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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최선재 기자] 해외 규제 당국에서 '추가적인 임상 가치'가 없다고 평가한 신약들이 경평 면제 트랙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우리 정부가 환자의 신약 접근권 보장을 위해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경제성 평가를 면제했지만 프랑스, 독일 등 규제 당국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이는 배은영 경상대 약대 교수가 22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최혜영 민주당 의원 개최)'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약사 사회에서는 상당수 약제가 경평 면제 혜택을 받을 만큼 임상적 편익이 크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 환자 1인당 연평균 약품비 1000만원 이상 '고가약' 분석 대상 

배은영 교수가 이날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연구 대상은 '경평 면제 제도를 통해 진입한 약'으로, 환자 1인당 연평균 약품비가 1000만원 이상 약제(2021 기준)다. 여기에 킴리아, 졸겐스마 등의 최근 도입된 신약도 추가됐다. 

배 교수는 "경평 면제로 진입한 약들의 잠재적 편익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삼국을 비교했다"며 "이들 국가들은 약의 효과를 등급화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직관적인 판단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보건 당국(HAS)는 위원회(CT)에서 약품의 임상적 편익(SMR)과 추가 편익 수준(ASMR)을 평가했다. 임상적 편익에 대해, 기존 치료법 대비 성과 개선 정도를 5등급으로 나눴다. 

독일도 7등급을 기준으로 '신약의 추가적 편익'을 평가했다. 이탈리아는 5가지 기준을 통해 '신약의 혁신 지위'를 분류했다. 

배 교수는 "아래 빨간 부분은 우리나라가 경평을 면제한 약인데도 이들 국가가 추가적인 편익이 없다고 평가한 것"이라며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있지만 사소한 정도라고 판단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 카프렐사 경평 면제 '첫' 사례 but 독·프 "급여 편익 없어"

팜뉴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 사례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사실은 해외 규제 당국이 경평을 면제 약제 중 상당수에 대해 "추가적인 임상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해당 약제가 기존 치료 대비 임상적 편익을 개선시키지 못했다는 것. 

먼저 '카프렐사(성분명:반데타닙)'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갑상선 수질암 치료제다. 2015년 경평 면제 트랙으로 국내 급여 관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비용효과 평가를 통해 반데타닙에 대해 "추가 편익이 없다"고 평가했다. 

# 국내선 경평 통과했지만...

프랑스는 로슈의 흑색종 치료제 젤보라프(성분명: 베무라페닙)에 대해서도 "추가 편익이 없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노바티스의 항암제 매큐셀(트라메티닙) 단독 요법에 대해 추가 편익이 없다고 밝혔다. 

오츠카제약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아이클루시그(포나티닙)'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포나티닙의 일부 적응증에 대해 같은 판단을 내렸다.

# 제줄라, 니라파립부터 졸겐스마, 스핀라자까지 '포함'

다케다제약의 난소암 치료제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도 다르지 않다. 독일은 니라파립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스트렌식(아스포타제 알파)'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희귀질환 저인산혈증 치료제다. 독일 정부는 아스포타제 알파가 생후 6개월~18세 환자에 대해 추가 편익이 없다고 결정했다. 

프랑스는 노바티스의 ALK 폐암 표적항암제 '자이카디아(세리티닙)'에 대해 기존 치료에 비해 추가적인 임상적 편익이 없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이 추가 편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 바이오젠의 척수성근위축증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의 SMA type 3, type 4에 대해 같은 판단을 내렸다. 

# '추가 편익이 없다" 의미?= 신속 도입 명분 없다

그렇다면 해외 보건 당국이 '추가적인 편익이 없다"는 판단의 속뜻은 뭘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근 정책팀장(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우리나라는 신약의 치료적 성과를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경평 면제 제도를 도입했다"며 "경평을 면제하는 대신 재외국 약가를 참조하면 약가가 오를 수밖에 없지만 더욱 나은 치료를 제공한다는 명분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탄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배 교수가 연구한 데이터를 보면 그 명분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우리가 경평으로 통과시킨 약들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정부가 추가적인 임상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이는 즉, 해당 약제들이 신속히 필요하다고 급여를 해줬는데 사후적으로 평가한 데이터에 따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만큼 추가 편익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환자의 신약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신속성을 이유로 더 높은 약값을 주고 들여왔지만, 결국 그 정도의 편익이 없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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