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암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질환 자체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환자는 살아가는 동안 행복하게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완치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혁신신약이 있다. 기존 치료제는 중증·희귀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혁신신약은 단순한 '약'이라는 한계를 넘어 치료 접근성 확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영, 환자의 일상 회복까지 한국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혁신신약이 한국 사회에 어떤 사회적 가치와 영향을 미치는지 조망한다. [편집자주]

레주록200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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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가 고강도 항암 치료를 받은 후 혈액을 정상적으로 생성하는 정상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것은 재발을 막기 위한 최선의 치료법이다. 그러나 조혈모세포 이식 이후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요한 면역반응이 뒤따른다. 

공여자가 환자에게 넘겨 준 조혈모세포에는 숙주(환자)의 몸을 공격하는 면역 T-세포가 포함돼 남은 암세포를 죽이게 되는데, 이 면역 세포가 환자의 정상 세포를 이물질로 공격하는 것이다.

혈액암 환자(Host)에게 공여자 골수에서 추출한 조직(Graft)을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했을 때, 정상 면역을 가진 이식 세포가 숙주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뜻에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Chronic Graft-Versus-Host Disease, cGVHD)라고 부른다.

조혈모세포 이식 생착 후 면역 세포가 활성화 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약 50%의 환자에서 발생할 정도로 가장 흔합 합병증이며 피부, 위장관, 간, 폐 등 전신의 다양한 장기에서 증상을 일으켜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치명적인 중증 질환이다. 

실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재발을 제외한 혈액암 환자 사망의 37.8%를 차지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문제는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이 매년 증가(2023년 기준 총 1794건)함에 따라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식 환자 중 42%가 평균 3년 이내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을 겪으며, 66%는 이미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을 겪고 있다.

하지만 치료 전략에 공백이 있다.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모두 1차 치료로 권고하는 스테로이드는 장기 사용이 어렵다. 오래 사용할 경우 골다공증, 관절 괴사, 장기 부전증, 고지혈증, 위장 장애, 성장 저하 등 다양한 전신 부작용을 일으키는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 때문이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 96%가 1차 치료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만 70%는 2차 치료를 받으며, 이후 3차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50%에 달한다. 2차 치료에 실패한 경우 효과적인 3차 치료가 옵션이 부재한 상황에서 환자들은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조절제 등을 병용하는 방식으로 치료해야 했다. 여기에는 스테로이드 부작용과 경제적 부담이 뒤따랐다.

또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의 97%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경험하는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합병증이 감염(79.5%)이다. 전신에 다발적으로 발생한 증상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데 폐나 간에서 발생하는 숙주 반응은 특히나 치명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혁신신약이 사노피 레주록(벨루모수딜메실산염)이다. 레주록은 기존에 사용해오던 치료제와 달리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를 목표로 개발했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던 경우여도 폐나 간에서 숙주 반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제한적인 치료로 미충족 수요가 높았고, 환자들의 고통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신적·사회경제적 부담을 감내해야 했던 한국 환자들에게 레주록의 등장은 사회 활동이 힘들었던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한국 사회의 질병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제가 아닌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의 몸과 마음, 일상을 확보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레주록의 혁신신약 가치가 빛난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에 등장한 첫 번째 ROCK2 억제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숙주 반응이 전신에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중증도와 침범 장기에 따라 치료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1차 치료는 스테로이드 요법을 사용하지만 스테로이드 불응성인 경우 추가적으로 면역억제제, 면역억제 작용을 하는 항암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쓴다.

스테로이드 등과 같은 1차 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에서 2차 치료 이후 표준치료는 아직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자카비(룩소리티닙), 시롤리무스(허가 외), 리툭시맙(오프라벨) 등의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후 면역억제제를 추가하는 경우 감염 위험 증가 우려로 3제 이하 병용요법이 일반적이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주요 염증과 섬유화 유발 물질로 여겨지는 것은 ROCK2 (Rho-associated coiled-coil containing protein kinase 2) 신호 전달 경로이다. STAT3와 작용해 JAK2-STAT3 복합체 형성을 유도, Th17(염증성 T세포)과 Tfh(B 세포 항체 형성 T세포)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또한,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에서 고용량 화학요법과 방사선 조사로 손상된 흉선은 Treg (조절 T세포) 생성을 억제하는데 수여자 체내에서는 자가반응성 또는 이식편반응성으로 T세포 조절이 어려워져 만성 염증이 심해진다. 신체 면역 균형이 무너지면서 염증이 계속 과발현 되는 것이다.

레주록은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에 특화해 개발한 혁신신약이라는 점에서부터 기존 치료제와 시작을 달리한다.

ROCK2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는 의미는 STAT3 활성도를 감소시켜 염증을 유발하는 Th17과 Tfh 세포 발현을 현저히 줄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을 감소시킨다는 뜻이다. 반대로 염증을 억제한 Treg 세포 발현을 증가시키는 STAT5를 활성화시켜 면역 조절 효과를 보인다.

