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2011년 미FDA는 면역관문억제제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BMS 항 CTLA-4 치료제 여보이(이필리무맙)였다. 신체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신약의 등장이었다. 4년 뒤인 2015년 미FDA는 BMS·오노약품공업이 개발한 항 PD-1 옵디보(니볼루맙)를 승인했다. 

이후 MSD 항 PD-L1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부터 사노피 항 PD-1 리브타요(세미플리맙), 로슈 항 PD-L1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머크 항 PD-L1 바벤시오(아벨루맙), 아스트라제네카 항 PD-L1 임핀지(더발루맙), BMS 항 LAG-3 옵두알라그(렐라트리맙)-옵디보 병용요법까지 다양한 암종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제약사 신약 개발의 핵심 영역으로 떠올랐으며, 암을 정복할 가능성이 가장 큰 치료 기전으로 여겨진다. 면역항암제 시작을 알린 것은 여보이와 옵디보지만 오늘날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드러내는 치료제는 MSD가 개발한 키트루다이다. 약 30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며 매년 전세계 글로벌 의약품 판매 1위에 오르고 있다. 

전 세계 의약품 중 매출 1위라는 얘기는 가장 많은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다. 키트루다로 생명을 연장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완전관해를 통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항암제 개발 역사에서 키트루다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MSD는 과학을 기반으로 키트루다를 세상에 내놓았고, 키트루다는 미지의 암 정복 영역을 향한 제약사들의 골드러쉬(Gold rush), '면역항암 개척 시대'를 열었다. 미국MSD가 키트루다라는 금광을 찾아내 면역항암제 표준으로 만들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R&D 프런티어 정신'에서 출발한 R&D 문화 덕분이다.

챗GPT로 구성한 이미지.
챗GPT로 구성한 이미지.

면역항암제를 처음 개발할 때 받았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것은 과학을 중심으로 결정하는 MSD만의 R&D 사고방식이었다. '모든 혁신의 시작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고, 종착점은 환자의 삶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기업 철학이다.

MSD가 면역항암제를 처음 개발할 때 BMS 임상 결과를 본 후 R&D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미국 UCLA 대학의 안토니 리바스(Dr. Antoni Ribas) 교수를 주요 임상 책임자로 정하고 항 PD-1 항체 자체 개발에 나섰다. 당시 종양학 연구자 사이에서 '최악의 암종'이라 불리던 흑색종을 대상으로 1000여명이나 참여한 대규모 1상을 시작하는 과감한 R&D 투자를 결정했고, 이러한 결단이 항암 치료 흐름을 바꿨다.

흑색종을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 임상은 '어떤 환자에서 면역항암제가 더 잘 반응하는지'를 규명했다. 2014년 미FDA가 흑색종 치료에 키트루다를 승인한 이후 안토니 리바스 박사는 "키트루다를 이용한 면역항암요법이 진행성 흑색종 치료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했다. 키트루다는 환자들이 완전관해를 넘어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었다.

키트루다의 흑색종·비소세포폐암 허가는 한국 암 환자들의 삶도 바꿨다. 올해 국내 허가 10주년을 맞은 키트루다와 MSD는  환자의 삶을 바꾸고, 미지의 암 정복을 향한 개척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18개 암종에 34개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며, 17개 적응증에 급여 확대를 도전 중이다.

2022년 키트루다의 폐암 급여 1차 확대를 이끈 한국MSD 항암사업부 리더는 정부와 입장 차이가 커 협상이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한국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는 것에 정부와 확고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지만 제약사 직원 대부분 '환자들을 위해 일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재정적 부분을 무시할 수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학적 근거와 환자 접근성 등 본질적 가치를 우선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마음 한편에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있었지만,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국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이라는 정부와의 공감대를 가졌고 이내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포스코 아태평양 시장에서 철강 영업이라는 독특한 경력으로 시작한 항암사업부 리더였지만,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확인한 공감대는 MSD와 키트루다, 제약산업이 가진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미래를 맡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받은 셈이다. 

MSD가 추구하는 과학과 R&D, 끊임없는 도전에 나서는 정신과 맞닿은 한국인은 MSD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암제사업부(Head, Regional Marketing Oncology (CMO), Asia Pacific) 12개국 총괄을 맡고 있는 김성필 전무이다. 

MSD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암제사업부 12개국을 총괄하는 김성필 전무
MSD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암제사업부 12개국을 총괄하는 김성필 전무

김 전무는 MSD 기업 문화와 철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제가 복잡할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정답입니다. '마케팅 관점에서 내릴 선택일지라도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결정이어야 한다'는 문화와 철학이 MSD라는 기업을 이끌고, 키트루다 같은 전무후무한 면역항암제를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키트루다 적응증을 몇 개 넓히는 게 아니라 어떤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는 과거 폐암 1차 급여 확대를 이뤘을 때처럼 R&D를 향한 MSD의 진심이 키트루다를 향한 어떠한 의심도 이겨내고, 환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줄 수 있다고 여전히 확신한다.

약사신문(팜뉴스) 취재진은 기획 인터뷰를 위해 김 전무를 만났다. 그와 인터뷰에서 키트루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었고, 미래를 알 수 있었다. 과연 '넥스트 키트루다'는 무엇일지, 최초의 이야기를 써 가고 있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같은 항암제의 특허만료 이후 브랜드 전략은 어떻게 될지 이야기를 들었다.

2028년이면 미국에서 특허만료를 맞는 키트루다이지만 그 어떤 항암제도 가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 끝이 어디인지 아직 알 수 없다. 

다음은 김성필 전무와 일문일답.

