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4일, 영국 King's College London의 Francesco Rubino 교수의 주도하에 전문가 그룹(58명)은 "Definition and diagnostic criteria of clinical obesity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Commission, 13: 221-262)"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전문가 그룹(Lancet Commission)이 제시한 권고안은 최고 수준의 합의(90~100%)를 거쳤고, 과학 학회와 환자 권익 단체를 포함한 전 세계 75개 이상의 기관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기반 비만 측정법은 비만도를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할 수 있어서 개인의 건강에 대한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여 의료나 정책 설정에 타당한 접근을 저해할 수 있다. 임상적 비만은 다른 만성 질환처럼 장기나 조직의 기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질병 상태이다.
비만은 지방 조직의 비정상적인 분포 또는 기능에 상관없이 지방 조직이 과도한 상태를 특징으로 하며, 그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임상적 비만은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인해 조직, 장기, 개체 또는 이들 조합의 기능이 손상된 만성적이고 전신적인 질환으로 정의되었다.
연구자들은 비만을 임상 전 비만과 임상적 비만으로 구분하였고, 임상적 비만은 말단 장기의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합병증(예: 심장마비, 뇌졸중,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임상 전 비만은 지방의 과도한 축적이 있지만 다른 조직 및 장기의 기능은 보존되고 있는 상태로서 임상적 비만과 기타 비전염성 질환(예: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특정 유형의 암, 정신 질환)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는 상태이다.
BMI는 개인의 건강 지표가 아닌, 인구 집단 수준에서 건강 위험을 측정하는 대리 지표로서 역학 연구 또는 선별 검사 목적에만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과도 비만의 진단을 위해 체지방을 직접 측정하거나, BMI 외에 적어도 하나의 인체 측정 기준(예: 허리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을 사용하되, 나이, 성별, 민족에 적합한 검증된 방법과 기준을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BMI가 아주 높은 사람(예: >40kg/m²)의 경우는 과도 비만으로 가정·진단할 수 있으며 실제로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 장기나 조직의 기능 이상 여부와 관계없이 비만 상태가 확인된 사람은 임상적 비만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임상적 비만의 진단을 위해서는 다음 주요 기준 중 하나 또는 둘 다가 필요하다.
① 비만으로 인한 장기 또는 조직 기능 저하의 증거(예: 하나 이상의 조직 또는 장기 시스템의 기능에 이상을 보여주는 징후, 증상 또는 진단 검사)
② 비만이 운동과 기타 기본적인 일상생활 활동(예: 목욕, 옷 입기, 화장실 사용, 배변 조절 및 식사)을 제한하는지
임상적 비만이 있는 사람은 비만의 임상적 증상을 개선 또는 완화하고 말단 장기 손상으로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근거에 기반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상 전 비만인 사람도 근거에 기반한 건강 상담, 시간 경과에 따른 건강 상태 모니터링, 그리고 임상적 비만과 기타 비만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중재를 받아야 한다. 정책 입안자와 보건 당국은 임상 비만 환자에 대해 적절하고 공평한 조치를 보장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여 비만의 유병률을 줄이기 위한 공중 보건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비만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서 체중에 따른 편견과 낙인은 심각한 장애 요소이다. 권고안에 대한 전반적 교육이 필요하다.
그 이후 다수의 연구자가 "비만의 새로운 정의"에 대한 견해를 밝혔는데, 지난 9월에 미국 Johns Hopkins 의과대학의 Michael J. Blaha 교수와 동료들이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23: 101281에 "B는 체지방을 의미함: 예방 심장학 클리닉에서 새로운 임상적 비만 정의의 실제 구현(B is for body fat: a practical implementation of the new clinical obesity definition into preventive cardiology clinic)"이라는 주목할 만한 해설(Commentary)을 내어놓았다.
Lancet Commission이 과도한 체지방과 이로 인한 대사적 영향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비만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발표했는데, 죽상동맥경화증 위험 요인을 규명하는 골격(framework)인 심혈관 예방의 ABC 모델을 활용하여 이 새로운 정의를 임상 실무에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개선·증진하기 위해 미국 심장 협회(AHA)가 제시한 건강 기준을 단순화한 ABC 프레임워크에서 A는 위험 평가, 항염증, 항혈소판/항응고 요법을 나타내고, B는 체중과 혈압을, C는 금연과 콜레스테롤을, D는 꿈(수면), 식이요법, 디지털 건강 및 당뇨병을, E는 일상 활동과 운동을, F는 환경 요인을, G는 유전학을 나타낸다. 저자는 B에서 체중을 "체지방"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WHO는 BMI를 기준으로 비만을 분류하며, BMI 30kg/m²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고, 그 정도에 따라 1급(30~34.9kg/m²), 2급(35~39.9kg/m²), 3급(≥40kg/m²) 또는 중증 비만으로 세분화한다.
BMI는 지방과 순수 근육량을 구분하지 않고, 내장 지방 분포를 설명할 수 없으며, 장애 또는 기능적 장애를 예측할 수 없고, 비만 관련 장기 기능 장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일부 특정 집단에서 비만의 결과가 과소평가 또는 과대평가된다.
이전 심혈관질환(CVD)의 ABC mnemonic에서 "B는 체중을 의미합니다"를 "B는 체지방을 의미합니다"로 수정하도록 제안했는데, 이는 체중만으로 비만을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BMI가 근육 비율이 높고 지방 비율이 낮은 운동선수의 비만을 과대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중과 BMI는 흡연, 악성 종양 및 허약함과 같은 요인이 부정적인 심혈관 상태와 연관성에서 U자형 곡선을 보인 반면, 내장 지방과 이소성 지방 패드는 BMI와 관계없이 심혈관질환 위험과 비례적 상관성을 보이고, 내장 지방은 허리둘레와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과도 비례적 상관성을 보였다.
