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이하 DLBCL)은 갑상선암과 폐암, 유방암처럼 '5대 암'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대한혈액학회 이사장)는 "혈액암 중에서 정말 치료가 필요한 환자 비중과 국민을 괴롭히는 정도를 보면 가장 중요한 질환이 DLBCL"이라고 단언했다.
고령화로 암에 걸리는 것은 더 이상 '남의 일' 아닌 시대가 됐다. DLBCL 역시 마찬가지다. 비호지킨 림프종의 40%를 차지하는 DLBCL은 1차 치료로 끝나지 않는다. 2·3차 치료가 이어질수록 완치 가능성이 줄어들고, 반대로 경제적 부담과 가족의 고통은 커진다.
김 교수는 수능 시험에 비유해 "DLBCL은 확실한 1차 치료가 중요하고, 재발한 경우에도 2·3차 치료로 끝내자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로슈는 25일, DLBCL 치료 전략을 논의하는 미디어 세미나를 열었다.
김 교수는 국내 치료 환경을 언급하며 DLBCL 치료에 등장한 한국로슈 폴라이비(폴라투주맙 베도틴)와 컬럼비(글로피타맙)가 얼마나 혁신적인 약이며, 임상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졌는지 설명했다.
폴라이비는 DLBCL 치료에서 최초로 허가된 항체약물결합체(ADC) 기전으로 현행 1차 표준요법인 R-CHOP(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 독소루비신, 프레드니손)과 함께 병용해 'POLA+R-CHP' 요법으로 불린다. 20년 만의 1차 표준치료 요법의 등장이다.
컬럼비는 재발·불응성 DLBCL 치료를 위해 완성형(Off the shelf)으로 출시된 이중특이항체 기전이다. 2차 치료에서 컬럼비+GemOX(젬시타빈+옥살리플라틴) 병용으로 사용된다. 기존 2차 치료의 표준 항암화학요법인 리툭시맙-GemOX(이하 R-GemOX)를 대체하는 치료 전략이다.
◇DLBCL 치료의 미충족 수요 '40% 재발·불응'
R-CHOP 요법은 20세기 말부터 DLBCL 1차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환자를 살려냈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40% 환자가 재발·불응을 겪게 된다.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는 암세포 내성을 획득한다. 이후 치료에는 다른 세포독성항암화학요법을 더 강하게 사용하는 '구제항암요법'을 쓴다.
문제는 1차 치료 이후 고강도 구제항암요법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하고, 치료 반응이 있어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하다. 이식 받아도 다시 재발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1차 치료 이후 50%만 구제항암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하다.
결국 나머지 재발·불응성 DLBCL 환자는 1차 치료에 R-CHOP, 경구 표적치료제, 맙테라와 비슷한 항체치료제 등을 써야 하고, 제한적인 효과로 아직도 '미충족 수요'로 남아 있다.
◇20년 만에 표준치료 넘은 폴라이비, PFS 1차 엔드포인트 의미
폴라이비는 암세포의 B세포에서 발현되는 CD79b 항원을 표적하는 ADC 약제로, CD79b를 추적하는 항체 끝에 강력한 세포독성 항암제를 연결해 표적이 되는 B세포로 정밀하게 전달하는 기전이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1차 표준치료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폴라이비가 '20년 만에 1차 표준치료'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게 된 계기는 POLARIX 글로벌 3상 연구 결과이다. 김 교수는 이 연구에서 1차 엔드포인트, 즉 가장 핵심적인 목표로 무진행생존율(PFS)을 설정한 것과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DLBCL 임상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새로 진단된 환자'의 등록이다. 진행이 매우 빠른 공격적인 암종 특성상 3·4기 환자는 임상 참여하는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폴라이비를 사용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도 기존 표준치료인 R-CHOP을 쓸 수밖에 없다. 1·2기 초기 환자들은 신약을 쓰는 게 나을지, R-CHOP 요법을 받는 게 도움이 될지 많은 고민을 한다.
결국 임상 대조군에 R-CHOP 요법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료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괜찮은 환자들이 참여하게 되고 새로운 신약이 1차 평가변수에서 통계적 우위를 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간 무수히 많은 3상 연구들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폴라이비와 R-CHP 병용은 기존 표준요법 대비 무진행생존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폴라이비 병용군의 5년 무진행생존율은 64.2%로 R-CHOP(59.1%) 대비 23%나 개선했다.
김 교수는 "폴라이비의 무진행생존율 개선은 지금껏 어떤 치료제도 이루지 뭇한 성과로, 전체생존율 지표가 아니라고 폄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진행생존율 개선은 1차 치료에서 재발·불응성 환자가 줄어 2차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하위 분석에서 모든 그룹에 결과가 개선됐고 그만큼 2차 치료로 넘어가는 환자가 줄었다"며 "2·3차 치료를 받으면 삶을 허비하는 것을 1차 치료에서 막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선한 효과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NCCN 가이드라인은 폴라이비 병용요법을 DLBCL 1차 치료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카테고리1로 권고한다.
◇재발하면 죽느냐 사느냐 문제, 생존율 40% 개선
김 교수는 "DLBCL은 한 번 재발하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며 컬럼비가 전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표준 구제항암요법인 R+GemOX 대비 유의한 생존율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컬럼비는 암세포의 B세포에서 발현하는 CD20 항원과 T세포에서 나오는 CD3 항원을 '이중 표적'하는 항체 기전이다. 기존 CD20 표적치료제 맙테라가 암세포만 붙잡고 면역세포가 공격하길 기다렸다면, 컬럼비는 T세포를 암세포 쪽으로 데리고 와 싸움을 붙이는 인게이저(engager) 역할을 한다.
컬럼비의 이중특이항체 기전은 실제 임상 연구에서 효과로 이어졌다. 핵심 연구인 글로벌 3상 STARGLO 연구의 2년 추적 분석 결과, 컬럼비+GemOx 병용군 무진행생존기간은 13.8개월로, R+GemOx 투여군의 3.6개월 대비 약 4배 연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완전관해율에 도달한 이후 지속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컬럼비 병용군의 완전관해율은 58%로 기존 표준요법 대비 2배 이상 향상을 보였다.
무엇보다 관해에 도달한 환자는 1년 이후에도 반응을 유지하는 비율이 82%에 달했다. 컬럼비는 8주기 고정 투약 요법을 한다. 투약 이후에도 많은 환자들이 장기 생존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김 교수는 "다른 치료제도 관해에 도달하는 비율은 높지만 지속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컬럼비로 완전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았고 부작용도 더 낮았다"고 말했다.
컬럼비의 이중특이항체 장점이 DLBCL 치료에서 완전관해에 도달한 확률도 높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