▶안녕하세요, MSD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2023년 1월부터 MSD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암제사업부에서 12개국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6개국은 고소득 시장(하이 인컴 마켓)이고, 나머지 6개국은 신흥 시장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MSD에는 2018년 12월 합류해 2020년 항암제 사업부 총괄(Brand Unit Director, BUD)을 하면서 키트루다 폐암 1차 급여 확대를 경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 12월 지역 본부인 아태평양 총괄(리전)로 옮겨 2년째 근무 중입니다."

▶제약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전공이었던 재무 분야를 하고 싶어서 유한킴벌리로 갔는데 당시 한 동료가 미국에서 공부 해 보라고 해서 2011년에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MBA를 마쳤어요.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여러 산업을 봤는데 앞으로 제약산업이 미래가 될 거라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적절한 시점에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당시 제약산업에 대한 배경 지식은 없었지만 한번 일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우선 제대로 업계 경험을 쌓자는 생각에 항암제(한국릴리) 영업에 지원해서 일을 시작했고요, 이후 심혈관계와 당뇨 분야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기회를 받아 한국엘랑코동물약품(구. 한국릴리 동물의약품 사업부) 대표이사로 2년간 근무했습니다. 이후 MSD에 합류해서 커머셜 오퍼레이션 리드를 거쳐 항암제 사업부 총괄을 맡았고요."

▶재무를 전공해서 제약산업에 온 것도 눈에 띄는 이력인데, 또 항암제 사업부 총괄까지 하셨네요. 제약산업 성장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나요.

"제약산업에 발을 들일 당시 여러 책을 읽었어요. 그 중에 하나가 HER2라는 책이었거든요. HER2라는 단클론항체를 어떻게 허셉틴이라는 HER2 표적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었는지 과정을 다룬 책이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또 강력한 치료제(Powerful Medicines)라는 책도 읽으면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제약산업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됐고, 그중에서도 항암제 분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시작으로 한국릴리 그룹 브랜드 매니저에서부터 MSD 항암사업부 총괄까지 오게 되었네요."

▶항암사업부 총괄로 키트루다 1차 급여 확대를 이룬 건가요.

"그렇죠. 2020년에 급여 확대를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항암사업부 총괄이 됐는데, 그 때는 키트루다 폐암 1차 급여가 실패를 했어요. 급여 적용까지 2년이 좀 덜 걸렸던 것 같아요. (2022년에 급여가 됐다.) 운이 좋았을 뿐더러 정부 관계자들이 전향적으로 고려한 부분이 컸고, 또 당시 같이 한 팀원들이 있어 가능했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키트루다 폐암 1차 급여 확대라는 중요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 9개월 뒤 아태평양 총괄까지 오게 됐으니까요."

▶폐암 1차 급여 확대까지 5년이 걸렸는데, 당시 항암제사업부 상황은 어땠나요. 

"MSD 항암제사업부를 말한다면 '급여를 향한 눈물과 기쁨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키트루다가 국내에서 처음 받은 적응증이 2015년 3월 흑색종(급여 적용은 2018년 2월)이었고, 그 다음에 폐암 2차 치료에 급여 적용(2017년 8월)을 받았는데 폐암 1차 치료 급여에 실패하고 4~5년이나 급여 논의에 진전이 없었거든요.

당시 막 항암제 사업부 헤드를 맡았는데 참 막막했고 솔직히 될까 싶었어요. 키트루다 적응증이 다양해서 기존 약가 시스템으로는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 회사 입장에선 미래 환자를 위한 투자도 중요한데 정부가 원하는 것과 간극이 컸던 거죠.

정부 당국과 협의하는 과정 등에서 정말 수없이 얽히고설킨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처음 급여 확대 계획을 짤 때 100개 정도 단계를 거쳐야 가능하다고 예상하고 준비했는데 실제로 모든 절차가 끝나고 보니 147단계나 되더라고요.

정부와 본사 양쪽을 설득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쏟았던 것 같아요. 대부분 키트루다가 한국 환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득하는 과정이었고,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본사에 한국 환자를 위한 접근성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환자 접근성 개선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였기에 폐암 1차 급여 성공에만 집중해서 노력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돌아보면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약가, 대관팀 등이 '꼭 한국 환자들에게 키트루다 혜택을 전달하자'는 하나된 의지로 똘똘 뭉칠 수 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키트루다 11개 적응증이 암질심을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었는데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키트루다 치료 혜택을 더 많은 환자가 받을 수 있게 한국 팀에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태평양 지역 본부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도와야 하고요."

▶정부 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했나요. 

"지금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요, 우선 글로벌 제약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는 한국인이고, 정부 관계자도 한국인이고, 키트루다 급여가 필요한 환자도 한국인이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있었어요. 서로 입장은 달랐지만 키트루다가 한국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이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확고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고, 덕분에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거죠.

또 다른 하나는 건보공단이 원주에 있잖아요. 약가협상을 하면 아무래도 서울하고 원주를 오가며 일해야 하는데, 아예 원주에 숙소를 잡고 상주했어요. '협상 중간에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달라'며 회의를 조율하고 협상을 준비했고요.

협상이 끝난 저녁에는 팀이 다 모여서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도 많이 했어요. 이런 모습에서 공단도 신뢰를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 줬던 것 같아요. 한국 폐암 환자에게 '키트루다 급여가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협상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본사를 설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회사 입장에서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나 목표를 어떻게 설득했나요.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지만,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대부분 사람들 마음에는 늘 '환자들을 위해 일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요. 항상 이런 공감대를 가지고 일하다보면 항상 모든 대화의 시작점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얘기하게 됩니다. 

물론 재정이나 수익, 가격 정책 등 영역을 무시할 수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학적 근거(데이터)와 환자 접근성 같은 본질적 가치를 우선해서 해결책을 찾게 되고요. 그런 점에서 당시 한국MSD 대표를 지냈던 케빈 피터스 대표 이사가 많은 지원을 해줬습니다. 

