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이하 간암)은 암종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2위를 차지한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간암 신약이 등장하고 치료 기법이 발전하면서 사망자가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오히려 사망자가 증가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일부 원인은 국내 치료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간암 전신 항암치료는 크게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있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에 허가된 약제로 ▲렌비마(렌바티닙)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하 ATE+BEV) ▲넥사바(소라페닙) 등이 있으며, 2차에는 ▲스티바가(레고라페닙) ▲카보메틱스(카보잔티닙) ▲사이람자(라무시루맙) ▲옵디보(니볼루맙) 등을 쓴다.

기존에 처방하던 렌비마, 넥사바 대비 개선된 효과를 입증한 면역항암제 기반 ATE+BEV 병용이 최근 간암 1차 치료에서 많이 쓰인다. 표적+면역항암제 병용이 허가된 이후 치료 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허점이 있다.

ATE+BEV 병용이 새로 1차 치료에 들어오면서 기존 1차 치료제인 렌비마, 넥사바를 2차 치료에 사용하고 싶다는 임상적 수요가 커졌지만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넥사바는 간암 전신 치료에 차수 개념이 없을 때 개발됐고, 렌비마는 임상연구에서 1차 치료를 근거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2차 치료에 제한이 있다.

급여를 받기 위해 렌비마와 넥사바는 3상을 통해 ATE+BEV 병용 이후 2차 치료 효과를 다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우선 차수인 1차 치료에서 효과를 입증한 만큼 막대한 임상 비용이 들어가는 대규모 3상을 다시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2022년 국립암센터-대한간암학회 가이드라인은 ATE+BEV 이후 후속 치료로 렌비마, 넥사바 등 치료를 동등한 수준으로 권고했다. 2차 치료에 사용할 만한 실질적인 치료제가 많지 않고 넥사바 같은 약제가 ATE+BEV 후속 치료에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가이드라인을 인정하면서도 임상적 유용성이 인정된 약제를 간암 2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 교수는 "현실적으로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 기반 ATE+BEV 병용요법을 한 뒤 암이 진행하면 비급여라도 2차 약제로 넥사바 또는 렌비마를 사용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팜뉴스와 인터뷰 중이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팜뉴스와 인터뷰 중이다.

간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팜뉴스는 유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간암 2차 치료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ATE+BEV 병용 이후 질환이 진행한 환자에서 왜 효과적인지,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들었다.

다음은 유 교수와 일문일답.

▶소화기내과에서는 주로 어떤 분야를 진료하나요.

"소화기내과는 주로 간암 환자도 보지만, 이전 단계인 간염, 간경화나 만성 간질환 단계부터 진료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다른 암은 종양내과가 따로 있지만 소화기암 중 특히 간암은 만성 간질환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치료 과정을 돕는 매니저, 감독, 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 같은 개념으로  환자의 여정을 같이 한다고 보고 있다.

간암은 '간'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장기에 암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에 대한 관리와 암에 대한 관리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암은 위 전절제술을 했다고 해도 소화가 잘 안될 뿐이지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간암은 간 이식을 하지 않고 모두 절제하면 생존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장기가 없어지기 때문에 생존이 어렵다. 간의 기능적인 면이 환자 생존을 결정하는 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타공인 간 전문가라고 여겨지는 소화기내과가 간에 발생한 '암'만 보는 것이 아니다. 기초 생리학적인 상황부터 간염, 간경화 등 전 스펙트럼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분들보다 좀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양내과와 협진하기도 하지만 만성 간질환 단계부터 환자를 관리하는 소화기내과가 암으로 진행해도 주로 진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진행성 간암, 특히 1·2차 치료에 많은 약제가 있는데 기존 가이드라인과 국내 허가 지침 간에 차이가 있다. 또 해외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국내 치료 환경도 다르다. 국내 간암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와 치료 환경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간암의 전신 항암 치료제는 크게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존에 넥사바와 렌비마(렌바티닙)라고 하는 두 가지 표적 치료제가 이미 1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었고, 최근에는 넥사바(소라페닙) 대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입증된 티쎈트릭(아테졸릭주맙)과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하 ATE+BEV)이라고 하는 면역항암제 기반 1차 치료가 많이 쓰이고 있다.

