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천연 비타민 D 유사체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Structure based in silico screening of natural Vitamin D analogs for targeted and safer treatment of resistant multiple sclerosis)가 Scientific Reports( 15:29321)에 발표되었다.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에서 비타민 D가 면역 반응의 조절을 통해 MS의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타민 D 수용체 활성화 장애로 고용량 비타민 D 요법에 저항성을 보이는 사례가 많아서 이 요법의 적용이 제한된다.
연구자들은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MS 환자의 치료 요법으로서 천연에 있는 비타민 D 유사체의 잠재력을 탐구했다. 비타민 D와의 구조적 유사성이 확인된 317개의 천연 라이브러리(phytochemicals)를 확보하여 분자 도킹 기법을 통해 비타민 D-수용체에 대한 결합 친화도를 평가하고, ADMET 프로파일링을 통해 약동학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가장 높은 결합 친화도(Ki= 1.13 nM 및 1.33 nM)를 보인 2종의 화합물(그림 1)은 양호한 위장관 흡수율과 혈액-뇌 장벽 통과력을 보임으로써 다발성 경화증 치료에서 고용량 비타민 D 요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에 부응하여 이번 칼럼에서는 비타민 D 요법의 기초가 되는 비타민 D의 화학을 정리하였다.
# 비타민 D의 생합성
비타민 D는 세코스테로이드(secosteroid)로 고리 하나가 손상된 스테로이드이다. 지용성 세코스테로이드인 비타민 D는 주로 에르고칼시페롤(비타민 D2)과 콜레칼시페롤(비타민 D3)의 두 가지 형태로 자연에 존재한다. 두 물질 모두 시클로펜타노퍼히드로페난트렌 고리 시스템에서 유래된 핵심 구조를 공유하지만 곁사슬이 다르다.
비타민 D2는 22번과 23번 탄소 사이에 이중 결합이 있고, 24번 탄소에는 메틸기가 있으며, 표고와 양송이, 느타리 등과 같은 버섯류에 함유되어 있고 햇볕을 쬐면 그 함량이 증가한다. 역으로 햇볕을 쬐지 않은 버섯에는 비타민 D2가 매우 적게 들어 있다.
비타민 D3는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에서 7-디히드로콜레스테롤로부터 생합성되고, 연어나 송어, 대구 간유와 같은 생선류와 달걀 노른자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사람의 피부에 있는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에 햇볕(자외선과 열) 자극이 주어지면 B-고리가 깨지고 열 이성질화 반응이 일어나 중간체인 비타민 D3 전구체(Previtamin D3)를 거쳐 비타민 D3(콜레칼시페롤)가 형성된다.
비타민 D3 전구체는 D3로 이성질화되기도 하지만 자외선을 계속 조사하면 타키스테롤과 루미스테롤로 전환되기 때문에, 피부를 태우지 않는 수준의 햇빛 노출이 콜레칼시페롤의 생성을 최대화할 수 있다.
피부에서 생성되거나 섭취한 콜레칼시페롤은 혈액으로 흡수되어 혈장 단백질과 결합하여 혈행을 따라 이동하며 혈액 내에서 유리형의 비율은 낮지만 단백-결합형은 활성을 나타낼 수 없다.
혈행을 따라 간에 이르면, 유리형 비타민 D3는 간세포로 들어가서 주요 25-수산화효소인 CYP2R1에 의해 25-하이드록시 비타민 D[25(OH)D, calcidiol]로 대사된다. 25(OH)D3(칼시디올)는 대사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혈액에 가장 풍부한 비타민 D로서 칼시디올의 혈중 농도는 비타민 D 부족과 과다를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WHO는 비타민 D의 합성이 햇볕에 의존적이어서 햇볕을 쬐지 못하는 겨울철에는 비타민 D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매일 최소 25μg(1000IU)의 비타민 D3를 보충할 것을 권장한다. 2012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타민 D 보충 제품 판매가 10년 전에 비해 거의 15배 증가했다.
반면, 비타민 D3 또는 합성 유사체를 과다 복용하면 조직 석회화가 발생할 수 있고, 고칼슘혈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고칼슘혈증의 증상은 구토, 메스꺼움, 복통과 같은 소화 장애와 피로, 현기증, 혼란, 과도한 갈증, 잦은 배뇨 등이다.
그러나 고칼슘혈증은 드물게 발생하며 비타민 D 과다 복용으로 인한 다른 심각한 부작용이나 독성에 대한 보고는 매우 부족함에도 비골격 효과를 위한 고용량 비타민 D3의 보충은 권장되지 않는다.
