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 2025(Grand Generation Conference 2025)' 특별·기조 강연에선 '나이'를 장벽이 아닌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정의했다. 

[팜뉴스=김민건·김응민 기자] 저출산·초고령화 양극화 시대에선 교육과 노동, 은퇴라는 단편적인 생애 주기를 벗어나 모든 연령 세대가 노동과 여가를 함께 공유하는 '연령통합적 사회'가 도래한다. 

연령통합 사회에선 MZ 세대 20대 주니어부터 65세 이상 그랜드 제너레이션(GG세대)으로 불리는 시니어가 교육과 노동, 여가를 병행하게 된다. 경험과 스펙으로 무장한 시니어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왜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역할이 중요할까.

17일 서울 앰배서더 서울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 2025(Grand Generation Conference 2025)' 특별·기조 강연에선 '나이'를 장벽이 아닌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정의했다.

특별 강연을 맡은 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대표와 기조 강연을 한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표를 통해 'GG세대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정순둘 교수(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특별위원회장)는 기조 강연에서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선 다양한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과 유연한 문화를 갖춘 라이프 사이클(생애 주기)을 살게 된다며 연령통합적 고용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양성, 유연성'을 제시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중장년 세대를 고용하는 연령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정책을 만들어야 하며, 기업 내부적으로는 MZ부터 GG세대까지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모든 세대가 '교육-노동-은퇴 병행' 저출산 보완 핵심 '중장년·고령층'

저출산·초고령화 시대에선 더 이상 기존의 청소년 시기 교육받고, 중장년에 노동을 하고, 노년에는 은퇴 후 여가를 즐기는 방식의 단편적 생애 주기가 이뤄지지 않는다. 

청년과 중장년, 노년 모두 연령에 구별 없이 배우고 일하는 생애 주기를 겪게 된다. 정 교수는 "배우고 싶을 때 배우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여가를 보내는 연령 장벽이 없는 시대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2024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한국 사회 노동 공급이 줄면서 GDP가 감소한다고 봤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보완할 핵심 자원으로 중장년과 고령층을 꼽았다. 이들 세대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축적된 경험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한국은 유치원이 폐원하면 '노치원'이 된다. 노령 인구가 생활하는 요양원으로 바뀌면서 우리 사회가 '나이'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난감 회사에선 사용 가능 연령을 7~107세로 바꾸기도 하며, 아동학습지 회사는 시니어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고용 연령 제한이 없는 미국은 50세 전후로 일을 하는 노령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정년 없는 유연한 고용 체계를 통해 중장년 인구의 생산 활동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한국의 정년은 60세인데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가 생산가능 연령을 69세로 높이면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를 대체할 수 있는 과제를 제안했다"며 "올해 정년연장을 하되 단계적으로 올리자는 제안이 나온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 인구의 생산 활동을 위해선 연령 차별과 장벽 등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장년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관점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이들이 가진 경험과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령이 주는 장벽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 존재한다. 최근 생기고 있는 시니어존이나 노키즈존이 대표적이다. 노시니어존은 카페 등 문화 생활 공간에서 60~65세 특정 연령 출입을 금지하는 대표적인 차별 문화이다. 노키즈존도 마찬가지다. 특정 연령 이하는 특정 공간 출입을 금지하는 방법이다.

노시니어존과 노키즈존은 공통적으로 '너무 시끄럽거나' '진상을 피운다'와 같은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진 엄연한 연령 차별이다.

취업에서도 연령 장벽이 있다. 아파트 경비원 공고에선 20~35세로 나이를 제한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연령 차별과 고용촉진법 위반이다. 정 교수는 "노시니어존과 노키즈존, 고용 차별은 여전한 나이로 인한 장벽으로 존재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인식 전환과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지면서 노년기를 100세까지 본다면 75세는 늙은 나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나이가 장벽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이로 볼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과 중년, 고령층이 함께 일자리를 나눠 가지게 될 경우 우려도 있다. 시니어의 주니어 세대 일자리 침해다. 또 현재 한국 사회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가 사회문화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사관리 체계 자체가 경직돼 있다. 

정 교수는 이 부분에서 연령 차별을 허물고 시니어 세대의 고용 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국민 대상 평생 직업 능력 개발 교육과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이다.

정 교수는 "불행히도 우리나라 고령층 교육 상태를 보면 OECD 국가 중 제일 낮다. 연령 차별과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선 평생 전국민 직업 능력을 개발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청년 고용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직무 이해도와 성과 중심 인사,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연공서열 임금 체계를 개선함으로써 연령통합적 임금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 2025(Grand Generation Conference 2025)'
1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 2025(Grand Generation Conference 2025)'

▶MZ-GG세대 간 가치관·소통 방식 다름 인정해야

연령통합적 사회에서 중장년층 생산인구에 대한 정책적 유연성은 기업의 연령 다양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유연한 근무환경은 경쟁력과 연결된다. MZ세대와 시니어 세대 간 가치관과 소통 방식에서 오는 차이로 조직 내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연령통합적 생태계에선 MZ 세대와 어떻게 교류할 것인지, 그 과정이 공정한 것인지가 기업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

정 교수는 과거 MZ 세대는 YOLO(욜로), FLEX(플렉스), Instagramable(인스타그래머블)로 대표됐지만 이제는 가성비와 효율성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직업 선택 시 적성 보단 경제적 안정과 개인적 만족,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MZ 세대가 됐다. 직장 안에서 이런 특성을 가진 MZ와 GG 세대는 서로의 행동 양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이다. 재밌는 것은 MZ 세대 간에도 일과 삶에 대해서 서로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갈등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MZ 세대 안에서 '젊은 꼰대'가 늘어나고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정 교수는 "세대 갈등이 (직장 내에서) 동기 부여를 하락시키는 요인이지만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기업 반응은 거의 없다. MZ 세대는 수평, 쌍방 소통, 투명한 정보 제공, 개인적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4050 세대는 톱다운 의사 소통을 중요하게 보고 조직문화를 강요한다. 대기업이 더 열심히 세대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꿈도 못 꾸는 곳이 많은 것 같다"며 현실을 언급했다.