ATE+BEV의 등장으로 세 가지 옵션(넥사바, 렌비마, ATE+BEV)이 1차 치료제로 사용 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렌비마가 등장하고 이후 ATE+BEV 병용요법이 나오면서 세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사용한 1차 치료가 실패하면 2차 치료로 넘어갈 때 복잡한 상황이 됐다.

이전에 (간암 1차 치료에) 넥사바만 있을 때는 (치료제 결정이) 오히려 간단했다. 넥사바 이후 병이 진행한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할 것인지 연구를 했고, 이를 통해 효과를 입증한 2차 약제들이 등장했다. 2차 치료제 역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로 구분하며 표적치료제로는 스티바가(레고라페닙), 면역항암제는 옵디보(니볼루맙), 옵디보-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요법 등이 있다. 또 2차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보메틱스(카보잔티닙), 사이람자(라무시루맙),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등 여러 약제가 있다. 

넥사바를 쓰고 질환이 진행하면 2차에서 보험 적용되는 스티바가를 사용했는데 이 때도 병이 진행하면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나 옵디보+여보이를 병용했다."

▶1, 2차 치료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치료 현장에는 어떤 어려움을 주고 있나요.

"1차 치료에서 ATE+BEV 요법이 효과가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환자들이 이 치료법을 썼을 때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대개 60% 정도가 잘 반응하고 40%는 그렇지 않다. 잘 반응한다던 60%도 처음만 그렇다가 몇 달 지나면 다시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2차 치료로 넘어가야 하는데, ATE+BEV 병용은 1차 치료에서 효과가 좋다는 것만 입증돼 있기 때문에 2차 치료에서는 어떤 약을 써야하는지 후속 연구가 없다.

정부는 2차 치료제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 꼭 3상 임상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새로 나온 약제가 이제 막 효과를 입증한 상황이라 후속 약제가 3상을 진행해도 효과를 입증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 기간 환자들은 쓸 약이 없는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진료 현장에서는 고육지책으로 1차 치료제인 렌비마나 넥사바를 2차 약제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넥사바와 렌비마는 가이드라인이 없을 때 나온 치료제(넥사바)와 어느 정도 치료법이 정립된 상태에서 나온 치료제(렌비마)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넥사바는 과거 간암에 치료 차수 개념이 없을 때 최초로 나온 약으로 허가사항에 차수 명시 없이 '간세포암'이라고만 돼 있다. 허가사항에 차수 제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2차 치료에도 쓸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2차 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렌비마는 차수 개념이 정립된 이후에 간암 1차 치료제로 임상에 성공, 허가와 보험 급여를 받았다. 그래서 2차 치료제로 쓰려고 할 때 불법인 상황이었고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최근 2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허가초과 요법으로 비급여로라도 쓸 수 있게 정부가 길을 열어준 것이다.

실제 소규모 환자 대상 후향적 연구를 진행해 데이터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 당국을 설득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처음에는 허가를 광범위하게 받았던 넥사바만 ATE+BEV 후속 2차 치료 약제로 비급여 허용된 것이 최근에 렌비마도 허가 초과로 쓸 수 있게 길이 열리면서 약간 숨통이 트였다."


[렌비마 리얼월드 데이터]

최근 발표된 ATE+BEV 1차 치료 이후 2차 치료를 받은 환자 49명을 분석한 다국가 후향적 연구에서 렌비마 치료군은 무진행생존기간(PFS) 6.1개월로 넥사바 치료군 2.5개월 대비 유의하게 긴 결과를 보였다. 전체생존기간(OS)은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으나 수치적으로는 16.6개월 대 11.2개월을 나타냈고, 객관적 반응률(ORR)은 15.8% 대  0%를 기록했다.


