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과 핵심공정은 이미 전세계에 공개된 범용화된 기술로 평가된다. 글로벌 젠뱅크에 등록된 관련 균주 역시 2200여개에 달해 사실상 자연적 산물인 유정물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재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공정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보호하고 있는 산업통산자원부의 정책과 제도는 국내 기업의 해외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독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툴니눔 톡신 제품의 대명사는 미국 앨러간(애브비)의 보톡스로 현재 관련 제품은 전세계 14개국 50여개 기업이 상업화에 성공해 균주와 기술적 가치는 이미 공유됐다 봐도 무방하다. 어찌보면 1940년대 톡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산츠 박사에 의해 인류에 공여됐음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관련 제제 세계 1/2/3위에 랭크된 보톡스(미국 애브비)/제오민(독일 멀츠)/디스포트(프랑스 입센) 등은 적응증을 확장하며, 시장 점유율 80~90%를 기록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나라만 유독 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기술은 기술난이도가 낮아 독점적 기술로 보호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학계/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인해 기술 이전 및 해외 진출에 제약이 발생하고, 제약바이오산업 성장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기업 간 기술 분쟁으로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고 있어 조속한 해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보툴리눔 톡신 수출 허가 지연으로 인한 기회손실액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외 품목 인허가 시, 산자부 기술자료 보안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최소 2~3개월에서 최대 6~8개월까지 소요돼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정량화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치러야 한다고 업계는 밝히고 있다. 때문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질병관리청 감염병예방법·테러방지법, 산업통상자원부 생화학무기법·산업기술보호법·대외무역법, 농림축산검역본부 가축전염병예방법, 식약처 약사법, 대테러센터 테러방지법, 국가정보원 테러방지법 만으로도 충분히 합목적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독일·프랑스 등 우리나라 보다 앞서 톡신 제품 개발에 성공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선진국 실례를 보더라도 균주 자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제약바이오산업을 옥죄고 있는 경우는 없다. 다만 미국은 일종의 대외무역법과 비슷한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수출통제개혁법을, 독일은 대외경제법·외국인직접투자통제법, 중국은 중화기술진출입관리조례·독마향약품관리제도·중화인민공화국수출통제법으로 안전에 무게 중심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낯부끄러운 점은 보툴리눔 균주 자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글로벌 젠뱅크에 등록된 관련 균주만 2200여개에 달하고, 국내 기업 상당수가 미국/유럽 등의 수입산 균주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배임에 가깝다. 실제로 유럽의 A톡신기업과 국내 B기업은 같은 균주 보관소에서 분양, 각각 40·10년간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입산 균주를 버젓이 초고도화된 물질인양 속여서 판매하는 것과 진배없고, 정말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외형은 10조원 정도로 이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이하다. 개별 기업들은 R&D 투자를 통한 치료/미용적 적응증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정부는 과감한 제도/규제 개선과 혁파를 통해 물심양면으로 산업육성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자연적 산물에 불과한 균주 자체와 인류에 공여된 공정기술을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족쇄와 올가미로 채워두는 것은 경제발전과 국부창출이라는 엄중한 국가적 사명에 대한 배신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산자부는 즉각 제약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보툴리눔 톡신 균주/생산기술과 관련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대한 방향성과 가늠자를 재설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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