현장에 있는 제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소통에 집중했다면, 케빈 피터스 대표이사가 본사 설득에 큰 힘을 실어 준 거죠.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 환자와 직원을 진심으로 생각하던 분이셨고, 한국 환자를 위한 급여 확대에 성공하고 싶다는 동지애를 가지고 한 팀으로 일한 기억이 납니다. 일전에 미국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분명 의미가 컸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최근 들어 희귀암의 미충족 수요를 설명할 때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을 비교하곤 하는데, 그만큼 폐암 치료가 많이 발전했다는 의미이죠. 급여 이후 키트루다가 폐암 환자 생존율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나요.

"정부가 발표한 암등록 통계를 봤는데 2017년을 전후(2016~2020년)로 국내 폐암 환자 생존율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흥미롭게도 키트루다가 폐암 2차 치료 급여를 받은 시기와 맞물리더라고요. 

물론 폐암은 EGFR 변이 표적치료제나 다른 면역항암제까지 많은 치료제들이 있기 때문에 생존율 증가를 단순히 키트루다만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생존율 향상에 많은 부분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명확하게 직접적 인과 관계를 입증할 지표를 마련하긴 어렵겠지만 키트루다가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믿고 있고,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요."


◆달은 갔어도 암 정복 어렵다 '의심'...항암 치료 바꾼 키트루다로 '확신'

▶제약산업에서 키트루다가 가지는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요.

"항암제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약이라고 할 수 있죠. 기존 항암제는 암을 직접 공격했는데, 키트루다는 신체의 면역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점 자체가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바꾼 것이거든요. 

물론, 과거에도 신체 면역 시스템을 활용하는 항암 개념이 있긴 했어요. 싯다르타 무케르지(Siddhartha Mukherjee)가 쓴 저서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면역을 이용한 치료에서 가능성을 봤지만 '실제로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고 쉽게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저 역시 2000년대 전후로 면역항암제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개인적으로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며 회의적이었고요. 그런데 수년 후 키트루다가 성공을 거뒀어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항암 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으면서 항암 치료 흐름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한 거죠.

한마디로 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는 항암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약물이며,아무리 복잡한 암이어도 신체 면역 체계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첫 번째 약이 되었어요.

키트루다는 다양한 항암 영역에서 얻은 임상 근거를 토대로 가장 많은 적응증을 갖고 있고,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높은 카테고리 1등급이자, 선호요법(preferred)으로 권고하는 치료제입니다. 

키트루다가 표준치료(SOC)로 자리잡은 상황이고 아시아·태평양(AP) 지역에서 정말 많이 쓰이는 면역항암제라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해요."

▶키트루다가 MSD 항암제 사업부 성공의 핵심 키라고 할 수 있네요.

"그렇죠. 키트루다 이름에서 보듯 키(KEY)라는 단어가 실제로 매우 중요한 열쇠예요. 저는 이 키가 단지 MSD 항암사업부 성공 뿐만 아니라, 항암 치료 전체 역사를 바꾼,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연 결정적인 열쇠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과제는 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에서 이룬 성과를 토대로 '다양한 암종과 기전을 포트폴리오에 갖춘 종합적인 항암제 회사'로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지금도 다양한 후보물질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항암 분야를 선도하는 제약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력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MSD가 항암 영역을 선도할 제약사가 될 것이라고, 키트루다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18년도 당시에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폐암 2차하고 흑색종에 급여가 된 상태였는데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면역항암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시기였어요. 

개인적으로도 키트루다가 앞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되겠다 싶었는데, 당시만 해도 수많은 임상이 예정돼 있었거든요. 지금 기억나는 게 글로벌 임상 시험을 찾아볼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ClinicalTrials)에 들어가면 임상 내용을 다 볼 수 있었어요, 당뇨하고 항암제 임상을 찾아보면서 앞으로 MSD가 항암제 영역을 이끌겠구나 확신을 가졌죠.

2018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KEYNOTE-189가 발표됐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이 연구가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는 모멘텀이 될 연구라는 걸 확신했어요. 다만, 당시 모든 의료진이 "키트루다가 항암 치료에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라고는 했어도 항암화학요법하고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이렇게까지 클 줄 상상은 못 했죠."

▶처음 면역항암제 개념을 접했을 때 왜 안 된다고 생각했나요.

"미국이 인류가 달에 가는 것은 성공했어도 암 정복을 위한 캔서문샷(Cancer Moonshot) 프로젝트는 실패했잖아요. 당시 단클론항체가 신체 면역기전을 이용해서 암을 치료할 수는 있겠지만 그 개념 자체가 마치 '언젠가는 인류가 화성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와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죠. 전폭적으로 암 정복을 추진했다가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것은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인데요, 저도 이 분야를 공부할수록 얼마나 복잡한 영역인지 계속 배우게 됩니다."

▶그럼 지금은 어느 정도까지 왔다고 보세요.

"지금 키트루다가 전이성에서 조기 병기로 적응증과 급여 기준을 확대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5년 상대생존율이 매우 낮은 원격 전이 환자에서도 완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면역항암제를 기반으로 다른 치료요법을 함께 쓰는 과학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바이오마커나 정밀 분자표적 치료로 면역항암제가 어떤 환자한테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지 선별할 수 있다면 완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MSD가 이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확신도 갖고 있고요."

▶키트루다의 여러 임상 연구 중 결과를 보고 감명 깊었던 데이터는 뭔가요.

"암종 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결과를 확인하고 깜짝 놀란 임상 연구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KEYNOTE-024로 키트루다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단독요법에 적응증을 받았을 때인데, 당시에 전례없는 성과여서 발표 내용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병용요법으로 2배 이상의 생존 개선을 확인한 KYNOTE-189 연구도 처음 결과를 접했을 때 인상 깊었고요.

