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K-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들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유망한 산업이 국내에서는 ‘보호’라는 명분 아래 겹겹이 둘러싸인 규제의 족쇄에 묶여 신음하고 있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지 않는다면, K-바이오의 글로벌 도약은 구호에 그칠 것이다.
현재 국내 보툴리눔 산업은 여러 부처에 걸쳐 얽힌 ‘규제 미로’에 갇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보호법」, 질병관리청의 「감염병예방법」 등 최소 5개 이상의 법률이 각기 다른 잣대로 기업을 통제한다. 하나의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여러 부처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옥상옥’ 규제 탓에, 업계는 연간 최대 1,000억 원에 달하는 기회비용을 허비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살아있는 미생물인 ‘보툴리눔 균주’를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조치다. 법이 보호하려는 ‘기술’은 무형의 지식 정보지만, ‘균주’는 명백한 유형의 물질이다. 75개 국가핵심기술 중 유일하게 ‘물건’을 기술로 지정한 법리적 모순이다. 더우기 보툴리눔 균주는 전 세계 자연계에 널리 분포하며, 생산 공정 또한 대부분 공개된 범용 기술에 가깝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들여온 ‘외래 균주’를 우리만 ‘핵심기술’로 묶어두는 ‘나 홀로 규제’의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합리한 규제가 왜 유지되는가? 그 배경에는 산업기술통상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의 폐쇄적인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부패의 필수 조건인 ‘비공개’ 운영과 ‘장기 연임’이 가능한 구조 속에서 외부의 감시와 견제로부터 자유로운 ‘그들만의 왕국’이 만들어졌다. 이는 혁신을 가로막는 ‘부패 균주’가 자라나기에 최적의 배양조건을 갖춘 셈이다.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해제 요구를 외면하고, 이제 기득권이 돼버린 1~2개 업체에 종속되어버린 현실은 암담하다. 이제는 공론화되어 그들의 왕국 속에 오랜 기간 갇혀 있던 "보툴리눔 균주와 생산기술"을 끄집어내어 세상에 내놓고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불합리한 규제는 국내 기업 간 소모적인 ‘균주 전쟁’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되었고, K-바이오 산업 전체에 ‘코리아 리스크’라는 불확실성만 키웠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마저 기업 간 분쟁에서 해당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결하며 규제의 근거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제는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생물안보는 유지하되, 절차는 간소화하고 중복은 제거한다”는 원칙 아래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법리적 모순과 실익이 없는 ‘보툴리눔 균주’와 ‘범용화된 생산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서 제외하고,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인 ‘특화된 고순도 배양·정제 공정기술’에 한정하여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 위에 군림하는 ‘규제 감시자’가 아니라, 함께 뛰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투명하고, 공정하며 책임 있는 기구로 혁신하고, 규제의 족쇄를 풀어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결단이 시급하다. K-바이오 산업이 스스로 만든 규제의 감옥에서 벗어나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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