결국,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레주록은 ROCK2 신호 전달 경로만 억제함으로써 STAT3/STAT5 인산화 반응을 동시에 조절하고, Th17/Treg 균형 변화를 통해 인간 T세포에서의 염증 반응을 이중으로 감소시킨다. 

미국FDA는 2021년 7월 2상 임상만으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3차 이상 치료에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조건부 승인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24년 8월 '이전에 2차 이상 전신 요법에 실패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성인과 12세 이상 소아 치료'에 레주록을 승인했다.

▶사회적으로 위축된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

레주록 가치가 빛나는 것은 이식편대숙주질환이 한국 사회에 큰 손실을 주고 있어서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은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 하면서 사회적 단절과 경제력 상실을 겪게 된다. 노동력과 경제 활동 인구 감소는 한국 사회에 큰 손실이다. 환자 3명 중 1명은 직업을 잃거나 퇴사하며 5명 중 3명은 단축 근무를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질환 부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평가했다. 프레드 허친슨(Fred Hutchinson) 암 연구센터는 장기 연구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삶의 질, 직장 근무 여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경도, 중등도, 중증도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성인 환자 392명 중 26.7~39.4%가 건강상 문제로 직장생활이 불가능했다.

또한, 2020년 5~8월 미국에 거주 중인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5년 이내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진단을 받은 성인 환자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도 했다. 질병 중증도와 유병 기간에 관계 없이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은 단축근무(58.8%), 직종 변경(27.5%) 및 퇴사(33.8%) 등 고용 불안정 상태에 처해 있었다.

지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미국에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4만4450명이었으며 이들의 임금 손실은 미국 사회에 약 37조원(270억달러)의 노동 생산성 손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는 장기간 면역억제 요법 치료를 받아야 한다. 10년간 발생한 예상 의료비만 7조원(52억달러)이었다.

경제적 어려움 뿐만이 아니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은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중등도-중증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 중 32.1%는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30.2%는 불안감을 겪으며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 상태이다.

▶2차 이후 치료 공백 해소한 레주록, '환자 중심' 가치

기존 치료 실패 후 선택지가 거의 없던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에게 레주록의 등장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의미 있는 생존 연장과 삶의 질 회복 기회를 제공하며, 표준치료가 부재한 상황에 유일하게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혁신신약이다. 특히 기존 치료 공백을 해소한 '3차 치료 전략'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레주록 허가 근거가 된 'ROCKstar' 임상은 2차 이상 전신 요법에 실패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숙주 반응(2014년 NIH 기준)에 대한 완전 반응(CR) 또는 부분 반응(PR) 달성, 지속적인 치료 반응(DOR), 생존율(OS), 무실패 생존기간(FFS), 증상 평가척도(LSS) 개선, 스테로이드 용량 감소를 목표로 했다. 

ROCKstar 임상 결과, 우수한 치료 반응과 스테로이드 용량 감소 효과를 실제 확인했고, 안전성도 입증했다. 특히 1차 평가지표에서 레주록200mg 1일 1회 복용한 환자군에서 완전 반응(4명, 6%) 또는 부분 반응(45명, 69%)을 보인 환자는 총 49명이었고, 이들의 ORR은 75%(95% CI, 63-85)였다. 이전 치료에 실패해 3차 이상에 레주록을 사용했음에도 높은 치료 반응을 확인한 것이다.

레주록 임상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증상이 있던 모든 장기에 대한 치료 반응이다. 높은 반응율 뿐만 아니라 이전 치료제에서 개선을 보이지 못한 주요 숙주반응 장기인 관절, 간과 폐에서도 각각 71%, 39%, 26%라는 높은 반응율을 보였다.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의 미충족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3차 치료제로서 가치를 입증한 부분이다.

2차 평가지표인 최초 반응부터 재발, 비재발 사망 또는 새로운 전신 요법 시점까지 계산한 기간 중앙값은 1.9개월 (95% CI, 1.2-2.9)이었으며, 최초 반응까지 걸린 시간의 중앙값은 1.8개월 (95% CI: 1.0-1.9)이었다.  반응을 유지한 기간의 중앙값은 9.4개월로 반응을 보인 환자 62%(95% CI, 46-74)가 최소 12개월 동안 사망 또는 새로운 전신요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됐다.

레주록 투여군 64%가 스테로이드 용량 감소 효과를 봤으며 20%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중단하는 정도에 도달했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증상 평가척도인 LSS(Lee Symptom Scale) 점수를 보면 환자의 52%(95% CI, 40-65)에서 보고된 7주기 1일 동안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 치료 반응자에서 69%, 비반응자 29%에서 개선된 LSS 점수를 확인했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에서 완전 관해 또는 부분 관해를 달성한 후 치료를 유지하고,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이는 등 레주록이 보여준 효과는 기존 치료제들이 보이지 못 한 '가치'이다.

의료 현장에선 질환 심각성과 임상적 혜택을 고려해 레주록의 혁신신약 가치, 한국 사회에 줄 수 있는 사회적 부담 감소를 볼 때 시급히 건강보험 급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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