최근에는 요로상피암 치료 1차 결과가 나온 KEYNOTE-A39를 보고 앞에서 말한 충격을 다시 한번 받았습니다. '정말 이런 수준의 위험비(HR)가 나올 수 있구나' 싶었거든요. 그때 제가 ESMO 발표 현장에 있었어요.

발표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는데 소름이 쫙 돋으면서 "새로운 ADC와 키트루다를 병용하니 이렇게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 있구나. 정말 이제 항암제 판도를 바꿀, 또 다른 세계로 한 번 더 문이 열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충격을 받은 거죠.

요로상피암은 치료가 굉장히 어려워요. 정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결과를 냈고, 환자들의 삶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거죠. 저같이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데이터를 보면 전략 같은 수치에 근거한 'T'적인 생각만 하지 'F'같은 감정적인 사람이 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 데이터를 보는 순간 "환자들이 정말 써야 할 약이구나"라는 생각에 굉장히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의료진이 환자 기준에 맞춰 처방만 할 수 있다면 정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어떻게 환자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순간이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맛이자 보람이 아닐까요."

MSD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암제사업부 12개국을 총괄하는 김성필 전무
MSD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암제사업부 12개국을 총괄하는 김성필 전무

 

◆한국 허가 10주년 키트루다, 폐암 5년 생존율 올린 R&D 철학

▶올해로 키트루다가 한국 허가를 받은 지 10주년이 됐어요. 아무래도 개인적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키트루다가 국내 항암 치료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한국 의료진 뿐만 아니라 외국 의료진들도 키트루다가 암 치료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들의 이런 얘기를 들으면 진심이 느껴집니다.

실제 한 의료진이 "최근 키트루다 치료를 받은 환자가 완전관해(CR) 결과를 받았다"며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키트루다가 항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거든요.

최근에 키트루다 연구가 전이성에서 조기 암 치료로 활발히 진행되면서 완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키트루다는 미국FDA 기준으로 9개 적응증이 조기 병기 치료 허가를 받았고, 4개 적응증은 실제 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유일하게 입증했어요. 

구체적으로 KEYNOTE-671 연구에서는 조기 비소세포폐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Perioperative therapy)으로, 1차 유효성 평가변수로서 유일하게 전체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했고,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수술 전∙후 보조요법, KEYNOTE-522)과 신세포암(수술 후 보조요법, KEYNOTE-564)에서도 입증했고요.

최근 KEYNOTE-A18 연구에서는 FIGO 2014년 기준 3~4A기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키트루다와 동시항암방사선요법을 병용해 전체생존기간 개선 혜택을 보였습니다. 환자들의 실제 완치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은 단순히 생명 연장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걸 떠나서 또 다른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의미가 있어요.

키트루다 폐암 급여가 되고 나서 며칠 후 기사 댓글을 보니 환자들이 정말로 기뻐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순간, 급여가 되기까지 2년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잘했다' 스스로가 자랑스럽더라고요. 솔직히 눈물도 났어요. 또 의료진을 만나러 가면 "안 될 줄 알았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줘서 고맙다"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당시 많이 지지해줬던 의료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허가된 면역항암제 중 키트루다가 가장 적응증이 많은데, 기전은 달라도 면역항암제 원리 자체는 비슷하잖아요. 키트루다만 어떻게 차별화된 성과를 낸 건가요.

"MSD가 의료와 과학 분야에 투자하는데 '찐'이기 때문입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계속해서 연구를 해왔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한 많은 연구를 하고, 얼마나 다양한 적응증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결국 과학적 근거라는 결과로 나오는 것이거든요. 이게 핵심(KEY)입니다.

처음 내부 자료를 봤을 때 "이렇게까지 많은 임상을 하냐"며 놀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암종은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장이 작아서 오히려 임상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과학적 근거 확보에 진심이기 때문에 많은 임상에서 실패하더라도 더 많은 임상을 진행하고, 그런 과정에서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연구가 더 많았어요. 

이 부분이 키트루다가 다른 면역항암제 보다 더 많은 적응증을 가질 수 있었던 핵심(KEY)이라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키트루다가 가진 적응증 개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MSD가 과학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학에 대한 투자를 중시한다고 해도 이런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건 쉽지 않지 않나요.

"제가 지역 본부와 글로벌 본사를 오가며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느끼는 게 있습니다. MSD가 과학을 진정한 중심 가치로 삼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인데요, 당연히 이윤을 위해 마케팅 관점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과학적 근거다"며 예상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많아요. 상업적 관점보다 과학적 근거를 중심에 놓고 논의하는 문화인 거죠.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 보다는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수많은 미팅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런 문화와 철학이 결국 기업을 이끌고,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구나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MSD가 키트루다 같은 혁신신약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사내에서 과학 연구 업무에 일하는 분들을 깊이 존경하는 이유입니다.

MSD 창업자인 조지 머크(George Merck)는 "의약품은 환자를 위한 것이지 결코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며, 이를 기억한다면 이윤은 따라올 것이다"고 말했는데, 단순한 회사의 홍보 문구가 아니라 사내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믿고 있는 철학이거든요.

실제로 MSD가 2023년 한해 글로벌 임상에만 305억달러(44조원 이상)를 투자했습니다. 보여주기식으로 투자하는 '척'만 해선 할 수 없는 비용이죠. MSD가 과학적인 판단과 결정이 가져올 가치를 진심으로 믿기에 2023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용을 실제로 투자하는 행동으로 보인 것이고, 일상 업무를 하다보면 항상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우선순위에 과학적 사고방식과 행동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키트루다 첫 적응증이 흑색종이었고 그 다음 폐암, 위암, 방광암, 신세포암 순서로 적응증을 확대했는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상업적 측면에서 결정한 건가요.