이에 기업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메신저와 협업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이해증진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 2025(Grand Generation Conference 2025)'
1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 2025(Grand Generation Conference 2025)'

정 교수는 "글로벌 기업은 세대 간 소통 교육을 잘한 경우 상을 받기도 한다. MZ 세대와 GG 세대든 간에 서로를 이해하려고 해야 하며, 무엇보다 조직 내에서 다양성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에이콘(A-CON)이라는 경영 방식을 제시했다.

에이콘은 일반적 경영 방식이 아닌 세대 간 이해와 특성, 리더십을 강조한 MZ 세대 특화형 경영을 말한다. 정 교수는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며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어리석은 질문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책임감을 부여해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문화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교수는 "MZ 세대는 성숙해보이지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호 멘토링 같은 것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 에이콘이다. 국내 기업도 이런 경영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젊은 세대도 시니어를 이해하려는 새로운 방식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연령이라는 의미에서 연령통합적 라이프 사이클에서 기업이 중장년 고용 유연성을 가지도록 제도화 하고, 기업은 다양한 세대가 교류하는 다양성을 가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습하지 않은 서울대생 제일 위험" MZ는 갖추지 못한 업의 본질을 아는 GG 세대

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대표(前 구글코리아 상무)도 이날 'AI 시대, 일과 기회의 재정의: 경륜과 기술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AI 시대를 맞이한 GG 세대가 갖춰야 할 생존 키워드로 민첩성(Agility), 유연성(Flexibility),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제시했다.

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대표(前 구글코리아 상무)

언바운드랩데브는 미국 산타모니카에 기반한 AI 딥테크 투자사다. 처음 만난 투자자의 유튜브 첫 화면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조 대표는 "구글에서 일하면서 제일 집중했었고 흥미로웠던 것이 투자 알고리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오너들은 본인들이 유연하다고 하는데 유튜브 첫 화면을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개인 시청 성향을 기반으로 콘텐츠 비율을 조절하는데, 특정한 주제나 관점에만 치우쳐 있다면 그것이 곧 인지 편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AI는 기업 오너들이 보고 싶은 방향으로만 콘텐츠를 보여준다. 오너는 보고 싶은 것만 반복적으로 보게 되고 이는 사고의 경직성을 뜻한다. 조 대표는 "리더십이나 경영에도 사고의 경직성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선 120세 CEO와 25세 주니어 세대가 협업하는 환경이 올 수도 있고, 반대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기 위해선 유연함이 필수적이다.

특히 조 대표는 '학습하지 않은 서울대생이 제일 위험하다'는 얘기를 꺼냈다. GG 세대가 가지고 있는 경험은 요즘 MZ 세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따라올 수 없다면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업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세대인 만큼 기술에 현혹되지 말고 경청하고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기술 보다 본질을 아는 GG 세대'의 도구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강조하며 배달앱 사진 보정과 3D 프린팅 졸업 앨범 사례를 들었다.

언바운드랩데브가 배민이나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 플랫폼 기업에 투자했을 때다. 기존에는 식당 점주들이 DP용 사진을 저품질로 올리면 회사에서 직접 직원을 파견해 고품질의 사진을 새롭게 촬영했다. 

하지만 AI를 통해 자동으로 저품질의 사진을 고품질로 변환해주는 기술을 발견했고 AI 보정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어도비와 구글에 '콩나물국' 사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둘 중 어떤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보다 나은지 기술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해당 스타트업 대표는 AI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業)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적절한 훈수'를 둘 수 있는 사람"이라며 "유연성을 갖춘 경영자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각 장애인 특수학교인 대구광명학교에서는 졸업생들에게 3D 프린터와 3D 스캐너를 활용해 졸업생 얼굴을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졸업앨범'을 선사했다. 수십 년간 시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쳐 온 그는 졸업생들에게 지난 1년 간의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3D 프린팅 졸업앨범을 제작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것은 해당 학교의 한 교사였다.

이 교사는 3D 프린팅 기술은 몰라도 학생들에게 추억을 어떻게 전해줘야 할까 고민한 끝에 왜 필요한지를 알았던 것이다. 조 대표는 "담임 교사가 3D 프린팅 기술은 몰라도 왜 필요한지 알았다는 점에서 이미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였던 셈이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런 직관은 AI 기술이나 요즘 젊은 세대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위의 숙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GG 세대는 UX 디자이너가 될 줄 아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줄아는 GG 세대의 연륜과 경험이 만났을 때 무엇보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식당에 가면 음식이 맛있는지 맛없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손님의 표정이다. 손님의 표정을 제일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식당 사장이다. 조 대표는 "바로 이 부분이 요즘 세대가 부족한 것이다. GG 세대는 패턴을 읽어낼 수 있다. GG 세대가 통찰력을 가지고 고민한다면 우리나라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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