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재훈 청론보건연구소장
사진. 정재훈 청론보건연구소장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비만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위고비(Wegovy, Semaglutide)'와 '마운자로(Mounjaro, Trzepatide)' 등과 같은 비만 치료제를 처방하고 투약하는 약물 오남용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만 치료제의 처방과 투약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위법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 등 해외까지 나가서 비만 치료제를 구입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가히 '비만 치료제 투약 열풍'이라 할 만하다. '외모 지상주의'와 '날씬함의 기준에 대한 잘못된 인식', '날씬함=건강함=성공', '날씬함에 대한 사회적 압박', '약물 사용 위험에 대한 주의 부족' 등과 같은 인식이 불러온 열풍이라 할 수 있다. 비만은 풍부한 먹을거리와 포만감의 뒷면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먹기를 탐하면서 비만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비만과 비만 치료제에 관한 이야기를 몇 차례에 나누어 정리하고자 한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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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가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비만은 체내에 지방이 정상보다 더 많이 축적된 상태로,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몸무게(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kg/㎡ 이상인 상태를 말한다.

체질량지수 23.0~24.9kg/㎡를 비만 전단계(과체중), 25.0~29.9kg/㎡를 1단계 비만, 30.0~34.9kg/㎡를 2단계 비만, 35.0kg/㎡ 이상을 3단계 비만(고도 비만)으로 구분한다.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남성은 90cm, 여성은 85cm 이상일 때 복부비만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은 BMI 25 이상을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다만, 몸무게가 무겁더라도 근육량이 많고 체지방이 적으면 비만으로 보지 않는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의 발병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에 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올해 8월 Lancet에 성인 비만 환자 유발률을 추정한 연구 결과(Lancet 2025; 405: 813~38)가 발표되었는데, 논문에서 "과체중과 비만은 전 세계적 유행병(Overweight and obesity is a global epidemic)"으로 묘사되었다.

저자는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성인 과체중과 비만 유병률의 세계적, 지역적, 그리고 국가적 추세를 분석하고, 이에 기초하여 2050년까지의 미래 유발률 경향을 예측했다.

2021년에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해 371만 명이 사망하였고, 장애보정생명년(DALY;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과 장애로 인해 건강하게 살지 못한 총 연수를 합산한 지표)이 1억 2천9백만 년으로 분석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과체중과 비만과 관련된 DALY율은 15% 이상 증가하였고, 이를 최고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정하였다. 최근 전 세계 예측 연구에 따르면, 비만의 지속적 증가로 2050년에 13억 1천만 명 이상이 당뇨병에 걸릴 것으로 예측되었다.

게다가 비만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비만과 관련된 암 발생 건수도 207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만 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경제적 관점에서, 2035년까지 비만으로 인해 전 세계 GDP가 2.9% 감소하여 4조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되었다.

1990년과 2021년 사이에 전 세계 및 지역 수준에서 과체중 및 비만율이 모든 국가에서 증가했고, 2021년 기준 비만 성인 남성은 10억 명, 비만 성인 여성은 11억 1천만 명이었다. 이는 전체 성인 인구의 45.1%에 해당한다.

나이 표준화 처리 후 과체중과 비만의 유병률이 가장 높은 곳은 오세아니아, 북아프리카, 중동 국가였으며, 이들 국가 중 다수는 유병률이 80%를 넘는 것으로 보고했다. 1990년과 비교했을 때, 전 세계 비만 유병률은 남성의 경우 155.1%, 여성의 경우 104.9% 증가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2050년에 과체중과 비만 성인 인구는 38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절반을 넘는 수치이다.

그림 . 2021년, 25세 이상 성인 남녀에서 과체중 및 비만의 연령 표준화 유병률 추정. [출처: Lancet 2025; 405: 813~38]
그림 . 2021년, 25세 이상 성인 남녀에서 과체중 및 비만의 연령 표준화 유병률 추정. [출처: Lancet 2025; 405: 813~38]

연구자들의 조사·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성인 과체중과 비만 유발의 증가율을 성공적으로 억제한 국가는 없으며,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과체중과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구 증가율이 높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비만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따라 비만 관련 질병 부담도 더 증가할 것이다. 보건 전문가들과 정책 결정자들은 비만을 단순한 건강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처사임을 경고했다.

연구자들은 비만이 현재와 미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 중 하나이며, 지역, 국가, 그리고 전 세계에 전례 없는 위협을 유발할 것이기에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HS)는 기아의 시대를 견딜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 HS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잉여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생리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생명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였다.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고, 그 음식을 섭취하면 정신적 보상을 누릴 수 있도록 유전적·신경학적 진화를 확대하였다. 과거 HS가 생존을 위협하는 기아에 대비하기 위해 단맛과 기름기가 넘치는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했다면, 현 HS는 생존을 연장·강화하기 위해 칼로리보다 영양을 우선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식탁이 저열량·고영양 음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여전히 달고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의 섭취에 따른 euphoria의 보상 기전에 자유롭지 않다. 생존의 연장·강화를 위한 식생활과 고칼로리 보상 기전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고칼로리 보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식욕억제제'의 투약이다. 그런데, 이 또한 생존의 연장·강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난리다.

글. 청론보건연구소 정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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