"급여 우선 순위를 보자면 가장 큰 기준은 미충족 수요입니다. 특정 암종에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얼마나 크고, 사회적 요구가 얼마나 높은지가 핵심인 거죠. 바이오마커 등이 잘 갖춰져 우수한 효과를 보일 환자가 얼마나 될지, 기존 표준치료에 미충족 수요가 있다면 키트루다로 어느 정도 해소하고 개선할 수 있을지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사실 MSD가 17개 적응증에 대한 동시 급여 신청을 결정한 배경도 미충족 수요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급여 과정에서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거든요. 보통 적응증 하나에 급여 절차를 시작하면 수 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 다른 암종에 대한 추가적인 급여 논의를 이어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거든요. 

MSD는 미충족 수요를 기반으로 판단하되 소외되는 환자가 생기면 안 된다는 원칙도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앞서 말한 것처럼 환자 접근성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다수 적응증에 급여를 동시에 신청한 것은 미충족 수요를 판단하되 소외되는 환자가 있으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입니다. 

물론, 심평원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이 자료를 전부 검토하려면 상당한 부담과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환자가 없도록, 모두가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MSD 키트루다
한국MSD 키트루다

 

◆복잡한 문제는 단순한 생각이 정답, 중요한 건 적응증 아닌 '환자'

▶사실 17개 적응증 동시 급여 신청이 엄청난 일인데요.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요.지난 2월 암질심에서 11개 적응증 급여 기준 설정에 성공했어요. 급여 기준 확대 결정 자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의사 결정과 배경이 궁금하더라고요.

"문제가 복잡할 때는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정답일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키트루다 적응증을 한두 개 더 넓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적응증 가운데 어떤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어떤 환자는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키트루다가 수많은 적응증을 가진 상황에서 이 부분이 화두였고, 17개 적응증 급여 확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습니다.

MSD라는 제약회사의 이윤을 말하기 전에, 과학이 있고, 과학 이전에는 키트루다를 기다리는 환자가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7개 적응증 동시 급여 신청이라는 결정을 한 배경에 실제 환자가 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고, 폐암 1차 급여 논의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를 비롯해 의료진, 정부, 회사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결정했습니다. 

현재 키트루다를 기다리고 있을 환자 뿐만 아니라 미래의 환자도 같이 생각하면서 고민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던 것이죠."

▶17개 적응증 동시 급여 신청을 한 이후 가장 걱정하거나 우려하는 부분은 없나요.

"사실, 폐암 1차 급여 논의 당시에도 걱정은 많았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계속 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졌기에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이죠. 

이번에도 걱정보단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졌고, 모든 분들이 같은 마음으로 노력한 덕분에 암질심 통과라는 좋은 소식을 듣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소식을 간절히 기다렸을 환자 분들을 생각하니 정말 기쁩니다.

다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팀이 앞으로 남은 많은 절차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아태평양에서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몇 년이 지나 (폐암 급여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이 두고두고 회자됐으면 좋겠어요."

▶해외에서 상황은 어떤가요. 급여 적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나요.

"국가별로 부담 가능한 재정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고소득(High-income) 시장과 저소득(Low-income) 시장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호주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진전된 부분이 많아요. 호주는 조기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단계에 키트루다 급여를 적용하고 있고 신세포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에도 급여 처방이 가능합니다.

작년 12월부터는 성인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Von Hippel-Lindau, VHL) 및 신세포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 웰리렉에 급여가 적용됐는데, 한국에서도 작년 5월 국민동의청원에 올라 5만 명 동의를 달성한 신약이에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와 영향력, 경제력을 볼 때 키트루다에 먼저 급여를 적용한 나라들 보다 뒤처질 이유가 없습니다."


◆상업적 성공과 R&D 투자 선순환, 한국에만 700억 투자한 이유

▶많은 제약사들이 항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요. 이중에서도 MSD 항암사업은 손에 꼽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MSD가 항암 영역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던  전략은 뭔가요.

"크게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어요. 하나는 글로벌 차원에서 임상 연구 투자를 굉장히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글로벌 차원에서만 한 게 아니라 한국과 같은 로컬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좀더 많은 과학적 근거를 축적할 수 있었고요.

특히 키트루다 KEYNOTE 임상만 해도 (데이터가) 규모가 크고, 그 수도 엄청나게 많잖아요. 광범위한 연구와 투자를 통해 과학적 역량을 어떻게 개발하고,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아까 말한 면역항암제를 중심으로 한 파이프라인 구축 전략의 핵심이거든요.

그 다음이 얼마나 많은 환자가 혁신신약에 접근할 수 있냐인데요, 어떻게 하면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급여 전략을 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서 소득이 높은 국가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국가에선 어떻게 상황에 맞게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 말한 두 가지가 MSD가 항암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핵심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과학에 대한 투자가 상업적인 성공을 이끌고, 다시 상업적 성공이 과학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지금 많은 의료진이 "제약사들은 가장 먼저 환자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다만, 글로벌 차원에서 일하다 보면 로컬에 있을 때와 다르게 보이는 게 있어요. 글로벌에서는 현재의 환자 뿐만 아니라 미래도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 신약이 출시돼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미래의 환자들이거든요. 그러면 이 부분에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환자 접근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게 많습니다. 

MSD는 과학에 집중하면 상업적 성과도 따라온다는 철학이 있어요. 그래서 상업적 이익보단 과학과 연구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문화로 연구 개발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요, 2023년에만 한국에서 하는 임상 등 R&D에 703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지 않나요. 또 한국MSD 직원 중 28%가 연구 개발 관련 업무를 하고 있고요. 결국 과학을 우선시해서 투자하는 전략이 상업적 성공으로 보상받게 되면,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의 환자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MSD의 철학이 있는 거죠."

