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치매 예방 치료제로 활용돼 온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이하 콜린 제제)'의 건강보험 급여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콜린 제제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 치료제"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뇌 기능 개선제로 사용되던 콜린 제제가 선별 급여로 진행되면, 급여가 축소돼 본인 부담금이 커질 전망이다. 환자 부담 비용은 월 8000원 선에서 약 2만 3000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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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500원도 안 되는 추가 부담… "계속 처방 받겠다"

실제로 선별급여로의 전환으로 처방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 달 기준으로 1일 2회 복용하는 환자에게 가해지는 부담금이 1만 5000원 정도 증가하며, 이는 뇌기능 및 인지력 개선 관련 건강기능식품 비용보다 낮은 수준이라 선별급여 전환 후에도 처방을 이어나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제품인 글리아타민(대웅바이오) 기준 환자 본인 부담액은 월 8568원에서 2만 2848원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이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약 476원 수준이다.

치매 예방 관련 건강기능식품이 월 5만~10만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콜린 제제는 여전히 경제적이라는 평가다.

수도권 소재의 한 대학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약효에 대한 신뢰가 깊은 고령 환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복용 중단 후 스스로 복용 재개를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경제성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도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 니세르골린·은행엽제제?…콜린 대체 약물로 현실성 떨어져

급여 축소에 따라 대체 약물 논의가 제기됐지만, 기전·적응증이 완전히 달라 대체제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체제로 언급되고 있는 니세르골린과 은행엽제제에 대한 대체 역할론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니세르골린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MCI)' 적응증을 갖고 있어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이 있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하다. 또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은행엽제제는 건기식 수준의 접근이며 치매 관련 적응증은 거의 없다. 주요 제품 중 하나인 기넥신(SK케미칼)의 경우 이제 임상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현재 경도인지장애·치매 질환에 적응증이 없어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은행엽제제는 말 그대로 혈액순환 개선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지, 콜린 제제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반면, 콜린 제제는 혈관성과 퇴행성 뇌질환에 처방이 가능해 보다 넓은 범위의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결정적으로 다수 임상 연구에서 니세르골린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콜린알포세레이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체 약물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의료계 전반의 평가다.

임상적 유효성과 관련해서도 의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꾸준히 처방되며, 신경학적 치료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콜린의 인지개선 효과를 밝힌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인지 개선 효과를 밝힌 연구가 SCIE급 저널에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은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인지기능 및 신체 건강을 보존하는 치료 옵션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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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린 시장 연 6천억…"사회적 요구 높다는 반증"

콜린알포 제제의 처방실적은 지난 2018년 27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000억원 이상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실제 환자들의 처방 수요와 의료 현장에서 콜린의 유효성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수치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기억력 및 인지력 관련 질환 치료제의 수요 자체가 높아진 면도 있다.

의료계 현장에서 콜린 제제를 향한 급여 축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실제 콜린 제제 처방 빈도가 높은 신경외과 유관 학회는 이의 제기 성명서를 내놓기도 했으며, 해당 학회 관계자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판단은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임상현장의 실질적 요구와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경도인지장애와 뇌혈관 질환 동반 인지장애 개선에 있어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는 '비용 대비 효율 높은' 필수 치료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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