▶렌비마와 넥사바를 2차 치료에 사용하게 된 이후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치료 혜택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ATE+BEV 병용요법이 등장하며 1차에서 렌비마를 사용하는 비율이 비교적 줄기는 했지만 임상의사로서 경험으로 볼 때, 보험 여부를 떠나 ATE+BEV 치료 실패 후 렌비마를 사용한 경우와 1차에 렌비마를 썼을 때 치료 반응, 부작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1차에서 높은 효과를 입증한 ATE+BEV 병용을 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ATE+BEV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를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다. 1차 치료가 실패했다는 것은 암이 자꾸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장 암이 나빠지고 있다면 진행 속도를 빨리 늦추는 것이 중요하지 나중에 더 오래 살고 못살고 하는 것은 다음 문제다. 효과가 제일 좋다고 인정되는 약제를 써서 암이 더 커지지 않게 제동을 빨리 걸어줘야 한다. 

환자나 임상의사 입장에서도 ATE+BEV 병용을 제외하면 가장 효과가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옵션을 쓰고 싶으니 렌비마와 넥사바 두 약제를 비교하게 된다. 렌비마 3상인 REFLECT 연구를 보면 넥사바와 전체생존기간(OS)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더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실제 렌비마를 ATE+BEV 후속 치료로 사용해보니 확실히 초기에 종양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임상의사들 입장에서는 "우리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REFLECT 연구에서 대조군과 OS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ATE+BEV 치료에 실패한 상태에서 암 진행을 늦춰야 하는 입장에서는 렌비마와 넥사바 중 렌비마를 선택하게 된다.

하위 그룹 분석에서는 B형 간염이 간암의 원인인 그룹에서 렌비마 효과가 월등히 높았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간암의 60~70%가 B형 간염과 관련될 만큼 주요 원인으로 렌비마가 암이 커지는 데 더 빨리 제동을 걸어줄 수 있다고 본다."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병용도, 렌비마도 많이 처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환자분들을 실제로 만났을 때 반응은 어떤가요.

"앞서 말했지만 ATE+BEV 병용이 분명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지만, 초반에 약효가 있다가도 결국 진행하는 환자들이 꽤 있다. 그럴 때 B형 간염에 의한 간암 환자라면 렌비마를 선택하는 편이다. 실제 임상에서 ATE+BEV 치료 실패 후 후속 치료제로 렌비마를 사용했을 때,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와 비견할 만큼 효과가 좋은 환자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렌비마를 후속 치료제로 손색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또 ATE+BEV이 좋은 치료법이긴 하지만 간 이식을 받은 환자나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환자는 쓸 수 없다. 그럴 때는 1차부터 렌비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 역시도 좋은 반응이 있다. 임상 현장에서 느낄 때 렌비마가 상당히 강력한 항 종양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환자들도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렌비마를 1차 치료 또는 후속 치료에 처방할 때 어떤 기준이 있나요. 그러한 기준에 따라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환자에게 주로 처방하는 건가요.

"나름의 처방 기준은 있지만 현재 정확한 바이오마커는 없는 상황이다. 소위 말해 가이드라인에 '검사를 해서 A라는 마커가 나오면 이 약을, B라는 마커가 나오면 저 약을 쓸 수 있다'는 식으로  바이오마커가 있다면 거기에 따라 처방 하겠다. 그러나 바이오마커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음 1차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가장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난 ATE+BEV 병용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아까 말한 간 이식을 받은 경우 등은 ATE+BEV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로 표적치료제로 넘어가야 한다.

이때 어떤 표적 치료제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역시 바이오마커가 없기 때문에 렌비마 3상 임상인 REFLECT 연구 결과를 참고하게 된다. 이 연구를 잘 분석해보면 B형 간염에 의한 간암에서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환자는 렌비마를 선택해야겠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C형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염인 경우에는 넥사바 데이터가 좀더 좋다. 그러나 이 기준은 가이드라인에서 꼭 지키도록 권고하는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임상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기준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고 있다."

