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MSD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특허만료 이후 대비책으로 한 신약의 존재를 지목했다. 이 신약은 단순히 하나의 품목이 아니다. 포스트 키트루다 시대 전략의 핵심이자, MSD 성장 동력을 이끌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딘 리(Dean Li) MSD 글로벌 R&D 총괄 사장은 지난달 29일 세계적 투자·자산관리 그룹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개최한 '제 41회 번스타인 연례 전략 콘퍼런스'에서 키트루다 이후 핵심 전략 자산으로 윈레브에어를 강조했다. 이날 자리는 글로벌 투자자들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MSD 최고경영자 로버트 M.데이비스(Robert M. Davis)도 함께 했다.
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는 MSD를 '과학 중심 R&D' 제약사로 거듭나게 만들어 준 가장 상징적인 의약품이다. 그만큼 키트루다 특허만료는 오래 전부터 MSD가 해결해야 할 큰 숙제와도 같았다.
MSD가 내린 전략적 결정은 지속적인 R&D 투자로 장기 성장 동력원이 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MSD는 최근 3년 동안 3상 규모의 글로벌 임상 자산을 3배 확대했으며 20개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수년 내 해당 후보 물질들이 포스트 키트루다로 등장할 것이다.
MSD R&D 투자 전략에는 10~150억달러 규모 사이의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하는 계획이 있다. 대표 사례가 딘 리 총괄 사장이 이번 콘퍼런스에서 소개한 폐동맥고혈압(Pulmonary Artery Hypertensin, 이하 PAH) 치료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다.
PAH는 폐혈관이 점점 좁아지면서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질환이다. 평균 5년 생존율이 50%로 미충족 수요가 크다. 2024년 3월 미국FDA가 윈레브에어를 PAH 치료제(폐 기능 분류 II~III 등급) 보조요법으로 승인, 이후 2024년 8월 유럽EMA도 동일 적응증으로 승인하면서 업계와 시장 기대에 부응했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윈레브에어가 향후 MSD 매출 10%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16년 키트루다 예상 매출은 50억 달러였다. 그러나 과거 10년 동안 키트루다 시장은 점점 성장했다. 오는 2028년에는 특허만료 대응 전략 등을 고려해도 35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MSD 분석이다.
윈레브에어 또한 현재 중증 PAH 환자 대상으로 다른 치료제와 병용하는 단계이지만 향후 시장 확대에 따른 매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MSD가 윈레브에어 성공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역시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고 있다. FDA와 EMA가 윈레브에어를 허가한 근거인 STELLAR, ZENITH 등 임상에서 보인 사망률 개선 효과가 뛰어나 목표 시점보다 조기 종료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실제 의료진 처방 경험이 쌓이면서 치료 효과와 안전성 관리가 적절히 이뤄진다면 매출 처방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치가 있다.
윈레브에어의 이같은 임상적 성과는 PAH에서 처음으로 유의미한 사망률 감소를 입증한 치료제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기존 치료제는 혈관 확장 작용 기전인 반면 윈레브에어는 근본적으로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 신호 경로를 직접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ZENITH 연구에서 윈레브레어 투약군과 위약군은 생존 곡선이 매우 빠르게 벌어졌고 "임상을 지속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는 판단 아래 조기 종료됐다. 이후에 진행한 HYPERION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뛰어난 치료 효과로 조기 종료에 들어갔다. 윈레브에어가 기존 약제와 차별화된 기전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근거다.
■치료 판도를 바꾸는 MSD F·B·R 전략
임상 연구 성공은 MSD R&D 전략과 투자의 성공이기도 하다. MSD가 과학 중심 R&D를 통해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치료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다. 딘 리R&D 총괄 사장은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단순히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아닌, '최초(First), 최고(Best), 미래(Next)'를 만들 수 있는 거래만 하며 이것이 MSD R&D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키트루다 특허만료 이후에도 제약산업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신약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21년 MSD가 115억 달러에 액셀러론 파마(Acceleron Pharma)를 인수, 윈레브레어를 확보한 것은 MSD가 추구해 온 '최초(First), 최고(Best), 미래(Next)'라는 사업 개발 방향을 구현한 셈이다.
딘 리 사장은 "윈레브에어 같은 기전을 가진 약물의 임상시험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압도적인 효과로 임상을 조기 종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ZENITH 임상 결과를 보고 임상시험 위원회가 계속 진행하기를 거부한 것도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겪는 것은 나 또한 처음있는 일이며 키트루다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다"며 "윈레브에어 같은 결과를 보인 약물은 없었고,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재정의 할 것이다"고 말했다.
MSD R&D 전략에서 '최초' '최고'의 단계를 지나고 있는 윈레브에어에 있어 '미래'는 무엇일까. MSD는 윈레브에어의 다음 단계로 PAH 뿐만이 아닌 심부전으로 인한 폐고혈압 치료까지 보고 있다. 해당 임상 결과는 올해 아니면 내년에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윈레브에어 처방 언제부터 가능할까
국내에서도 윈레브에어에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윈레브에어는 작년 연말 2차 허가평가-급여평가-약가협상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식약처 허가와 심평원·보험공단 급여 신청이 동시에 진행된다. 정부는 시범사업 신청 조건으로 ▶2025년 6월 말까지 허가나 결정 신청 가능한 약제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기대여명 1년 미만) 또는 희귀질환 치료 목적으로 효과가 충분한 의약품 ▶기존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법보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인 경우 ▶식약처 신속 등재(GIFT) 약제로 지정받았거나 신청 가능한 약제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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