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교수(충남대학교 의과대학)

학문적 정의에 의하면, 흔히 스트레스(stress)라 부르는 ‘외부로부터의 압력’은 정확히 표현하여 ‘스트레스 요인(stressor)’이며,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반응’을 ‘스트레스(stress)’ 라고 지칭한다.

스트레스는 부정적 사건 및 긍정적 사건에 의해 다 야기될 수 있으며 정신사회적 요인, 환경적 요인, 자기지각 및 자아개념, 인격의 유형 등이 구체적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계별 스트레스 반응

인체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단계별 반응 양상을 보이는데, 1단계는 경보 반응, 2단계는 저항 단계, 3단계는 허탈(탈진) 단계로 구분되며, 1단계인 경보반응(alarm reaction) 단계에서는 부신수질에서 adrenaline이 분비됨으로써 다양한 교감신경계 효과가 유발되는 단계로 신체가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됐을 때 나타내는 초기 반응이다.

혈압, 심박동수, 심수축력이 증가하고, 활동하고 있는 근육으로의 혈류 유입 증대, 신장이나 위장관과 같은 신속한 활동이 필요치 않은 장기로의 혈류 유입 감소, 동공 확대, 기관지 확장, 근육강도 증가, 간으로부터 포도당 유리, 정신 작용 및 대사율 증대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저항 단계(stage of resistance)는 인체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적응하기 위해 저항력을 높이는 단계로 1단계에서 보이는 신체적

변화들은 사라지고 저항력이 정상 이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뇌하수체 전엽에서 ACTH 유리, 부신피질에서 cortisol 과다분비, 부신피질 비대, 흉선 및 기타 림프기관 퇴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마지막 단계인 탈진 단계(stage of exhaustion)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적응력이 소진돼 1단계의 경보반응 징후들이 다시 출현하나 이전 상태로 회복되지 못하고, 심하면 사망하는 단계이다.

이를 종합하면, ‘스트레스’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신체가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 카테콜아민 및 cortisol을 과다 분비해 고혈압, 심근병증, 관절염 등을 유발하는 생체 현상, 다시 말해 신체가 그 자체의 과도한 방어수단에 의해 스스로 손상을 입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질환

이러한 스트레스가 관여하는 질병의 종류로는 심혈관 질환(관상동맥 질환, 중풍), 긴장성 두통, 구강 질환, 전신 통증, 암, 우울증, 감기, 당뇨병, 결핵 및 알러지(천식, 건초열, 두드러기), 사마귀, 피부 발진, 류마티스성 관절염, 단순 포진(Herpes simplex), 월경전 긴장 증후군, 탈모, 비듬, 고혈압, 위 및 십이지장궤양, 통풍 등 광범위한 질환군이 있다.

인체는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되면 인지적 평가를 거쳐 대응을 하는데, 심리적 반응 후에 생리적 반응을 나타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암, 기관지 천식,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는 우울과 분노 표현장애가 질병의 발생과 관련된 중요한 정신사회적 인자이며, 암 환자는 감정을 억제하는 경향이 강하며, 분노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암의 발병 전에 우울, 절망감을 경험한 경우가 많고, 정상 대조군보다 아동기에 부모와 헤어진 경험(사별, 부모의 이혼 등으로)이 더 많은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이혼 및 별거, 고독,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족 등은 면역기능을 저하(natural killer cell의 기능 저하, mitogen에 의한 임파구 증식반응 감퇴)시켜서, 신체적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한편, 지속되는 스트레스 요인의 정신적 영향으로는 자발성, 창조성 소실을 동반하는 정신적 피로, 망각과 의사결정 곤란을 포함한 혼돈, 공황감을 동반한 우울증, 긴장, 좌절감, 예민함, 분노, 우울 및 자긍심 저하, 권태감 및 지적 능력 저하 등이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우물쭈물함, 중요한 업무상의 결정 및 그에 대한 책임 회피, 타인에 대한 관심 결여로 인한 교제의 단절, 타인의 의견 청취 불능 등 의사소통 효율성 저하, 타인의 언행에 대한 감정적 과잉 반응 및 사회적 소외감, 고독감으로 인한 격리(은둔), 통제력 상실, 쉽게 흥분함, 공격성을 보임, 도박 등과 같은 위험을 수반하는 행위 증대, 마약 및 향정신성 약물 오남용 증가 등의 결과가 나타난다.

스트레스 대처법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대처) 양상은, 사건 지각 단계, 심리적 방어 단계(억압, 부정 등), 정신생리적 반응 단계(기분 변화, 두통, 고혈압), 반응 감소 단계(대응할 수 있는 방법론 동원), 질병 행동 단계(자신을 환자라고 확신, 의료기관 전전), 질병 평가 단계(의료인에 의한 객관적 평가) 등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있는가? ‘스트레스에의 대처(대응)’, 즉 ‘스트레스 극복’에 있어서는 개인의 대응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부신피질에서 cortisol 분비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사건이나 상황의 의미를 변경시켜 개인의 고통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인지적 대응 행동, 사회적 지지 추구, 긍정적 재평가 등의 능동적 대응전략을 활발히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대처함에 있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단기간 내에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효율적인 대처 방안의 존재’의 근원이 ‘신앙’일지, ‘철학’일지, 혹은 부모나 형제자매, 부부 간, 부모-자식 간의 사랑일지의 문제는 각 개인별로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것이라도 우리에게 하나 이상은 효능을 발휘해 이 복잡한 현대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며, 비록 힘들지만 즐겁게 살아가게 하는 희망의 원천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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