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

TV를 보다 명태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앞으로 일 년간 시장에서 자연산 명태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내용이다.몇 년 전부터 명태의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놀랍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걸 감출 수 없다.명태야 말로 수십년간 다양한 조리법으로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준 국민생선이기 때문이다.


명태는 다양한 조리법만큼이나 식탁에 오르기 전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이름으로 불린다.생태는 얼리지 않은 명태로 주로 찌개,탕을 해서 먹고, 얼린 명태인 동태는 따로 발라낸 살로 전을 부치거나 찌개로 끓여 먹는다.

또한 말린 정도에 따라 바싹 말리면 북어가 되는데 과음한 날 쓰린 속을 달래 주는 것으로는 북엇국이 제격이다.덕장에서 햇볕과 찬 바람으로 자연 건조되어 누런 빛을 띠면 황태라고하는데 영양이 가득해 산모들에게 황태미역국을 권하기도 했다.그것보다 더 바싹 말리면 최근 맥주안주로 각광받는 먹태가 된다.먹태가 인기를 끌기 전 땅콩과 함께 마른 안주계의 스테디 셀러였던 노가리는 어린 명태를 일컫는다.


명태는 잡힌 지역이나 시기에 따른 별칭도 있다.강원도 연안에서 잡힌 강태(江太), 강원도 간성군 연안에서 잡힌 간태(桿太), 함경도 연안에서 잡힌 작은 놈은 왜태(倭太), 함경남도에서 봄철의 어기 막바지에 잡힌 막물태, 정월에 잡힌 놈은 일태(一太) (2월에 잡힌 놈은 이태, 삼태, 사태, 오태 등), 동지 전후로 잡힌 명태는 동지받이, 그리고 음력 시월 보름께 함경도에서 은어라고도 부르는 도루묵 떼가 연안으로 회유해 올 때 반드시 명태 떼가 따라오는데 이때 잡힌 명태는 은어받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생선 중 하나인 명태는 우리네 생활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굿판과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명태는 예로부터 값싸고 맛있는 물고기였기에 가난한 집에서도 제사상에 단골로 올렸다.또한 악한 기운을 막는 벽사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으며,대문 문설주 위에 복을 달라고 매달아 놓거나 새 차를 사면 통북어를 매달고 무사안전을 기원하기도 했다.


명태이름에 대한 유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조선 말기 문신 이유원이 공직생활을 기록한 “임하필기(林下筆記)”에 따르면 당시 함경도 도지사가 맛있게 먹은 생선이 있어 관리에게 생선이름을 물었다.그러나 관리자도 그 생선 이름을 모르는 탓에 “명천(明川) 사는 태(太) 씨 성 가진 어부가 올린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그러자 도지사가 “그럼 앞으로 명태(明太)로 부르자”고 했다는것이 첫 번째 가설이다.

다른 유래로는 함경도 오지 삼수갑산의 농민들 중에 영양부족으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많았는데,바닷가에 나와 명태 간을 먹고는 거짓말같이 눈이 밝아 졌다고 해 밝을 명(明)자를 붙여 명태가 되었다는 가설이다.어떤 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두 이야기 모두 서민의 일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국민 생선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명태는 서민들의 일상을 묘사한 노랫말에서도 등장한다.매혹적인 저음의 바리톤 성악가 오현명이 부른 노래 “명태”가 그것이다.

감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컸을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지프트(원시에는 이짚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원시에는 소주)를 마실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원시에는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 명태라고

헛 이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1951년에 만들어진 이 곡은 6.25전쟁중에 종군기자로 복무하고 있던 시인 양명문이 쓴 시에 국군 정훈국 소속이던 작곡가 변훈이 곡을 붙였다. 1952년 부산에서의 초연 당시 오현명이 부른 ‘명태’는 객석에서 조롱기 섞인 웃음소리를 듣고“이것도 노래냐” 라는 음악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적인 해학과 재치있는 가사덕에지금은국민생선의 이름에 걸맞는국민가곡이 되었다.


‘명태’ 가사를 음미하다 보니,나도 시인처럼 쪽쪽 찢은 먹태살에 맥주 한 잔을 들이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진다.건배사는,명태를 위하여,명태의 무사 귀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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