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암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질환 자체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환자는 살아가는 동안 행복하게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완치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혁신신약이 있다. 기존 치료제는 중증·희귀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혁신신약은 단순한 '약'이라는 한계를 넘어 치료 접근성 확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영, 환자의 일상 회복까지 한국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혁신신약이 한국 사회에 어떤 사회적 가치와 영향을 미치는지 조망한다. [편집자주]

한국릴리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
한국릴리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

[팜뉴스=김민건 기자]  한국릴리 CDK 4&6억제제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는 20년 만에 조기 유방암 치료를 변화시킨 혁신신약이다. 지난 2022년 11월 HR+/HER2- 림프절 양성으로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 성인 환자 보조치료로 내분비요법과 병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HR+/HER2- 조기 유방암 치료에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도입한 이후 20년 만에 재발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한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을 알린 것이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아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술 후 내분비요법 치료를 마친 뒤에도 5명 중 1명은 원격 전이를 포함한 재발을 경험한다. 조기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림프절 전이가 있고 ▲림프절 전이 개수가 많거나 ▲종양 크기가 크거나 ▲종양 등급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들은 암 재발 위험이 높다. 

버제니오는 이러한 높은 재발 위험 요인을 지닌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monarchE 3상 임상 연구 코호트1에서 2년 간 내분비요법과 병용 시 내분비요법 단독 투여군(대조군) 대비 유의한 재발과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고 안전성도 일관됐다.

버제니오가 한국에서 첫 허가를 받은 것은 2019년 5월이다. 당시 HR+/HER2-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처음 허가됐다. 국내 허가된 CDK 4&6 억제제 중 조기 유방암과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모두 사용 가능한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이다.

버제니오는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가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내분비요법을 진행할 때 초기 2년 간 함께 복용하면 된다. 해당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에서 버제니오를 2년 간 내분비요법과 함께 복용한 환자들은 내분비요법만 진행한 환자보다 재발 및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고, 2년 간 버제니오 복용을 마치고 내분비요법만 이어가더라도 이후 추가로 3년까지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버제니오+내분비요법 2년 투약 효과 5년까지 재발 감소

특히, monarchE 임상 5년 추적 연구를 눈여겨 봐야 한다. 2년간 버제니오+내분비요법 병용 치료를 마친 뒤 3년이 지난 치료 5년차 시점까지 버제니오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것을 확인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버제니오를 2년 간 내분비요법과 병용할 경우 치료 5년 시점에서 재발과 사망 위험(IDFS)은 내분비요법 단독 사용 환자 대비 약 33% 감소(HR: 0.670, 95% CI: 0.588-0.764; p<.001)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DFS 절대값 차이(코호트1 기준)는 2년차 3.2%p에서 5년차 7.9%p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안전성 관련해서 새로 확인한 내용은 없었다.

무엇보다 조기 유방암에서 버제니오의 재발·사망 감소 효과가 의미있고 가치 있는 것은 한국의 40~50대 젊은 환자에서 유방암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서양과 달리 폐경 전 유방암 발생 비율이 높다.

그런데 버제니오 monarchE 연구에서 하위 그룹 분석 결과, 폐경 여부나 병용하는 내분비요법 약제와 무관하게 버제니오를 사용하면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의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뒤바꿨다. 한국유방암학회,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국내·외 주요 유방암 가이드라인이 버제니오와 내분비요법 병용 치료를 HR+/HER2-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급여 정책을 마련할 때 약가 참조 비교 대상으로 삼는 제약선진국 A8 중 스위스 외 7개국과 주요 OECD 국가들은 버제니오 같은 CDK 4&6 억제제가 재발 위험이 높은 HR+/HER2- 조기 유방암에서 비용효과적인 치료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버제니오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도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버제니오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급여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이후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릴리는 2022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신청서를 두 차례 제출했으며 암질환심의위원회 결과는 모두 급여기준 미설정이었다.

버제니오가 보여준 임상적 효과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급여 적용이 매우 늦게 되고 있는 것인데, 국내 임상 현장에서 버제니오의 가치를 알고 있는 의료진에게는 의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에 혁신신약 이상의 가치 전달, 국민의 두려움 낮춰

버제니오가 한국 사회, 특히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얼마나 사회적 가치가 높은 혁신신약인지 보여주는 직접적인 장면이 있다. 바로, 버제니오 급여에 관한 국민동의 청원에서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올해 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청원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다. 

조기 유방암 자체는 생존율이 높다. 하지만 재발은 예측 불가능하며 림프절 전이가 있는 고위험군은 항상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단 2년을 버제니오와 내분비요법을 병용하면 5년 이상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버제니오 급여화는 정부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조기 유방암 보험인 셈이다. 5만 명 국민동의 청원 결과는 정부에 급여 정책의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버제니오 병용 치료를 받은 환자가 성공적으로 한국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버제니오가 단순히 혁신신약인 것을 넘어 한국 사회에 가정에 어떤 값으로도 치룰 수 없는 사회적 가치를 준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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