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전세계 의사들에게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nAMD)을 치료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VEGF-A) 중 가장 효과적인 약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바이엘의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라고 답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아일리아는 황반변성에 가장 많이 쓰였다. 수많은 환자들의 실명을 막아온 성과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후속 출시된 항체주사 대부분 아일리아를 지표로 삼아 임상연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위상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매년 신약이 쏟아지는 제약산업에서 황반변성 영역에서 보인 아일리아만의 부종 감소·시력 개선 효과, 안전성은 자타공인 인정받고 있다.

과거 고정주기 요법으로 진행됐던 치료 패턴을 완전히 뒤바꾼 것도 아일리아다. 치료 반응에 따라 주사 간격을 조절함으로써 시력 개선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T&E(Treat and Extend) 요법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로슈의 이중기전 항체 바비스모(파리시맙)가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아일리아와 바비스모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비스모는 임상 현장에서 아일리아 만큼 처방 경험이 많지 않다. 엄연히 임상연구와 실제 진료실에서 나타나는 효과는 다르다.

존 키친스 박사
존 키친스 박사

바비스모를 가장 먼저 사용한 국가는 전세계 제약시장 1위인 미국이다. 미국은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만 2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 가장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신약을 사용하는 미국에서 아일리아와 바비스모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팜뉴스는 황반변성 맞춤형 치료 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미국 켄터키 망막전문의사회 소속 존 키친스 박사에게 왜 의사들이 아일리아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었다.

현재 켄터키는 소득 수준과 보건 의료 상황이 좋지 않다.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 당뇨병성망막병증(Diabetic Macular Edema, DME) 환자나 진균성 피부 질환인 히스토플라스모증(Histoplasmosis)도 많아 망막 출혈, 삼출 등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그가 속한 망막전문센터에는 망막 전문의만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존 키친스 박사와 일문일답. 

▶황반변성 치료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질환 특성과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에는 습성(Wet)과 건성(Dry) 두 종류가 있다. 습성(Neovascula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이하 nAMD)은 망막 아래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성되면서 출혈, 삼출 등 증상이 나타나고,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하면서 결국 실명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표준 치료는 안구에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를 주사해서 VEGF를 억제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한 달 간격으로 주사하고, 유체가 어느 정도 마르면 T&E 요법을 활용해 환자 상태에 맞춰 투여 간격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T&E 요법은 출혈과 삼출 등을 억제해 시력 개선 효과를 유지하고, 투약 간격 조절로 치료 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치료 목표는 망막 아래 혈관 생성으로 인한 시력 손실을 막고 실명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위축성 질환인 건성 황반변성은 안타깝게도 완전한 치료법이 없다."

▶nAMD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인데 노안으로 많이 착각한다.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기 힘들어 초진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시력을 서서히 상실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안다. 미국은 어떤가.

"켄터키를 예로 들면 보건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이다. 소득 수준이 낮다 보니 빠른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또 인구 집단 특성을 보면 당뇨병으로 인한 안질환 합병증이 많다. 문제가 여기에 있다. 시야가 뿌옇게 변하거나, 물체 상이 왜곡되거나 휘어 보이는 증상을 노안으로 인한 백내장인 줄 알고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병원을 빨리 찾으면 nAMD에 대처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초기부터 진료와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다. 빨리 진료할수록 시력 손실을 막고 개선할 수도 있다. 주사 횟수가 적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nAMD와 DME 모두 동일하므로 증상이 있다면 빨리 안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임상 현장에 있는 미국 임상의사들이 빠른 치료를 위해 고려하는 약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여러 옵션이 있다. 대부분 안구 내 주사를 하는 방식으로 VEGF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미국은 개인보험이기 때문에 치료 옵션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보험이다. 보험사가 책정한 기준에 따라 효과는 떨어지지만 저렴한 치료제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의료진 선택에 맡기는 보험사도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3000명의 망막 전문의를 대상으로 설문(ASRS Preferences and Trends Survey)을 한다. 신규 nAMD 환자의 첫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치료제를 물었을 때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이라는 답이 나왔다. 왜냐면 환자들이 자신의 보험 상품 급여 범위 안에서 1차로 아바스틴을 사용해야만 다른 치료제를 쓸 수 있게 설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 본인에게 'nAMD 증상이 있을 때 어떤 치료제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일리아라고 답했다. 의사들이 아일리아를 1순위로 꼽는 이유는 망막 출혈과 삼출을 해결하는 효과, 지속시간을 고려할 때 가장 우수한 치료 옵션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임상이 진행됐는데 가장 확연한 결과를 보인 연구가 있다. 당뇨막망병증 임상연구 네트워크(Diabetic Retinopathy Clinical Research Network)가 주도해서 아일리아와 아바스틴, 루센티스(라니비주맙)등 세 가지 항VEGF 치료제 유효성을 최초로 확인한 'PROTOCOL-T'인데,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nAMD에도 대입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미국 기준으로 20/50(0.4) 정도의 시력을 가진 환자가 절반 가량 포함됐는데, 아일리아는 모든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 특히 아바스틴과 비교해서 4줄 이상의 시력 개선 효과가 있었다. 아바스틴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불안정한 환자를 아일리아로 스위칭(교체)했을 때도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이처럼 의료진이 어떤 약제를 선호하는 데는 임상 연구는 물론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가 토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PROTOCOL-T 연구

