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높아지는 불확실성, 2025년 국내 제약업계 영업마케팅 전략은?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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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응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제약영업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제약사들 역시 비대면 채널을 적극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방식이 적용됐다. 바로 전통적인 대면 영업의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균형 잡힌 '하이브리드 영업 전략'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제약업계는 또 다른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대란 장기화와 트럼프 2.0 시대 개막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증가, 경기 둔화 가시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제약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어떤 영업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약사신문(팜뉴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국내 제약업계 전문가인 한국아이큐비아 이강복 상무를 만났다. 그의 인사이트를 약사신문 창간 38주년 창간특집으로 전한다.
# 국내 제약영업은 지난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큰 변곡점을 지났다.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 제약영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꼽는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제약영업 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한국 제약시장만의 특징적인 적응 양상이 나타났다.
우선,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동시에 대면 영업의 견고함이 두드러졌다. IQVIA Channel Dynamics 데이터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대면(F2F, Face to Face)과 원격(Remote) 상호작용(interaction)의 비중은 98%대 2%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을 계기로 제약사들은 줄어든 F2F 컨택을 Remote 채널을 늘렸는데, 이러한 비율은 엔데믹에 접어든 최근까지 96%대 4%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원격 및 디지털 채널과 같은 '비대면 채널'의 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2023년 5.7% 2024년 6.2%), 2019년 대비 2024년에는 77% 증가한 수치다.
또한 2023년 기준으로 e-디테링일의 전환율(conversion rate, 72%)이 대면 디테일링(66%)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됐다.
제약사들은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이메일 마케팅이나 웨비나와 같은 e-미팅에 대한 투자를 많이 늘려왔는데,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 채널의 효과를 경험한 결과라고 풀이된다.
다음으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 증가가 나타났다.
IQVIA가 제약사 영업방식에 대한 의료진의 만족도(NPS, Net Promoter Score)를 조사한 결과, 추천고객(Promoter)의 비중은 2019년 19%에서 2024년 24%로 상승했고 중립고객(Passive)은 2019년 36%에서 2024년 39%로 비율이 증가하며 의사들의 긍정적 경험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경험 개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제약영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국내 제약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적인 대면 영업의 가치를 유지하는 균형 잡힌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소위 '하이브리드 영업'이라고 불리는 비대면·원격 방식을 취한 제약사들도 다수 존재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영업의 장단점은 무엇이며, 대략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러한 방식이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하이브리드 영업은 전통적인 대면 영업과 디지털 채널을 전략적으로 결합한 모델로,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제약산업에 빠르게 정착했다.
하이브리드 영업의 장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유연성: 의료진과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높은 컨버전율과 고객 인게이지먼트: IQVIA Channel Dynamics 데이터에 따르면, E-Rep(e-detailing 전담 영업사원)에 의한 원격 디테일링의 컨버전(72%)이 대면 디테일링(66%)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메일 마케팅(58%)과 웨비나와 같은 온라인 컨퍼런스(54%)도 상당히 높은 전환율을 보이며, 다양한 채널을 통한 고객 접점 확대가 처방 의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용 효율성 증대: 디지털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이동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더 많은 의사 접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제약사들은 디지털 도구 도입을 통해 ROI(투자 대비 수익률, Return on Investment)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데이터 기반 맞춤화: 디지털 채널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의사별 선호도와 행동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2023년 HCP(의료진, HealthCare Professional) 인식 조사에서 88%의 의사가 제약사 정보의 적시성과 관련성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결과로 입증됐다.
반면에 하이브리드 영업의 단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꼽을 수 있다.
채널 활용의 불균형: IQVIA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제약사의 프로모션 투자에서 대면 디테일링이 여전히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채널의 잠재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e-디테일링은 전체 투자의 0.1%에 불과해 개선 여지가 크다.
기술적 제약 및 환경 차이: 화상영업 시스템 활용 시 접속 장애나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의사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약사들로서는 시스템 안정성과 사용 편의성 개선이 지속적인 과제로 작용한다.
채널 통합의 어려움: 디지털 채널과 전통적인 대면 채널 간의 '일관성 부재'는 실제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고객들이 같은 제품에 대해 다른 메시지를 받게 되면 혼란이 생기고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통합된 옴니채널(Omni channel) 전략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채널 선호도 불일치: 고객별 선호 채널을 파악하지 못하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디지털 접근을 선호하는 의료진에게 지속적인 대면 방문을 시도하거나, 반대로 대면 소통을 선호하는 의료진에게 디지털 접근만 시도하는 경우 오히려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하이브리드 영업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제약사들은 주로 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하며 디지털 채널은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이루고 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면-비대면 영업바식 비율은 96:4로 다른 주요국(▲일본 57:43 ▲중국 61:39 ▲미국 87:13)들과 비교했을 때, 대면 채널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주목할 점은 의사들의 88%가 제약사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관되게 접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의 옴니채널 전략이 효과적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리하자면, 국내 제약사들의 하이브리드 영업은 '디지털로의 전환'보다는 '대면 영업을 디지털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대면 접촉의 중요성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 엔데믹 이후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 방식 중에서 특징적으로 바뀐 부분이 있는지? 만약 바뀌었다면 어떤 형태로 바뀌었는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엔데믹 이후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 방식은 팬데믹 이전 상태로의 단순 회귀가 아닌, 위기 동안 습득한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크게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관찰된다.
첫째, 전략적 채널 최적화가 가장 두드러진 변화다. IQVIA Channel Dynamics 데이터 따르면, 2023년 F2F(대면) 디테일링 투자가 7% 증가하며 전통적 영업 활동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메일(44%↑), e-디테일링(11%↑), 소셜 미디어나 앱(app) 같은 디지털 기타 채널(8%↑)의 투자 증가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는 제약사들이 대면 영업을 기본 축으로 삼되, 디지털 채널의 효율성과 도달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조직 구조 및 인력 운영 방식의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전통적 영업 인력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영업 조직 통폐합과 영업대행조직(CSO) 체계로의 전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인해전술(人海戰術)'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셋째, 의사의 채널 선호도와 실제 제약사 활동 간의 불일치가 중요한 개선 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분석 결과, 디지털 인게이지먼트(Digital engagement)를 매우 선호하는(81~100%) 의료진 그룹조차 실제로는 21%만의 디지털 프로모션만 받고 있어,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이는 제약사들이 의료진의 디지털 니즈(Digital needs)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더욱 정교한 고객 인사이트 기반의 채널 전략이 필요함을 뜻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엔데믹 이후 국내 제약사들은 '한국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팬데믹 기간 축적된 디지털 역량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면 활동의 관계 구축 가치를 결합한 접근법이다.
향후 이 모델은 더욱 정교해져 개별 의료진의 선호도와 행동 패턴에 기반한 맞춤형 전략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단순한 채널 다변화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과 고객 중심 접근법이 결합된 새로운 영업 패러다임의 등장을 의미한다.
'[창간특집] 높아지는 불확실성, 2025년 국내 제약업계 영업마케팅 전략은? -하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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