비만은 BMI와 허리둘레의 영역별 임계치에 따라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BMI와 허리둘레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경우,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나 허리 대 키 비율이 비만을 식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추가해서 영상기기로 지방량을 평가하는 것이 좋다.
비만이 정확하게 진단되면, 포괄적인 병력 청취 및 신체 검진을 통해 과체중의 임상적 징후를 식별하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 화학 검사, 심전도, 심초음파, 관상동맥 칼슘 스캔, 지질 패널, 수면 검사, 간 초음파 탄성파 촬영 등의 후속 진단 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
BMI와 허리둘레의 종단 평가(Longitudinal assessment, 시간에 따른 변화를 평가)로 전반적인 위험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고 근육 대비 지방의 기여도를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BMI와 신체 평가와 더불어 비만에서 나타나는 아래 그림의 증상이나 질환 중 하나 이상을 보일 때 임상적 비만으로 정의하고 BMI가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아래 그림의 증상이나 질환이 없을 때 전임상 비만으로 판단했다.
임상적 비만 관리 방안으로 건강한 식단과 신체 활동(운동), 약물치료, 수술 등이 있다. 식이 조절은 임상적 비만과 심혈관 질환 위험의 개선에 유효하다. 포화 지방, 첨가당, 정제 탄수화물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며 가공식품의 섭취는 그 위험도를 더 높인다.
AHA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 식단으로 다양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생선과 가금류의 살코기 단백질, 불포화 지방, 가공식품과 첨가당의 최소화, 섬유질 증가, 나트륨 섭취 감소, 알코올 섭취 제한 등이 제시되었다.
비만 환자가 체중 감량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량보다 하루 500~750kcal를 결핍시킨 식이요법이 권장된다. 식물성 식단, 고혈압 방지 식이요법 또는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특정 식단은 혈압과 공복 혈당, 콜레스테롤치를 개선하고 체중을 조절하여 CVD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운동은 심혈관계 건강에 도움이 되고 에너지를 소모하여 체중을 줄인다. 현 지침은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주당 최소 150분 또는 고강도 활동을 주당 75분 권장한다. 규칙적인 운동 요법(예: 하루 10,000보)은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있다.
운동이 체중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운동은 내피 기능과 인슐린 민감성, 지질 대사, 염증, 내장 지방 증가를 포함하여 여러 면에서 심혈관계 건강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BMI가 높더라도 심폐 기능(cardiorespiratory fitness)이 정상인 사람들은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적 비만을 치료하고 CVD를 감소시키기 위해 약물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리스타트(orlistat)와 Topamax 정제(phentermine-topiramate), 날트렉손-부프로피온(naltrexone-bupropion), GLP-1/GIP 수용체 효능약의 사용을 허가하였다.
특히, GLP-1/GIP 수용체 효능약 중 일부는 임상시험에서 체중의 10~15%를 감소시키고 CVD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비만(BMI ≥27) 상태지만 당뇨병이 없는 성인 시험자에서 GLP-1 수용체 효능제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2.4 mg, Wegovy)가 CVD 위험을 줄이는지 평가한 대규모 임상시험(SELECT trial)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처치가 4년 동안 체중을 10% 감소시키고 추가 CVD의 절대적 위험을 1.5% 감소시켰다.
다른 연구에서도 GLP-1/GIP 효능제가 당뇨병과 수면 무호흡증, 대사 관련 간 질환의 개선 등의 효과를 나타내었다. 비만 치료제로서 GIP 효능제와 글루카곤 작용제, 아밀린 유사체, 액티빈 수용체 길항제, 칼시토닌 작용제, 펩타이드 YY 화합물 등의 신약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수술요법은 약물보다 더 큰 체중 감소와 심혈관 위험 요인 개선을 제공할 수 있다. 2022년 ASMBS(American Society for Metabolic and Bariatric Surgery) 지침은 비만 환자 수술의 적응증을 확대하여 현재 BMI ≥35kg/m², BMI 30~34.9kg/m² 및 대사 관련 질환(예: 당뇨병,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개인 또는 특정 인구(예: 아시아인)에서 대사 관련 질환이 있는 BMI ≥27.5kg/m²인 환자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수술요법으로 Roux-en-Y 위 우회술, 슬리브 위절제술, 슬리브 위절제술을 포함한 단일 문합 십이지장 회장루술(SADI-S)이 있으며, 수술요법은 일반적으로 첫해에 초과 체중의 50~70%를 감량할 수 있다. 수술로 혈압과 지질 수치, 혈당 조절 등 여러 심혈관계 위험 요인을 개선할 수 있다.
대규모 코호트 연구와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술요법은 주요 심혈관계 부작용과 뇌졸중, 심부전,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평가에 대한 중요한 과제는 현재 임상시험과 보험 적용이 BMI 기준에 의존한다는 점인데, 수많은 연구에서 허리둘레가 내장 지방과 심혈관 결과의 강력한 독립적 예측 인자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회 지침, 규제 프레임워크, 제약 기관 및 임상 교육을 통해 일상적인 임상 실습 현장에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비만 유병률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나 치료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비만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치료 요법을 고도화하는 것은 대사성 질환의 예방뿐만 아니라 CVD와 발암의 예방에도 중요한 요소이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을 연장·강화하기 위해 칼로리보다 영양을 우선하도록 진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달고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의 섭취에 따른 Euphoria의 보상 기전에 자유롭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개발된 약물의 효용이 희망적이다. 다음 칼럼에서 약물 요법에 관해 치밀하게 고찰하고자 한다.
글. 청론보건연구소 정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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