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지난 9일, '제약바이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토론회를 마친 이후 약 3주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업계에 미친 파장은 여전하다. 제약사 약가 담당자를 중심으로, 이날 발제를 진행한 박관우 변호사(법무법인 김앤장) 주장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특히 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 신약의 급여 등재 제도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제약사들이 '베스트 인 클래스' 신약을 개발해도 현행 제도상 약가가 깎이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의지를 꺾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데도, 보건 당국이 현행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린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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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이날 "신약의 합리적인 약가 제도 개선 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건강보험 제도의 개정 역사를 살펴보면, 선별 등재 제도 도입 전후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별 등재 제도 도입 이후 위험분담제, 경평면제 제도가 들어오면서 희귀·중증 질환 보장성 확대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반면 만성질환 약제들이 등재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는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경제성 평가의 최종 지표는 수명 연장 또는 건강 관련 삶의 질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제는 혈압강하라는 일차 지표를 목표로 해서 임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경평에서 좋은 결과값을 도출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업계에서는 박 변호사의 주장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대형 제약사 약가 담당자는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예를 들면 저희가 개발한 고혈압 신약이 혈압을 15만큼 떨어트리고, 비교약제는 혈압을 10만큼 강하시켰다면, 현행 약가 제도상 50% 추가 개선의 효용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죽음, 수명이다"고 밝혔다.

이어 "혈압을 기존 약제에서 15만큼 떨어트린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경평 기준"이라며 "하지만 만성 질환 치료 신약 임상 기간은 보통 1년이다. 1년을 기준으로 수명을 늘려 계산하기 때문에 급여 등재를 위한 경제성 입증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혈압 조절이 잘 되면 관련 합병증이 적을 것"이라며 "좀 더 건강한 삶을 살고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이론상으로 맞다. 하지만 이를 경평으로 구현해내기는 쉽지 않다. 항암제는 생존기간 연장이란 명확한 지표가 있지만 만성질환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만성질환 치료제 입장에서는 낮은 수준의 약가에 만족을 해야 한다"며 "결국 베스트 인 클래스의 신약의 경우에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방식으로 등재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는 새로운 치료 기전의 혁신 신약이다.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경평 면제, 위헌분담 등의 약가 우대를 받아 급여  등재된다. 

반면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는 같은 치료기전을 가진 치료제 중에서 가장 우수한 효과를 자랑하는 신약이다. 

문제는 국내사 개발 신약 대부분이 베스트 인 클래스란 점이다.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개발 자체가 쉽지 않은 국내 현실 때문이다. 

더구나 만성질환 치료 신약(비열등 또는 동등 효과)로 분류될 경우 대체 약제 대비 '가중평균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의견이다. 

박 변호사는 "앞서 언급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부분 가중평균가 이하의 가격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약가 구조가 그렇다"라며 "이렇게 되면 낮은 약가로 인해서 국내 선등재를 포기하고 해외 선발매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동일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의 약가 담당자는 "특히 당뇨 신약 개발할 때 이런 방식의 약가 책정이 이어질 경우 신약 개발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SGLT2 계열이 DPP4보다는 워낙 좋은데 약가에서는 비슷하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당국은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해서 약가 프리미엄을 받으라고 하지만 만성질환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가중평균가로 수렴한다"며 "국내에서 당뇨병 신약을 개발해야 할 이유가 없다.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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