PROTOCOL-T 연구는 아일리아, 베바시주맙, 라니비주맙을 대상으로 했다. 660명의 성인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들은 1:1:1 비율로 나누어 각각 다른 anti-VEGF를 4주마다 투여했다(아일리아 2.0mg, 베바시주맙 1.25mg, 라니비주맙 0.3mg). 그 결과, 1차 평가변수인 52주차 시점에서 ETDRS 기준 시력개선 평균은 20/50(0.4)이하 시력을 가진 환자에서 아일리아 투여군이 18.9글자, 베바시주맙 투여군이 11.8글자, 라니비주맙 투여군이 14.2 글자를 개선했다. 모든 약제 간 심각한 이상사례 발생에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중항체라는 새로운 기전의 바비스모가 등장했다. 아일리아가 nAMD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바비스모가 등장한 이후 어떤 치료제를 써야 하는지 많이 궁금해 한다. 미국에서는 바비스모를 어떻게 사용하며 효과는 어떤가.

"신약이 나온다는 것은 치료 옵션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반가운 소식이다. 바비스모는 이중특이항체 기전으로 미국에서 사용한 지 2년 정도 돼 경험이 꽤 쌓였다. 보통 신약이 나오면 기존 치료제로 원하는 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는 환자에게 스위칭(교체) 용도로 사용한다. 기존 약제로 치료되지 않는 경우는 10% 미만인데, 8주 보다 짦은 간격으로 투여해도 효과가 부족하거나 현재보다 시력 개선 여지가 큰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다.

바비스모를 이러한 환자에게 사용한 경험에 따라보면 환자 1/3은 시력이 개선되고 1/3은 큰 차이가 없었다. 나머지 1/3은 오히려 기존 치료제보다 악화했다. 시력 개선을 보인 환자 1/3을 대상으로 투여 간격을 연장하거나, 효과가 있으면 간격을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바비스모 3상 연구 결과를 보면 3~4개월까지 투여 간격을 넓힐 수 있다고 하지만 좀더 경험이 쌓여야 정확히 알 것 같다. 아직 내 경험으로는 4개월까지 주기를 늘릴 수 있는 사례는 없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바비스모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 중이다. 스위칭이 아니라 신환 처방을 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게 좋을지 조언한다면.

"개인적으로 신약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아일리아를 사용했음에도 유체가 남은 상태인 경우, 유체로 인해 박리가 나타날 때 바비스모를 고려하고 있다. 바비스모를 사용했을 때 환자 안구가 건조해지는데 도움이 더 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치료 간격을 늘려가다가 악화하는 경우가 있으면 아일리아에서 바비스모로 교체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늘어난 투약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함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다른 제제로 원하는 효과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구제요법(salvage therapy, rescue therapy)으로 시도하는 차원이다."

존 키친스 박사가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투약 간격을 조절하는 4가지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존 키친스 박사가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투약 간격을 조절하는 4가지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효과가 있으면 투여 간격을 조절한다고 했는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 T&E 요법으로 투약 간격을 조절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T&E 요법은 투여 간격을 연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축시키는 방식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부분이 임상 현장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은 허가된 모든 치료제에 한해 의사 재량에 따라 투여 간격과 횟수를 결정할 수 있다.

