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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최선재 기자]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이하 경평면제)의 외국가격 참조 기준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학계 일각에서는 경평 면제 약재의 등재 과정에서 참조국 약가를 참고할 경우 표시가와 실제 가격이 달라 건보재정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업계는 상반된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외국 약가를 참고해도 심평원 등 보건당국이 지속적으로 약가를 인하하기 때문에 해당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 중이다.

'약가 참조국'은 제약 업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키워드 중 하나다. 복지부, 심평원 등 보건 당국이 약가 제도와 관련해 '참조국'이란 키워드를 꺼낼 때마다 업계 분위기가 출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약 급여 등재 과정에서는 치료적으로 동등한 위치의 대체 약제가 없을 경우, 'A8'이란 잣대를 적용해 급여 약가가 산출된다.

A8은 약가 참조국이다. 보험당국은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캐나다의 약가 참고해 등재 가격을 결정한다. 

신약이 일정 요건을 충족한다면 경제성 평가를 면제받을 수 있다. 여기서 적용된 기준이 약가 참조 8개국의 '조정 최저가'다.

경평 면제 트랙에서는 재외국 약가를 기준으로 신약의 약가가 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평 면제 제도의 최대 이점은 등재 속도라고 할 수 있다"며 "다른 나라는 경제성 평가를 거치느라 신약 등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경평 면제 트랙을 통하면 해외국이 경제성 평가를 하고 이미 나온 가격을 기준으로 신속하게 신약 등재가 가능하다. 회사도 환자도 윈-윈할 수 있는 약가 프리미엄 제도가 바로 경평 면제"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사실은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과연 약가 참조국이란 기준이 합리적인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배은영 경상대 약대 교수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통해 "우리는 경평 면제시 8개국(A8) 조정 최저가를 기준으로 약가를 산정한다"며 "최저가가 상당히 낮아보이지만 문제는 다른 나라가 얼마에 건강보험료를 지불해 신약을 들여왔는지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든 해외든 위험분담(실제가와 표시가가 다름)제로 들어오는 약제들은 실제가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다국적 제약사에 있는 분들도 우리 회사 제품이 다른 나라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모른다. 기밀사항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확인할 수 있는 최저가가 의미가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우리 보험 당국이 A8의 '표시가'를 기준으로 조정 최저가를 신약의 등재 기준으로 삼지만, 약가 참조국 대부분이 위험분담제를 통해 신약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제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위험분담제에서는 각국 정부가 표시가만 공개하고 실제가는 비공개하기 때문이다. 즉 약가 참조국의 표시가가 최소 30~ 50% 이상 부풀려진 것이라는 게 배 교수의 논지다. 

이는 표시가를 기준으로 국내 신약 등재 약가를 정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건보재정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논리다. 

반면 업계에서는 배 교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그런 우려가 있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약가 참조국의 표시가가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졌다는 점은 인정할 수 없다. 회사들은 보험 당국에 약가를 제출할 때 표시가가 아닌 공장도 가격으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뿐만이 아니다. 보험당국이 조정가를 내라고 하면 외국 약가를 참조해 65~75%의 약가로 보정하고 제출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당국은 회사 측에 '실제 가격이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약가를 계속 깎으려고 한다. 여기에 OECD 국가 약가도 참고한다. 회사는 등재를 반드시 시켜야 하기 때문에 약가를 계속 낮출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위험분담제 도입 증가로 약가 참조국의 표시가와 실제가의 차이가 있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내 급여 등재 과정에서 정부가 간극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가 인하를 시도하기 때문에 표시가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등재 과정에서 회사들이 표시가를 무기 삼아 터무니 없이 높은 약가를 제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신약이 경평 면제를 통해 A8 조정 최저가로 등재에 성공해도 약제 사후 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약가가 깎인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외국 가격을 참고해 급여에 등재해도 약가는 깎인다"며 "예를 들어 신약이 8개의 약가 참조국 중 3개 국가에 등재되면 경평 면제를 시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3개국의 약가가 변동되고 네 번째 국가가 위험분담제를 하지 않아 실제가 수준으로 나오면 건보공단이 3개월 동안 모니터링을 해서 가격을 인하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해외약가 참조국의 표시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은 더욱 동의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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