MSD 글로벌 전체 직원은 7만2000명이다. 2023년 기준 2만1800명(30%)이 연구 인력이며 한국MSD 직원의 28%(136명, 2024년 8월 기준)가 R&D 인력이다. 김 전무가 말한 파이프라인 확대 전략을 위해 2023년에만 연매출액 50%를 R&D에 투자했다.

▶MSD가 2023년 한국에서만 임상에 703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유는요.

"한국의 전체적인 위상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진들이 진행하는 연구의 질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 팀이 임상시험에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들리는 바로는 임상 과정에서 한국 의료진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나 인사이트가 탁월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 역량도 잘 지원되고 있어 글로벌에서 한국에서 수행한 연구 전반을 매우 신뢰하고 있습니다.

실제 MSD 글로벌에서 가장 많은 암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상위 10개 기관 중 4개 기관이 한국에 위치해 있고, 한국MSD 임상 연구는 MSD의 아시아 태평양 지사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MSD 항암 분야 글로벌 임상에 참여한 한국 환자 수는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5위를 기록했어요. 한국이 글로벌 임상 연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MSD 글로벌 임상에 참여한 한국인 환자가 상위 5위 안에 들 만큼 많은데, 한국에서 임상을 하면 국내 환자나 제약산업에 어떤 게 좋은 가요.

"임상을 통해 환자는 새로운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이점이 있고, 의료진 입장에서는 신약을 가장 먼저 사용하면서 쌓게 되는 경험과 접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혜택이라고 볼 수 있죠. 또 한국 시장과 업계에 대한 경제적인 투자이기도 하고요.

한국MSD 직원의 28%가 연구 인력인데, 글로벌 본사와 함께 임상과 관련한 우선순위를 정할 때 많은 부분을 과학과 미충족 수요에 기반해 결정합니다. MSD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가 사업부와 연구 부서가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는 점으로, 임상과 관련된 결정은 임상 부서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진행합니다.

구조상 사업부가 임상 영역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야기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MSD가 진행하는 임상 연구의 투명한 운영, 그리고 신뢰도를 보장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시장을 생각한 항암 전략이나 방향이 있을까요.

"최근 들어 한국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걸 느끼는데요, 오징어게임 처럼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잖아요.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이 같은 저력을 강하게 느낍니다. 

우선, 한국 의료진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 학술회의나 아시아 연례 학술회의(ESMO Asia),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의 글로벌 학회에서 한국 의료진이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인프라도 정말 좋고요. 외국인들이 한국 병원을 가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임상 연구를 한국에서 굉장히 많이 진행할 수 있는 이유이죠. 다만 이러한 위상에 비해 전반적으로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항암제들은 보통 한두 개 적응증만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적응증을 가진 항암 신약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변화를 한국의 급여 시스템이 반영하고 있는지, 의료 시스템이 적합한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을 인정해야 하나의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제는 깊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적응증을 가진 신약들이 출시되고 세계적으로 급여 적용 관점을 달리하는 만큼 한국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회적 기반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죠. 지난 10년간 항암제 시장은 면역항암제를 필두로 굉장히 혁신적인 변화를 겪었어요. 그런데 한국의 제도는 얼마냐 변했냐 얘기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결론적으로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갖춘 혁신 신약이 등장하면 변화에 맞는 정책적인 제도가 필요하죠.

(제가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좋은 신약이 개발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서 전 세계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게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MSD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암제사업부 12개국을 총괄하는 김성필 전무

 

◆ 지난 3~4년 많은 변화, 키트루다 중심 균형 있는 항암포트폴리오 구축

▶2017년 FDA가 키트루다를 암종 불문 치료제로 승인한 것을 놓고 바이오마커 기반 암 치료 시대를 열었다는 상징적인 평가를 받아요.

"최근 항암 연구 핵심은 단순히 시장을 넓히는 것보다 환자에게 더 큰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 영역에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MSD도 면역항암제 중심으로 정밀분자 표적치료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PD-L1과 같은 바이오마커 기반 임상을 진행함으로써 많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고요.

상업적 관점에서 환자 수요가 많으면 유리하겠지만 MSD 내부적으로 암종 불문이란 표현은 다양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개념으로 봅니다. 바이오마커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세한 설명이 어렵지만 글로벌 MSD 안에 바이오마커 전담팀이 있고, 착수 단계부터 바이오마커를 핵심 요소로 고려해 임상을 설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키트루다 시장을 넓히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자가 실제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죠.

지금도 다양한 암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바이오마커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항암제를 넘어 모든 신약 연구가 ‘개별 맞춤 치료(Individualized Treatment)’로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항암제 개발이 어디로 갈 것이냐를 보면 개인 맞춤형 치료가 될 것이고요. 항암제 뿐만 아니라 개발 중인 모든 약제에 대한 임상 연구가 그런 부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신약 개발 경향이라고 보면 되고,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방향성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키트루다의 브랜드 전략은 어떤가요. 면역항암제 옵디보, 여보이 이후 가장 선도적으로 나와서 시장을 이끌었는데 그 당시 면역항암제 브랜드 전략이 현재와 달라진 것이 있나요?

"처음 키트루다가 나왔을 때는 MSD와 학계 모두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치료를 이해하는 과정이었어요. 당시 수많은 임상을 통해 '어떤 암종에선 효과가 있고, 이러한 데이터가 나오는구나'식으로 과학적 측면에서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던 거죠. 

연구를 통해 암종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했고, 당시 의료진에게 정확한 근거에 기반한 자료를 전달해 전달해 (임상 현장에서) 면역항암제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게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면역항암제가 다양한 항암 치료 영역에서 표준치료제(SOC)로 자리 잡았고, 키트루다는 NCCN 가이드라인이 다수 적응증에서 카테고리1이자 선호요법(Preferred)으로 권고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브랜드 간 경쟁보다 "어떻게 하면 환자 접근성을 개선해서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까"로 전략을 바꿔야 하고, 환자들이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받도록 접근성을 확대하는 게 키트루다 브랜드 전략의 핵심(KEY)이라고 봅니다.

