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SK케미칼 고문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심포지움 등을 참석해 보면 내과 쪽의 백신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경험상 십여년전 HPV백신이 나올 때 산부인과 개원가에서 보였던 관심보다 훨씬 높은 듯하다. 1990년대 중반에 국내에 들어온 65세 이상에 접종이 권장된 성인백신인 폐렴구균백신(PPSV : pneumococcal polysaccharide vaccine)은 발매 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매출이 1억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0년 전에 불과한 2007년의 경우, 이미 2003년에 사스(SARS)를 겪으면서 폐렴구균백신 접종이 적극 권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접종률은 3.4%에 불과했다.

정부의 무료접종 시작으로 2014년 이후 50%이상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전체 접종대상자의 65% 정도가 접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플루엔자(독감)백신의 경우도 그렇다. 인플루엔자백신은 원래 노인들이 이 병에 걸리면 합병증인 폐렴 등으로 입원률이나 사망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원래 노인들을 독감으로부터 예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심지어는 아직 소아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다른 나라에서 독감백신이 개발되는 경우, 소아에 대해서는 초기에 임상시험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가이드라인에 보면 노인에 대한 기준만 다르고 소아와 성인이 기준이 같은 것으로 돼 있지만 소아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성인기준을 차용해서 쓰는 것일 뿐이다.

국내 성인백신에 대한 인식

그런데 우리나라 백신의 히스토리를 보면 성인백신이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1980년대초 B형간염백신은 철저히 성인위주로 시작됐다. 신생아접종을 위주로 한 다른 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법이었다. 백신의 국내개발에 관여한 사람이 내과의사였던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B형간염백신이 신생아 때 접종한 것이 성인이 될 때까지 면역원성이 유지되는 것이 확인되면서 한국정부는 B형간염백신의성인접종에 대한 정책을 포기했지만 그 이전에는 항체가 있는 사람과 B형간염보유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접종대상이었다.

대부분 자비접종을 기반으로 한 정부의 캐치업 캠페인(Catchup Campain)이었지만 매우 효과적이었으며 당시의 정확한 자료는 없어도 피부로 느끼기에도 성인에 대한 접종은 대규모로 이루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성인이 접종권장대상에서 빠지면서 성인백신시장은 매우 빠르게 위축돼 갔다. 그 뿐만 아니라 90년대 말부터 형성되기 시작한인플루엔자 백신시장은 공교롭게도 성인보다는 소아를 중심으

로 크게 확대됐다. 성인의 백신시장은 거의 잊혀져버렸다.

학회나 정부정책에서 성인이 접종해야 할 백신으로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백신을 권장했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따라서 접종률은 권장대상기준에 크게 미달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성인예방접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연령대별로 필요한 백신으로 HPV, Td, A형간염, MMR(홍역, 파상풍, 백일해) 등이 포함됐다. 그렇지만 실제 접종으로까지 이어졌는지

는 미지수다.

바우처 제도 실시로 변화된 환경

결국 성인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은 2014년 폐렴백신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이 이루어지고 독감백신을 보건소 뿐 아니라 동네 병의원에서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는 바우처(Voucher)제도가 실시되면서부터이다.

마침 그해에 출시된 대상포진백신은 예상과 달리 초기부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더니 현재 80~90만 도스가 매년 공급이 될 정도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가을 수입에 의존하던 대상포진백신이 국산화돼 허가받았고 2년 내에 글로벌 빅파마가 개발한 또 하나의 대상포진백신이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인구수는 현재 전체인구의 20%정도나 된다. 게다가 전후의 베이비붐세대가 고령화인구집단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매년 그 인구는 적어도 70~80만 명

씩 늘어날 것이다. 이는 새로 태어나는 출생자수에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성인백신 접종의 3가지 화두

최근 성인접종의 화두는 세 가지다. 첫째 3가 플루백신의 4가백신으로의 전환, 둘째 폐렴예방에 기존 폐렴구균백신에 폐렴구균접합백신을 추가하는 방안, 세째 대상포진백신이다.

인플루엔자로 인한 고령인구에서의 폐렴합병증 등으로 인한 입원률이나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고려하면 플루4가나 폐렴구균접합백신이 우선순위가 될지 모르겠지만 체감하기로는 대상포

진이 임팩트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선순위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가히 성인백신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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