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CDK4/6억제제 입랜스, 키스칼리, 버제니오 투약 이후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효과를 보이는 약을 사용할 수 있으니 절대 실망하지 마라. 특히 피크레이(알펠리십)나 비슷한 신약이 있기에 유전 변이를 가진 경우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문용화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암정복TV를 통해 내분비요법과 CDK4/6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ER2-) 유방암 전이·진행성 환자에게 희망을 전했다.
HR+/HER2- 전이성·진행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70%를 차지하며 이들 중 30~40%에서 PIK3CA 유전자변이가 발견된다. 다행히 종양 조직 또는 피 검사를 통해 유전자 분석을 하면 PIK3CA 변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양성이 확인되면 피크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PIK3CA 변이는 유방암 이외 암에서도 발현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자궁내막암이 있다는 게 문 교수 설명이다.
HR+/HER2- 전이성·진행성 유방암은 재발이 매우 잦기에 완전관해 5년을 달성해도 '완치'라는 단어를 꺼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더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 이에 문 교수는 유전자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CDK4/6억제제인 입랜스 복용 이후 효과가 좋은 환자가 있었는데 1년 만에 내성이 생긴 안타까운 사연이다. 암이 (진행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환자가 굉장히 실망감에 쌓여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 경우가 있었다. 혹시 다른 약이 있을 수 있으니깐 유전자 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추천했다"며 "검사를 했는데 마침 PIK3CA 변이가 나와 피크레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1년 5월 국내 허가가 이뤄진 피크레이는 PIK3CA 변이가 있는 HR+/HER2- 전이성·진행성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다. 현재 내분비요법 단독 또는 내분비요법과 CDK4/6억제제 병용요법이 치료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이 과정에서 내성이 발생할 경우 폐경 후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 2차치료로 사용한다.
암세포 신호전달 경로를 보면 HR+/HER2- 유방암은 PIK3CA 변이가 문제다. PIK3CA는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로 세포 분화, 증식·성장, 사멸, 대사 등을 조절하며 종양에서 가장 빈번한 변이를 일으킨다. PI3K 신호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암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피크레이가 PI3K-α 과활성화를 억제해 신호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
피크레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PIK3CA 변이 진단 검사가 필수적이다. HR+/HER2- PIK3 변이 양성 진행성·전이성 유방암에서 유효성 검증을 받은 시험법이어야 하며, 종양 혹은 혈장 검체를 이용해 PIK3CA 변이를 검사해 양성이어야 한다.
혈장 검체에서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종양 조직을 이용한 시험도 가능하다. 퀴아젠(QIAGEN) 테라스크린 키트(Therascreen Kit)가 건보 급여가 적용된 대표적인 PIK3CA 양성 진단 검사 의료기기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피크레이를 사용할 경우 효과는 굉장히 좋았다. PIK3CA 변이 동반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3상 연구 SOLAR-1에서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치료 중이거나 그 이후 종양이 진행힌 환자에서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 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1개월로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5.7개월 대비 기간을 약 2배 연장했다.
내분비요법 또는 CDK4/6억제제 치료에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분비요법에 실패한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 단독은 5.7개월,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은 11개월까지 늘어난 것이 핵심이다.
피크레이의 또 다른 임상인 바이리브(BYLieve) 연구에서 CDK4/6억제제인 입랜스, 키스칼리, 버제니오를 1차로 사용했던 환자 127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 70~80% 환자에서 암이 줄었고, 객관적반응률(ORR) 17.4%가 나왔다.
피크레이 같은 PIK3CA 표적치료제는 고혈당이라는 부작용이 있다. 주요 부작용으로 고혈당, 설사, 피부 발진이 있으며 3등급 이상은 각각 36%, 6%, 9%로 적지 않았다.
다만 대체 치료 옵션이 없는 HR+/HER2- 전이성·진행성 유방암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문 교수는 "고혈당, 설사, 피부 발진은 부작용은 생명과 직결되는 부작용이 아니지만 환자가 괴로울 수 있다"며 "특히 고혈당 같은 경우 당뇨 환자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부작용을 잘 모니터링 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기대하는 표적치료제 이나볼리십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 우려를 감소시킨 신약도 개발 중이다. 로슈의 PI3KCA억제제 이나볼리십이다. 문 교수는 이나볼리십을 언급하며 피크레이 같은 신약이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 환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새로운 신약 임상에 참여해 미리 효과를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미국FDA는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이나볼리십을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하고 올해 11월 27일까지 승인 신청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로슈는 FDA에 보조 내분비 치료를 마친 12개월 이내 재발한 'PIK3CA 변이 HR+/HER2- 전이성·진행성 유방암' 치료를 적응증으로 냈다.
INAVO 120이라는 3상 연구에서 이나볼리십+입랜스(팔보시클립) 투약군은 대조군인 입랜스+풀베스트란트 병용군을 비교 평가하며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21.3개월 시점에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5개월을 기록했다. 대조군은 7.3개월이었다. 무진행생존기간 위험비 0.43으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7%까지 줄일 수 있었다.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는 분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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