과거에는 면역항암제 가치와 임상적 지표를 알리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면역항암제를 통해 환자들이 어떻게 실질적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하는 거죠."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등장한 이후 임상적 근거와 가치를 알리는데 주력했다면, 이후에는 환자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략이 달라졌다는 얘기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기여하고 싶고, 반드시 기여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MSD 항암제 사업부가 준비 중인 전략은 무엇인가요.

"지역본부에서 총괄을 맡으면서 시야가 더 넓어졌고, MSD가 항암제 분야를 이끌 선도 제약회사라는 확신을 더 갖게 됐습니다. 당장 2021년과 2024년을 비교하더라도 3~4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 대다수 치료제가 진행성 4기 또는 전이성 질환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면 지금은 조기 단계 치료로 패러다임이 확실히 이동했습니다. 예전에 학회에서 논의하는 주제가 단독요법이냐 병용요법이냐를 얘기했다면, 지금은 대화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제는 어떤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환자를 정밀하게 분류해서, 어떤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는지를 얘기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거든요.

지난 3년 동안 항암 치료 영역에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앞으로 3~4년은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그렇다면 기업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MSD도 과거 여러 항암 제품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클론 항체 기전에 집중했던 제품은 키트루다 단 하나였고, 2020년 이후 다양한 기전을 가진 치료제들로 포트폴리오가 늘어났습니다.

현재 MSD가 추구하는 전략과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키트루다 연구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가 백본(Back bone)이 돼서 종양 면역 반응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밀 분자 표적 치료(Precision-molecular targeting)로 암의 성장 기전을 차단하는 약제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조직 표적 치료(Tissue targeting)로 지금 가장 뜨거운 항체-약물접합체(ADC) 같은 포트폴리오로 균형 있는 미래의 항암제 사업을 구성하는 것이거든요."


◆특허만료는 모든 의약품 숙명, 넥스트 키트루다는 '키트루다'

▶2028년이면 미국에서 키트루다 특허가 만료돼요. 한 약제가 17개 적응증을 가진 것은 사실상 신약이 17개 등장한 것과 효과라고 생각되는데 앞으로 키트루다라서 가능한 브랜드 전략이 뭘까 궁금하더라고요. 

"'넥스트 키트루다'는 결국 넥스트 MSD 항암제 사업부의 키워드이기도 한데요, 모든 약제는 시간이 지나 특허가 만료되는 숙명을 맞이합니다. 자연스러운 약제의 생애 과정이죠. 다만, 키트루다도 적응증별이 아닌 전체 약제에 특허가 적용돼 만료 시점은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특허만료를 몇 년 앞두고 있는 지금 가능한 많은 환자들이 급여를 포함해 최대한 임상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키트루다가 MSD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가장 중요하고, 상징성을 가진 약제 중 하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백을 어떤 새로운 치료제로 채울 수 있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신규 파이프라인에 더 많은 임상적 근거를 구축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다수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넥스트 키트루다 전략이라는 것은 결국 앞으로 등장할 새 약제들이 효과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신속하게 환자 접근성을 개선하는 게 가장 본질적인 과제입니다.

앞으로 MSD를 비롯해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은 여러 적응증을 기본적으로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신약들이 키트루다처럼 급여 등재까지 5년, 6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요하기 보다는 환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치료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기반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논의의 시작점에 키트루다가 기여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기대합니다."

▶특허 만료 이후 바이오시밀러가 키트루다에 위협이 될 수 있을까요? 글로벌 시장에서 키트루다가 의료진과 환자로부터 얻은 신뢰, 여기에 더해 과학적 근거로 구축한 데이터까지 종합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키트루다라는 약제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입장임을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키트루다는 후발 주자들이 단시간에 뛰어 넘을 수 없는, 장기간에 걸쳐 의료진 환자들과 쌓은 강력한 신뢰가 있습니다. 

생존율이 개선됐다고 해도 암 치료는 결국 삶과 죽음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치료제인지가 가장 중요하고, 신뢰는 (바이오시밀러가) 단기간에 넘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 부분에서 키트루다가 계속해서 표준치료제(SOC)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트루다 SC 제형이 많은 화제가 되고 있어요. 국내 제약사들도 SC 제형 개발에 많은 관심이 있는데 제형 변화 전략이 하나의 접근 방식이 될 것으로 보시나요.

"그동안 치료가 불가능해 보였던 암이지만 오랜 기간 (신약 개발로) 생존율이 점점 오르면서 이제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주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항암제를 얘기할 때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평가 영역이 되어 버렸거든요.

환자 입장에서 정맥주사 보단 짧은 시간에 투여 가능한 피하주사는 치료 부담을 줄이고 더욱 편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한국 환자에서도 삶의 질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 봅니다.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와 달리 병원이 많지 않아 지리적으로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고 병원의 수용 역량도 제한적인 국가에선 SC제형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죠."

▶피하제형 주사 개발 등 제품력 개선이 결국 특허만료 이후에도 키트루다의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네요.

"피하주사 제형이 키트루다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경쟁사 면역항암제들도 이미 피하주사 제형을 보유한 경우가 있습니다. 오히려 키트루다보다 더 빠르게 개발한 경우도 있고요. 제약사들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집중하다보니 업계 전반적으로 SC 제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유망하게 보는 파이프라인이나 집중하는 분야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현재 항암 영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항체-약물 접합체(ADC)입니다. MSD도 자체 개발하거나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ADC 관련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새로운 과학 연구와 새로운 파이프라인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강하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왜냐면 MSD가 개발하는 대부분 혁신 치료제 근간에 키트루다 중심의 병용요법이나 비교 연구 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데요, 개인적으로 (차세대 항암 치료제 개발에 대한) MSD가 정밀 분자 표적치료 영역에서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습니다."

