히 초기 기술 중심의 바이오기업에게는 기업가치 제고의 새로운 무대가 열린 셈이다. 기술력 하나로 코스닥 문을 두드린 바이오기업들이야말로, 제도 변화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그 기회를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기업 스스로의 전략에 달려 있다.자사주 활용 유연화, 바이오기업의 ‘전략 자산’ 될 수 있다이번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의결권 제한이 일부 완화되고, 합병·영업양수도 목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자꾸 깜빡깜빡하는데…치매는 약도 없다면서요. 혹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나 약 좀 추천해 줄 수 있을까요? 제약바이오 전문 언론에 근무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연세가 있는 친지나 어른들이 주로 물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동창이나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종류의 질문을 받곤 한다.그럴 때마다 기자의 머릿속에는 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떠올랐다. 무조건 콜린 제제를 추천하진 않지만 적어도 '한 번쯤 고려할 수 있는 옵션'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비교적 안전하고 부담
요즘 약대생들이 대학원에 아예 오질 않아요. 작년에는 지원자가 없었던 것 같고, 생각해보니 재작년에도 없었네요. 올해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글쎄요. 그닥 긍정적이진 않네요. 얼마 전 국내 모 약학대학 교수와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약학대학이 통합 6년제로 전환된 이후 약대 대학원 진학률이 다소 떨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2년 연속 지원자가 '제로'라는 사실은 적잖은 충격이었다.특히 이러한 말을 한 교수가 속해 있는 약학대학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곳 중 하나였던 까닭에 놀라움은 더욱 클 수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