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진행성 간세포(HCC)암 1차치료를 놓고 면역항암제 기반 병용요법 조합이 격돌한다. 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VEGF 표적치료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과 PD-L1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맙)·CTLA-4 면역항암제 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 간 대결이다.
14일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진행성 간세포암에서 렌비마(렌바티닙), 넥사바(소라페닙)와 비교 평가한 CheckMate 9DW 3상 연구를 통해 장기 생존 혜택을 입증, 올해 4월 미국FDA 승인을 받음으로써 적응증 확대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진행성 간세포암은 간암의 일종으로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예후가 불량한 탓에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2위를 기록한다. 간세포암 5년 상대 생존율은 37.7%로 전체 암 평균 생존률(70%) 절반에 미치지 못 한다. 국소 또는 원격 전이인 경우 췌장암, 담도암 수준으로 예후가 불량해 최악의 생존율로 불린다.
과거 10년 넘게 간세포암 1차치료에 렌비마 또는 넥사바를 표준치료로 사용해왔다. 오랫동안 썼음에도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4~6개월에 그쳐 장기 생존 효과를 기대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2019년에 등장하면서 새 표준치료로 각광받았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은 렌비마, 넥사바 이후 10여년 만에 진행성 간세포암 1차에서 mOS 19.2개월로 유의미한 전체 생존기간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환자의 사망 위험을 30% 이상 감소시키는 획기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지난 2022년 진행성 간세포암 1차치료 건강보험 급여 인정을 받아 치료 접근성까지 확보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넥사바 대비 높은 반응률을 보였고, 이러한 반응 효과를 보인 경우 18개월 이상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시 객관적반응률(ORR)이 30%로 완전반응(CR)을 기록한 환자가 8%나 됐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전략이 렌비마, 넥사바를 사실상 2차치료로 밀어내고 새로운 표준치료가 된 것이다.
지난 2022년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급여가 된 순간부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가장 좋은 치료 옵션이다"며 "병용이 금기시되는 자가면역질환, 이식환자, 출혈성 염려가 큰 환자를 제외하고는 넥사바나 렌비마를 사용할 의사는 얼마 없을 것"이라며 세대교체에 자신감을 보일 정도였다.
특히 티쎈트릭·아바스틴 조합은 렌비마나 넥사바 대비 부작용 우려가 덜한 치료 전략이었기에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대를 모았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환자에서 삶의 질이 떨어지기까지 1년여가 소요됐는데, 넥사바는 3.6개월에 불과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라고 해서 진행성 간세포암의 미충족 수요를 모두 만족할 수는 없었다. 티쎈트릭과 아바스틴은 각각 PD-L1 면역 활성화와 VEGF 신생혈관 억제 기전을 통해 간세포암 사멸 효과를 가진다.
VEGF 표적치료는 기전상 내성 발생 등으로 항암 억제를 길게 유지할 수 없으며, 강한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으로 골수유래 억제세포(MDSC), 조절T세포,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IL-10, TGF-β 등)이 활발한 간세포암 특징상 PD-L1 면역관문억제제로는 장기적인 신체 면역기전 활성화를 유지하기가 부족한 경우가 있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에도 1~2년 밖에 반응을 유지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었고, 특히 기저 간질환 환자(만성 B형, C형 간염 등)는 면역매개 간 독성 등으로 장기적인 생존 효과를 담보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한계점이 지적된다.
PD-L1과 CTLA-4 기전으로 면역항암제 2개를 병용한 옵디보+여보이 조합을 진행성 간세포암 1차치료에서 기대하는 이유가 이 부분에 있다.
옵디보+여보이 조합은 기존 약제 대비 깊은 치료 반응을 이끌며 장기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전에 전신 치료를 받지 않은 절제 불가능 또는 진행성 간세포암인 환자 668명을 대상으로 렌비마, 넥사바와 비교 평가를 진행한 CheckMate 9DW 3상을 보면 업계에서 가지는 기대감의 배경을 알 수 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군(335명)은 초기 최대 4회까지만 옵디보와 여보이를 3주 간격으로 함께 쓰고 이후에는 4주 간격으로 옵디보만 최대 2년간 단독 투여했다. 대조군인 렌비마와 넥사바(333명)는 각각 단독으로 사용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군은 mOS 23.7개월로 렌비마나 넥사바 투여 환자(20.6개월) 보다 생존기간 연장을 확인했으며, 위험비(HR) 0.79로 PD-L1, CTLA-4 면역항암제 병용 효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
이 연구에서 옵디보+여보이 병용은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반응지속기간(DOR) 30.4개월로 장기생존 혜택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초기 6개월 사망 위험(HR 1.65)이 대조군 대비 굉장히 높게 나타난 것이다.
면역항암제에 반응이 있는 환자는 장기 생존 혜택을 보이는 특유의 효과인데, 반대로 말해 치료 초기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군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후 옵디보+여보이 병용군에서 사망위험 HR은 0.61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과 경쟁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