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의 2010/2016년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단 한 줄의 고시로 30만 제약인과 국민 신뢰를 흔들었다. 행정의 이름으로 내려진 결정은 산업을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고립시켰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바이오 기술 경쟁력을 가둔 셈이다.
당시 산자부 일부 전문위원은 이 결정을 내릴 만한 국제적 지식과 통찰을 갖추고 있었을까. 세계가 공개와 공유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안, 한국은 ‘기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닫았다. 균주 보호라는 명목 아래 산업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가 되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이미 글로벌 젠뱅크(GenBank)에 차고 넘치게 등록되어 있었다.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 어디에서도 균주 자체를 국가 기밀로 분류하지 않았다. 균주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연구와 안전을 위한 공공 자산이었다. 이를 몰랐다면 전문위원 자격 미달이고, 알면서도 묵살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문제는 이 결정이 긴급하거나 불가피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충분한 검토와 공청회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산자부는 밀실에서 고시개정을 밀어붙였다.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사를 떠올려보자. 제갈공명이 남만 정벌 중 역병에 시달릴 때였다. 미신에 빠진 병사들은 “사람의 머리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생명을 해치지 않았다. 대신 밀가루로 사람 머리 모양을 빚어 제물로 바쳤다. ‘기만할 만’ ‘머리 두’, 그것이 바로 만두의 설화적 유래다.
제갈량은 허상을 만들어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형식을 만들었다. 그 차이가 바로 지략과 기만의 경계이며, 행정의 양심이 시험받는 지점이다.
산자부의 결정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은폐’를, ‘심의’라는 이름으로 ‘독단’을 정당화했다.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단독 지정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보호의 명분은 있었지만, 실익은 없었다. 산업은 위축되고 연구는 지연되며, 기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전문위원이라면 국제 트렌드와 법적 정합성을 냉정하게 검토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막연한 우려와 내부 논리에 기대어, 책임 있는 판단 대신 ‘형식’만 남겼다.
결과는 뼈아프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대신 ‘규제’에 갇혀 성장 기회를 잃었고, 해외 연구협력은 위축되었으며, 기술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 수년간 축적된 경쟁력이 한 줄의 행정문서 아래 무너진 것이다.
산자부는 지금까지 당시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회피하고 있다. 전문위원 명단은 비공개, 회의록도 베일에 싸여있다. 국민 앞에 책임지는 행정이라 보기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보호’가 아니라 ‘행정 보호’였다. 행정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의 산업을 희생시킨 셈이다.
산업정책은 지혜와 양심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형식의 지혜만 있고 본질의 양심이 빠진다면, 그것은 언제든 국민을 속이는 ‘가짜 행정’으로 전락한다.
이제라도 산자부는 2016년 톡신 균주 포함 이라는 시대착오적 고시개정의 전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숨길수록 신뢰는 더 멀어진다. 국민과 산업이 바라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진실이다.
역사는 언제나 본질을 외면한 행정을 기억하지 않는다. 제갈량의 만두는 허상이었지만 인의(仁義)가 있었다. 산자부의 고시는 진짜였지만, 그 속엔 양심이 없었다.
행정의 허상으로 국민을 속이는 일은 가장 비열한 지략이다. 그것이 바로 ‘기만할 만’ ‘머리 두’, 시대정신을 외면한 기만행정의 뼈 아픈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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