T&E 요법은 모니터링 간격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데, 망막이 건조해졌을 때까지 치료를 하고 4주나 6주, 8주, 10주 간격으로 늘릴 수 있다. 환자가 내원할 때마다 주사를 하고 상태를 확인해서 내원과 투여 간격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위해서 별도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최적의 시력 달성을 치료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빛간섭단층촬영(Optical Coherence Tomography, OCT) 검사로 망막이 건조해졌는지, 또는 망막 스캔으로 출혈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 다음 주사 간격을 더 줄이기 위한 기준으로 4가지를 본다. 가장 먼저 환자가 새로운 증상을 호소하는지 체크한다. 간혹 시력이 좋아진 환자가 스스로 망막 쪽에 신생 혈관이 생기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는 시력이 감소하는 경향이 혈관 생성과 맞아 떨어지는지 살펴본다. 혈관 생성에 따른 시력 감소로 유추되면 투여 간격을 줄이는 조치를 한다. 세 번째는 실제 OCT 검사에서 유체가 확인되는 것이고, 네 번째는 출혈이다. 다량의 출혈이 생기면 시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반해 PRN(Pro re nata)요법은 환자의 안구가 건조해질 때까지 치료하고, 매달 모니터링을 해서 필요한 시점에 다시 치료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접근법을 사용하면 충분히 치료가 되지 않는 과소 치료 상태가 된다. 시력 손실이 큰 경우가 발생하고 매달 병원을 와야 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되는 방식이다."

■PRN 요법과 T&E요법]

T&E요법은 기존 고정주기요법 시력 개선 효과는 유지하면서 유연한 투여 주기 조정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 치료 부담을 줄이는 효율적인 치료 전략이다.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항VEGF 치료와 모니터링을 동시에 하면서 상태에 따라 주사 간격을 조정한다.

nAMD는 질병 진행 상태가 환자마다 다르다. 점진적인 주기 연장을 통해 개별적인 최적의 치료 주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PRN 요법과 달리 병원에 오는 날 검사도 하고 치료도 받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오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은 치료 순응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PRN요법은 매달 모니터링을 통해 악화 소견을 발견하면 주사하는 방식이다. 고정주기 요법에 비해 주사 횟수는 줄일 수 있지만, 매달 모니터링이 필요하므로 병원 방문 횟수에 대한 부담이 크다. 매달 모니터링을 하지 못하면 불충분한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력이 나빠진 결과를 확인한 후에 치료를 결정하므로 시력 소실 위험 부담도 있다.

▶아일리아는 한국에서 4~16주라는 가장 유연한 투약 간격 조절을 가지고 있다. 4주 간격 투약에도 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환자와 망막 전문의들에게 실제로 '4주 투약'은 어떤 의미가 있나.

"환자 상황에 따라 투여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nAMD는 미국과 아시아에서 나타나는 특징에 다소 차이가 있는데 한국 환자가 미국보다 특성이 조금 까다롭다. 훨씬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환자들 출혈 정도가 크고, 빈도가 잦아 치료 부담이 높다. ARIES 연구를 보면 8주 이하 치료 간격이 필요한 환자가 약 10% 정도 발견된다. 이런 환자는 투여 간격을 단축시켜 달성 가능한 최적의 시력까지 개선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ARIES 연구

ARIES 연구는 nAMD 환자 271명을 대상으로 했다. 치료 104주 시점에 8주 미만 간격 투역이 필요한 환자가 6~8% 수준임을 확인하고, 아일리아는 해당 환자군에서 점진적인 투여 간격 연장으로 시력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한국의 망막 전문의들에게 황반변성 관련 치료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한다면.

"한국의 망막 전문가들은 굉장히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세계적인 기준을 만들고 있는 의사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반갑고 기쁘다. 그런 점에서 다른 것보다는 임상 현장에서 나누는 환자와의 의사소통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진료를 볼 때 환자 교육에 힘쓰고 많은 결정권을 줄수록 치료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OCT 검사 결과를 보는 방식 등 치료 과정에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면 결국 순응도를 높일 수 있고 의사와 환자 간 신뢰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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