▶ REFLECT 연구는 어떤 임상이며,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가치와 의미가 있나요.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 1차 치료에 렌비마와 그 당시 유일한 1차 치료제였던 넥사바를 1대1로 비교한 연구다. PFS와 OS를 비교했을 때 OS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PFS는 넥사바 보다 우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에서 렌비마의 우월한 효과가 입증됐다. 10여년 가까이 1차 치료에 넥사바 밖에 없던 상황에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렌비마가 새로운 1차 치료제로 인정됐다. 당시만 해도 간암에 1차 치료 옵션이 2개가 되어 상당히 흥분되고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렌비마 3상 임상 REFLECT]

간암에서 렌비마 국내·외 허가 배경이 된 REFLECT 3상 임상에서 렌비마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3.6개월로, 넥사바 치료군 12.3개월 대비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2차 평가변수인 PFS는 렌비마 7.3개월, 넥사바 3.7개월로 렌비마 치료군이 2배 이상 길었다. TTP는 렌비마군 8.9개월, 넥사바군 3.7개월 두 배 이상 연장했다.


▶항암제 기반인 ATE+BEV 병용이 제한되는 환자는 없나요. 이 경우 치료제를 어떻게 선택하며, 면역항암제를 못 쓰는 경우 1차 치료와 2차 치료도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전체 환자 대비해서 ATE+BEV 치료에 제한적인 경우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이식 환자나 자가면역 질환 환자, 출혈 위험성이 높은 환자가 면역 치료가 어려운데 전체 환자의 10% 정도다. 그래서 1차에서는 주로 ATE+BEV를 선택하고 실패하게 되면 렌비마(비보험), 그 다음에 넥사바(비보험)를 사용한다.

만약 넥사바에서 실패하면 그 이후 치료법으로 연구가 된 스티바가 등 약제를 쓴다. 이렇게 되면 4,5차까지 치료가 이어지게 된다. 치료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약제로 계속 받을 수 있어야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차수에만 얽매이면 1차 치료에 실패했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환자들이 생기게 된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1차에서 소라페닙, 2차에서 레고라페닙을 사용하는 것이 현재 급여가 되는 치료법인데, 이 치료법은 최근 거의 사용을 안하는 상황으로 보여요.

"그렇다.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줘도 보험 적용이 되는 치료법 보다는 효과가 좋은 치료법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본인 생명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되는 약을 써달라고 하는 환자는 많지 않고, 당장 효과가 좋은 약제를 선택한다. 이렇게 약제 허가나 보험 급여 적용 상황에서 차이가 있다."

▶올해 초에 렌비마 리얼월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데이터가 쌓이면 접근성을 개선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리얼월드 데이터를 인정했기 때문에 렌비마가 허가 초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사실 현재도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적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 같다. 리얼월드 데이터 참여 환자가 소수였기 때문에 허가초과로 인정된 것이라 본다.

다만 이제 길이 열렸으니 처방 케이스가 늘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환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고, 리얼월드지만 몇 천 명 정도의 데이터를 모을 수도 있다. 이 데이터에서 ATE+BEV 이후 치료에도 렌비마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 정부도 3상 임상은 아니지만 전향적 데이터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다만 이러한 데이터가 쌓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왜냐면 1차 치료를 받는 환자 중 50~60%는 1차에 사용한 치료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40~50%의 환자가 2차로 넘어간다.

환자들이 보통 2차에서 렌비마와 넥사바 중 하나를 쓰는데 나같은 경우는 렌비마를 좀더 많이 쓰는 편이다. 하지만 보수적으로 잡고 절반이 렌비마를 사용한다고 본다면 처음 1차 치료를 받은 환자의 20% 정도에 해당할 것 같다. 즉 아주 소수의 환자 데이터가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 본다. 만약 전국적인 데이터, 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데이터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모을 수 있다면 시간을 좀더 단축할 수 있다."

▶학회나 의료계에서는 현재 가이드라인대로 치료 환경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나요.

"좋은 질문이다. 1차 치료에서는 세 옵션 모두 보험을 적용하고 있고, 이 약들 중 하나를 사용하고 난 다음에 2차 치료로 넘어갈 때도 효과가 좋은 약제를 사용하고 싶어한다. 단지 임상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2차에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상당히 곤란스럽다. 보험 적용이 안 되면 환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간암은 현재 상황에서 3상 결과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임상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들은 계속 사망할 것이라는 문제가 하나 있고,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미 3상을 통해 간암에서 효과를 입증한 약제를 단순히 차수를 넓히거나 적응증을 확대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추가 투자하는 것이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정부가 관점을 유연하게 가져주면 해결될 문제일 수 있다.

