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반론'은 상대방의 주장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힘이다. 새로운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 심지어 반론이 논리적 완결성을 갖출 경우 세간의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되돌릴 수 있다. 그만큼 리더의 반론은 강력하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의 취임 기자 간담회 분위기가 그랬다. 취재진의 적극적인 질문에 노 회장은 날카로운 반론을 펼쳤다. 블록버스터 신약이 출시될 수 없다는 비관론을 무너뜨렸고 제약주권을 어떻게 확보하겠느냐는 고전적인 비판을 향해서도 탄탄한 논리를 선보였다. 

전임 회장들에 비해, 뚜렷한 키워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당한 입장을 밝히면서 리더십을 향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팜뉴스가 지난 상편에 이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취임 기자 간담회 Q&A 하편'을 준비한 까닭이다. 제약 산업계 주요 현안에 대한 노 회장의 출사표를 아래와 같이 문답식으로 소개한다.

# 정부가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윤석열 대통령 주재 범부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 후속조치)'을 통해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연매출 1조 원 이상) 2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협회도 긍정적인 입장을 냈지만 출시가 임박한 신약 후보 물질 2개를 상정하고 발표한 것 아닌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가 애초에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들을 선별해서 이번 발표에 담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만들기 위한 제약바이오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합성의약품 위주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기 보다는 다국적제약사들도 이전에 주목하지 않았던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등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중이다. 신약 개발 형태도 세포·유전자, 이중항체, 단백질 분야 치료제 등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 다국적제약사들이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제약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대통령 지시로 개최한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의 핵심 키워드가 디지털이었다.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역량이 떨어지지만 디지털에 관한 능력은 오히려 우리가 앞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쌓인 국민 건강 데이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빅데이터다. 우리 제약 산업 역량과 그런 것들이 합쳐질 때 지금과 다른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빅데이터를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이 전혀 현실성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 화제를 돌려보겠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제약 주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본질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리 건강을 생각하는 제약사라고 하더라도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이 나야 상품을 생산한다.

국산 원료약을 사용하면 약가 우대 정책이 있지만 기간이 1년 정도로 제한된 상태다. 산업계가 국산 원료를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약가 우대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 약가우대 기간 연장 조치가 필요한 이유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특정 질환에 필요한 의약품, 즉 필수 의약품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환자 개개인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제약 뿐 아니라 반도체 등 국제 공급망의 분업체계가 유지됐다. 원료 의약품 공급망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팬데믹 기점으로 외국산 원료약에 대한 공급 중단 문제가 촉발됐다. 

단순히 팬데믹 뿐만이 아니라. 향후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이슈가 있다면 중국과 인도에서 가격 경쟁력 있는 원료약을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어온 국내 회사들의 필수약 생산이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 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오 기술 제조에 관한 행정명령 발표했다. 이어 '담대한 계획'이란 후속 조치를 내놓았는데 향후 5년 이내로 원료약 생산의 25%를 자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제약 주권 확보 측면에서 원료약의 자급률을 높이도록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미국의 사례를 좀 더 언급하자면, '담대한 계획'엔 기존의 합성의약품보다 지속가능한 바이오 기술 쪽으로 원료약을 생산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것이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깊이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적어도 그 정책의 상당 부분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이 중국 원료약을 쓰는 것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원료 수입은 가능해도 수입된 원료를 가지고 만들어놓은 완제품이 미국으로 들어갈 때 원료를 어디서 썼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제약 산업계가 '약가를 올려주세요"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원료약부터 찾아내는 작업을 시작하고 약가 우대 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절실하다.

기자 간담회 전경
기자 간담회 전경

# 마지막 질문이다. 전임회장들은 자신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있었다. 이경호 전 회장은 리베이트 척결 등 '시장질서'를 내세웠고 원희목 전 회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이었다. 금일 기자 간담회를 살펴보니 노 회장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성과'라는 단어를 말씀드리고 싶다. 

기자 간담회 이전에 "뭔가 그럴 듯한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불과 1개월 전에 전임 회장님께서 우리 협회의 목표와 전략을 전부 발표한 상태였다. 그런 것들이 한 달만에 바뀌는 것은 모순이다. 저는 그런 목표들이 저의 리더십과 상충된다고 보지 않는다. 따라서 저는 '성과를 내겠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떠올린 문구가 있다. 바로 '정신을 안 차리면 죽는다'라는 것이다. 세계 정세와 경제 흐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바이오 혁신, 인공지능(AI) 등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다. 

우리도 속도를 내겠지만 자본과 기술력이 뛰어난 다국적 산업체들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동화 속에서는 토끼가 잠을 자줘서 거북이가 이길 수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협회가 산업계가 단결해서 정해진 시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다.

#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뜻하는가. 

흔히들 올림픽 참가에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말이다. 물론 올림픽 정신은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두지만 올림픽에 가서 메달을 따야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약 바이오 산업에서는 성과를 내지 않으면 죽는다. 

신약 개발에서 비임상-1상-2상-3상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고 기술이 좋아도 성공하지 못하면 그 회사는 죽을 수밖에 없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협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 산업계와 협력해서 국민들이 제약바이오 분야에 거는 기대에 부응하도록,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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