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2015년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이하 경평면제)’ 시행 이후 수많은 고가 신약들이 국내로 들어왔다. 하지만 해당 약제들이 비용효과성에 대한 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유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배은영 경상대 약대 교수가 22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최혜영 민주당 의원 개최)'에서 펼친 주장이다. 배 교수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경평면제의 실상을 전했다. 배 교수의 현장 목소리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배은영 교수 발표 내용 캡처
배은영 교수 발표 내용 캡처

# 위험분담과 경평면제는 다르다 

정부는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해 2013년 위험분담제, 2015년 경평면제를 도입했다. 두 제도는 큰 차이가 있다. 위험분담제는 신약의 비용효과를 분석하지만 경평면제는 비용효과성을 보지 않는다. 

재외국 가격으로 비용효과성 판단을 대신한다. 위험분담제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도입됐는데 경평면제 형태를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경평면제를 통해 지난해 7월까지 신약들이 그동안 많이 진입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경평 면제 트랙으로 약제가 들어왔다. 

경평면제 진입조건은 5가지(위 표, 범주1 기준)다. 기본적으로 대상 환자가 소수이고 희귀질환 치료제나 항암제여야 한다. 대체 가능한 약제가 얼마나 있는가에 대한 세부 기준도 만족해야 한다. 

그 다음은 근거의 불확실성이다. 임상적인 것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본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등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마지막 기준이다. 

# 비용효과성 분석을 '왜' 안할까

연구를 통해 신약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체계를 가진 호주, 영국, 캐나다의 사례를 살펴봤다. 우리 정부가 비용 효과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한 약제들에 대해 이들 나라에서 어떻게 평가됐는지를 분석했다는 뜻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우리나라는 경평 면제이기 때문에 약제를 100% 다른 나라(재외국) 가격을 기준으로 들여왔지만 영국, 호주, 캐나다는 100% 경제성 평가를 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국가들이 기존 치료제와 효과를 비교한 데이터에 따르면 단일군 임상시험 자료밖에 없는 경우도 30% 이상 경제성 평가를 진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평 면제약들의 경우 평가 결과에 언급이 된 내용은 주로 학회 의견이었다. 하지만 영국, 호주, 캐나다는 직접 비교 RCT가 없는 경우, 간접 비교에 의존해서라도 문헌적 근거를 토대로 비용효과성을 거치고 의사결정을 내렸다. 

또 우리가 경평 면제로 도입한 신약들에 대해 영국, 호주, 캐나다는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물론 안전성 관련 불확실성을 언급했다(아래 표 참고). 즉 임상적 근거의 불확실성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자료 수집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다는 예기다.

#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고가 신약들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경평 면제 정책을 시행한 것일까"라는 의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같은 약제에 대해 전부 비용효과 분석을 하는 것으로 살펴보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정부가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인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국가들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자료 수집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평 면제에 대한 명분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자료를 수집을 하지 않고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형태로 경평 면제를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 약가 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봤을 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다른 나라에게 설명하기 곤혹스러울 정도다.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욱 큰 문제는 후발약들이다. 후발약이 이미 경평 면제로 진입한 약들과 비교해서 들어오는 중이다. 비용효과적이지 않고 굉장히 높은 가격으로 진입한 약제의 가격이 후발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당 부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일단 경평 면제 진입하고 나중에 재평가를 하면 되지 않느냐"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평가하지 않고 나중에 재평가한 결과를 내세우면 과연 누가 승복이 가능할까. 이렇게 질문을 드리고 싶다. 

한편, 팜뉴스는 이날 배 교수가 제시한 세부 통계를 바탕으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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