보험 재정 문제도 있기에 정부 입장에서 간암만 (제한을) 풀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간암은 특수성이 있는 질환이다. 만성 간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하고 재발도 잘된다. 또 중년 남성에게서 호발한다. 사회경제적으로 한참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간암이 생긴다.

간암에 매여 반복적인 치료를 받다 보면 경제 활동을 못 하게 되고 가족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까지 다 무너진다. 사회의 기둥 역할을 할 사람들이 간암 치료에 매여 목숨을 빨리 잃거나 일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결국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다. 간암 치료를 개선하는 것이 사회적 부담을 방지하고 환자들이 빨리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즉, 사회가 투자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효과가 입증된 여러 가지 약제가 있으며 그 안에서는 차수 관계없이 환자 상태에 맞게 쓸 수 있게 풀어주고 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이다. 1차 치료 효과가 입증이 돼서 사용 중인 약제면 차수에 상관없이, 의학적 판단에 의해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

▶학회나 의료계 차원에서는 간암 치료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학회 차원에서 상당한 노력을 했기 때문에 렌비마를 ATE+BEV 후속 치료에 쓸 수 있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렌비마를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향후 보험 적용도 돼야 한다. 1차에서 급여가 인정되는 약제인데 단순히 이후 차수 치료에 사용됐다고 해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지금 당면한 이슈는 1차 치료에서 ATE+BEV 처방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보험 재정이 예상보다 많이 나가면서 정부가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약제를 계속 사용해도 될 만한 상황에서 반응 평가를 통해 보험 삭감을 받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약제 사용을 소극적으로 하게 되고 삭감 대응 문서를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이러한 상황을 포함해 약제를 사용할 때에는 다양하고 세부적인 상황들이 있는데 진료 현장을 고려해 유연한 처사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확실하게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하나가 있을까요.

"의학자로서 입장을 말하면 바이오마커 연구가 중요하다. 향후 바이오마커 연구가 뒤따라 준다면 렌미바가 잘 듣는 환자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환자는 차수와 관계없이 급여를 모두 적용해 주는 전략도 가능할 것이고, 정부 입장에서 모든 환자에게 보험을 적용을 했을 때 오는 부담을 막을 수 있고 의학적 근거에 입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얘기를 한다면요.

"환자들 역시 어떤 약이 나한테 가장 효과적인지를 궁금해 한다. 그런데 아직 바이오마커가 없기 때문에 '이 약이 환자분께 꼭 맞습니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데이터에 근거해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바이오마커가 향후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또 환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간암 치료는 결국 마라톤 같은 싸움이라는 것이다. 오랜 과거 효과적인 약제나 기저 간질환을 조절할 수 있는 좋은 약제가 없었기 때문에 간경화 같은 간 질환, 합병증 등으로 악화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항바이러스 제제 등 만성 간질환을 조절할 수 있는 약들이 많이 나와 있어 상태가 좋아지면서 오래 살 수 있게 됐다.

다만 간질환 환자도 오래 생존하다 보니 간암이 많이 생기고, 다른 장기에 전이되기도 하면서 전신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졌다. 중병 두 개를 함께 안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계속 좋은 약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간암 치료와 관련된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지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소화기내과 의사가 옆에서 코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동반자와 같은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성심껏 도와드릴 수 있으니 지치지 말고 믿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또 한약이나 검증되지 않은 약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한다. 검증되지 않은 약이나 식품 때문에 간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 렌비마 같이 효과가 입증된 좋은 약도,2차 치료 임상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상도 진행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을 잘못 복용하고 문제가 생겨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많다.

간암은 암 치료도 중요하지만 간 기능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생활, 근력 유지를 위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것이 좋다고 하면 그 음식만 계속 먹으려고 하는데 독성 간염을 야기할 수 있다. 단백질과 함께 채소 같이 신선한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더 좋고, 비만이 생기지 않게 유의하면서 간암의 위험 요소인 음주, 흡연을 절대 하지 말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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