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추상적인 언어는 설득이 어렵다. 반면 구체적인 언어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추상의 언어만 난무할 경우 조직은 성장하지 못한다. '각론' 없이 조직을 총론만으로 끌어간다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리더가 구체의 언어를 구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슈와 현안을 매일같이 탐구해야 한다. 구둣발이 닳토록 현장을 찾는 것도 필수다. 구체적인 언어는 쉽게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 바이오 산업은 첨단과학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두루뭉술한 리더는 신뢰를 얻기 힘들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의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구체의 언어가 들렸다는 점이다. 그는 어렵고 복잡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각종 현안을 술술 풀어냈다. 

무엇보다도 약가, 제약바이오혁신위, 의약품 품절 대란 등 각종 이슈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하면서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돌파해나갔다. 

팜뉴스가 노 회장의 현장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을 가득 채웠던 '노연홍표 구체의 언어' 상편을 아래와 같이 문답식으로 공개한다.

30일 오전 10시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이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저작권 팜뉴스, 무단도용 금지)
30일 오전 10시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이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저작권 팜뉴스, 무단도용 금지)

문: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형 기술수출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 "국내 환경은 기술수출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에서는 신약 후보물질이 중간에 기술수출되지 않고 제품 출시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고충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상당히 안타깝다. 비임상(동물실험), 임상1상과 2상 단계의 기술수출보다 3상 관문을 넘어서 제품이 수출까지 가능하다면 큰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 협회뿐 아니라 제약사 직원이나 R&D 인력, 즉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대목이다. 

제가 업계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다. 올림픽은 참가하는데 의미가 있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은 참가하는 것으로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전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기술과 자본력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교해봤을 때 부족한 수준이다.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글로벌 임상에만 수천억이 들어가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과감한 용기만으로 뚫고 나가려다가 회사가 도산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점진적인 전략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당장은 안타깝더라도 기술 수출을 통해 여력을 확보한 뒤 시간과 자본 그리고 기술력을 확보해서 한 단계씩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는 생존의 문제다. 전략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문: 아무리 전략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도, 기술수출만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불과 10년 전만에 해도 국내 제약 기업의 해외 진출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신약 개발 자체가 굉장히 두려운 과제였다. 우리 자본, 인력, 기술력으로는 굉장히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최근 우리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문을 뚫어내고 직접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또 다른 기업은 제약사가 아닌데도 제약사를 인수해서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제품 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업계의 노력들이 보여지는 양상 자체가 과거와 매우 다르다. 이런 성과가 누적된다면 초기 단계의 기술 수출을 넘어 완제품도 수출할 수 있다. 

더구나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에 집중했던 회사였다. 최근 비만치료제로 전 세계 순위가 단번에 급상승했다. 우리도 못하리란 법은 없다. 

우리가 글로벌에서 비록 산업의 후발주자라고 인식되지만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2027년까지 불록버스터 신약 두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 날을 학수 고대하고 있다. 기술수출은 토대를 쌓는 과정이다. 

30일 오전 10시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이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문: 정부의 약가 정책으로 화두를 돌려보겠다. 간담회 서두에서 정부를 향해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합리적 규제혁신과 예측 가능한 약가제도를 설계해달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예측 가능한' 약가 정책이란 무엇인가. 

예측 가능한 약가 정책이라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협회가 주목한 대목은 산업체는 미래에 투자를 해야 번영하고 성장한다는 점이다. 제약바이오산업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보험약가 제도가 투명하고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 이유다. 

산업에 대한 앞단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뒷단의 지원, 즉 보험약가 정책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고 지대하다. 여러 정책도 중요하지만 좀 더 예측 가능한 약가 정책을 시행해야 전 세계 6대 글로벌 제약 강국이란 정부 목표 달성도 가능하다. 

문: 약가 정책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일단 우리는 비교적 약가 제도가 많다. 이점도 문제이지만 최근 계획된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 제도의 경우 논리적인 근거가 약하다.

각국이 가진 독특한 약가 제도가 있고 여러 제도를 필요에 따라 시행을 하는데 우리는 그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 "외국 약가랑 비교했을 때 높기 때문에 깎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저희 산업계는 이전의 세부적인 약가 정책이 왜 존재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신약에 대한 가치가 크게 기여하는 사회 분위기상(오리지널 신약이 많기 때문에) 제네릭 약가 제도가 우리와 다르다. 제약 선진국들은 퍼스트 제네릭이 나왔을 때 우리보다 약가 수준이 높다. 

물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장 기전에 의해서 약가가 점차 낮아지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우리보다 약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시점'적인 것까지 충분히 고려돼야 기업들이 예측가능한 상황에서 투자를 하거나 미래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노연홍 회장 선보인 구체의 언어' 하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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