간에서 생성된 칼시디올은 다시 혈행을 타고 신장으로 이동하여 환원효소 CYP27B1에 의한 추가 수산화 반응을 거쳐 최종 활성형인 1,25-디하이드록시비타민 D[1,25(OH)2D, calcitriol]로 전환된다(그림 2).
CYP27B1은 다양한 상피 세포, 면역 세포 및 부갑상선에도 들어 있다. 신장에서 칼시트리올의 생성은 생리적 상황에 맞게 조절되는데, 부갑상선 호르몬에 의해 자극되고 칼슘, 인산염, 또는 FGF23에 의해 억제된다.
신장 외에 각질형성세포와 대식세포에서도 칼시트리올이 생성되는데,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와 인터페론 감마(IFNγ)와 같은 사이토카인에 의해 자극되는 방식으로 조절된다. 칼시트리올은 24-수산화효소인 CYP24A1에 의해 대사되므로 이 효소의 활성에 따라 칼시트리올의 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신장에서 부갑상선호르몬은 CYP24A1을 억제하는 반면, FGF23과 칼슘, 인산염은 CYP24A1을 자극하는데, 이는 합성 효소인 CYP27B1에 작용하는 것과 정반대이다.
대식세포에서 CYP24A1의 결핍이나 결함으로 1,25(OH)2D(칼시트리올)의 생성이 증가하는 사르코이드증(sarcoidosis)과 같은 육아종성 질환에서 칼시트리올 증가로 인한 고칼슘혈증 및 고칼슘뇨증이 발생할 수 있다.
# 비타민 D 유사체 (analog)의 탐색
전신으로 퍼진 칼시트리올이 비타민 D 수용체와 결합하여 주요 활성을 발휘하는데, 비타민 D는 표적 조직에 있는 후성유전체와 전사체의 크로마틴 구조 등과 반응하여 유전자 조절에 영향을 준다. 칼시트리올의 측쇄, A-고리, 트리엔 시스템 또는 C-고리의 변형은 비타민 D 수용체에 대한 반응 양상과 강도를 바꿀 수 있다.
1α-OH는 비타민 D 수용체와 결합력 및 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3β-OH는 비타민 D 수용체와 결합 안정화에, 5,6-이중결합은 입체구조 형성에, C20–C27 측쇄는 수용체 결합력과 대사 안정성에, 25-OH는 생체 이용률과 효소 반응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비타민 D 유사체의 합성과 활용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 크다. 비타민 D 유사체 개발의 주요 목표는 강력한 항증식, 분화 촉진 및/또는 면역 조절 기능과 대조적으로 낮은 칼슘 혈증 효과를 가진 화합물을 식별하는 것이다.
총 3,000개가 넘는 합성 비타민 D 유사체가 개발되어 다양한 유형의 암과 같은 과증식성 질환, 피부의 자가면역 질환인 건선 또는 골다공증과 같은 뼈 질환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장에 출시된 비타민 D 화합물은 많지 않다.
비타민 D3가 영양 보충제로 널리 사용되는 것 외에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비타민 D 유사체인 칼시포트리올이 건선 치료를 위해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독세르칼시페롤과 알파칼시돌, 타칼시톨, 파리칼시톨, 옥사칼시트리올, 팔레칼시트리올, 엘데칼시톨과 같은 화합물도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유망한 시험관 내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네칼시톨이나 세오칼시톨과 같은 유사체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나 췌장암에 대한 2상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대부분의 합성 비타민 D 수용체 리간드는 1,25(OH)2 D3의 직접 유도체이지만, A-고리, 트리엔 시스템과 C-고리의 변형이 시도되었고 긍정적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비타민 D 유사체 연구는 주로 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타민 D 수용체 리간드의 프로파일을 최적화하기 위한 탐구는 미흡하다. 항암에 초점을 맞춘 임상시험의 실패로 인해 비타민 D 유사체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위축되었다.
비타민 D 자체는 주로 뼈 및 면역계 관련 질환에 관여하기 때문에, 유사체도 암 치료에 완벽한 약물이 아닐 수 있으나 인간 췌장 종양 기질에서 비타민 D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칼시포트리올은 췌장염과 종양 기질에서 염증, 섬유화 지표를 현저히 감소시켰다. 이는 비타민 D 유사 화합물이 암세포의 증식을 직접 억제하기보다는 종양 미세환경의 면역 세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혈계 세포에서 비타민 D 수용체를 경유한 유전체 반응 데이터가 면역 반응과 관련하여 축적되고 있고 이의 상업적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수용체 선택성이 최적화되고 독성이 적은 비타민 D 유사체의 암, 자가면역 질환, 염증성 질환에서 잠재력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글. 정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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