▶제약산업 트렌드를 얘기했는데, 항암제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 있을까요.

"모든 약제가 마찬가지지만 항암제는 특히나 임상적 근거가 필수적입니다.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환자들이 1차 치료를 놓치면 해당 약제를 2차 치료에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1차에 쓰지 않고 2차에 썼을 때 생존율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요.

예로, 키트루다의 폐암 1차 치료 급여 확대만 해도 생존율 개선에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어요. 1차 치료에 썼을 때 확실한 생존 혜택을 임상적 근거로 입증한 거죠. 

키트루다 브랜드 전략이라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얼마나 많은 임상 데이터를생성해서, 얼마나 정확하게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항암제 브랜드 전략을 가르는 결정적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항암제를 사용하냐에 따라 환자가 죽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잖아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약회사 마케팅은 임상 데이터를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윤리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임상 연구와 근거 구축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앞서 한국에서만 임상에 700억을 투자했다는  게 환자의 죽고 사는 것과 직결된 얘기였네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MSD 글로벌 임상 연구에 한국 환자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신약 임상을 진행할 때 국가별로 또는 인종별 특성에 차이가 있는데, 한국에서만 7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사실은 연구의 성공을 위한 단순한 자금 투입으로 해석하긴 어렵습니다. 

나아가 아시안 환자들이 많고 적고에 따라서 해당 환자군을 대상으로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아시아 환자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확보라는 더 큰 의미가 있는 거죠. 치료 접근성과 기대 효과를 더욱 정교하게 검증하고 예측하는 데 MSD 임상 투자가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키트루다 방향성을 얘기한다면 어떤가요.

"우선, 가장 뚜렷한 방향이라면 후기 단계에서 초기 치료 단계로 키트루다 적응증과 급여 확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기 치료 단계로 적응증과 급여 기준을 확대한 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치료제와 병용요법도 기대할 수 있고, 특히 병용요법은 기존 허가 약제 뿐만 아니라 새로 개발된, 진행 중인 신약과 병용요법 시도가 많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약제 간 병용요법은 단순히 MSD 항암사업부만의 전략은 아닙니다. 표준치료(SOC)를 가진 제약회사나 또는 바이오텍에서 계속해서 키트루다와 경쟁하거나 비교하기 위해 시도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키트루다가 표준치료제로서 백본으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결국 더 많은 약제와 함께 사용하는 조합, 그리고 더 많은 바이오마커에 대한 고민, 그 다음 조기 치료 단계로 얼마나 빨리 확대할 수 있느냐. 이 세 가지가 키트루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항암치료제 개발 또는 상업화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보다 정밀한 바이오마커가 나와서 지금의 키트루다가 가지 못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면 결국 넥스트 키트루다는 '키트루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국 '넥스트 키트루다'는 키트루다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개발 중인 많은 새로운 약제들이 키트루다를 기반으로 한 병용요법이고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새로운 연구도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키트루다를 활용한 연구가 더욱 많아져 조기에 암으로 생명을 잃는 환자들이 없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아태평양 지역에서 항암사업 지원에 역량을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나요.

"항암제 자체가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커머셜 사업부를 떠나서 임상, 정책, 대관 등 많은 부서로부터 지원받는다고 보면 됩니다. 현재 아태평양 항암제 커머셜 사업부는 7명으로 구성돼 있고, 우선 암종별로 담당 파트를 나누고 하위 개념으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준비하는 역할을 나눠서 맡았습니다. 

팀원들은 아태평양 지역 내 각 나라별 비즈니스 헤드 또는 마케팅 담당자와 협력해 암종별 전략을 수립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어떻게 준비할지 공동으로 준비합니다. 메트릭스 조직 구조를 바탕으로 해서 지역 본부가 각국 현지 조직을 지원하고 세부 전략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합니다.

무엇보다 키트루다 접근성 향상이 중요하지만, 최근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인원을 충원해 미래를 위한 포트폴리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키트루다는 모든 단계에서 항상 앞서 왔잖아요. 과학의 끝에는 감동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폐암 1차 급여를 포함해서 17개 적응증 급여 확대까지요. 다른 신약은 할 수 없었던 것을 키트루다는 하고 있고, MSD이기에 다른 제약회사가 할 수 없던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습니다.

"제가 오늘 말한 모든 내용은 결국 다 환자로 귀결됩니다. MSD는 사이언스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있고, 키트루다를 신뢰하는 의료진과 환자들, 정부 관계자와 형성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에 여러 장벽들을 넘어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제약산업계에서 본인처럼 아태 지역으로 나가서 일하는 한국인 출신은 또 정말 귀중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항암제 분야 전문성을 쌓으면서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가셨는데 이후의 개인적 방향은 무엇인가요.

"저 역시 제약산업에서 일하며 매일 배우고 있는 입장이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환자와 미래의 환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MSD 같은 제약회사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환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솔루션이 필요하며, 어떤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배운 인사이트로 새로운 해결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저는 항상 과학적 근거 생성과 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생각합니다. 두 가지가 어떻게 보면 상충되지만, 저는 완전히 상충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사이에 분명히 스윗스팟(sweet spot)이 있고, 환자 접근성과 과학적 근거를 만족하는 균형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혁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새로운 혁신 치료제가 탄생할 수 있으며, 이렇게 탄생한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걸로 생각합니다.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생태계가 가능한 빠르게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단기적으로 한국에서 키트루다 급여 적용이 확대돼 국내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최종 단계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소식을 듣게 된다면 무엇보다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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