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교수(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보완-대체의료(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란, 보완의학 혹은 보완 대체의학 등으로도 표현되는 기존 제도권 의학의 단점 내지 맹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학문 체계 및 기술을 의미하는 용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보완-대체의료는 기존의학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의학의 혁명쯤에 해당되는 기존 의학과 대등한 수준의 의학체계인가, 아니면, 참고할 가치가 없는 조잡한 의료기술에 불과한 것인가?

실제로 보완-대체의료 관련 치료기술이 제도권 의학의 맹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큰 논란이 있으나, 이 글에서는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보완-대체의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과, 보완-대체의료의 학문적, 사상적 배경 및 보완-대체의술을 적용함에 있어서 몇 가지 고려해 보아야 할 점을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암환자의 대체요법

오늘날 보완-대체의료의 범주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많은 의료기술들 - 척추교정요법, 사혈요법, 정골요법, 향기요법, 약초요법, 단식요법, 효소요법, 장세척 및 관장요법, 자기요법, 광선요법, 색채요법, 고압산소 요법, 킬레이트 요법, 동종요법, 응용 운동요법(오링 테스트 등), 발 반사요법, 아유르베다 의술, 홍채 진단법, 치료적 안수 및 기공요법(기치료) 등등 - 은 개개의 기술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그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고, 그 기술의 효능 및 효과가 과대하게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수많은 환자들을 고통 가운데 내몰고 결국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가 많은 암(cancer)에 대한 보완-대체의료적 치료법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암 환자 중 대체요법을 사용해 본 환자의 수가 얼마인지에 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나, 캐나다의 한 전문가의 조사에 의하면 암환자의 50% 정도가 대체요법을 찾고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조사, 보고된 바 있다.

암 진단과 치료와 관련된 대체의료적 기술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하다. 프랑스 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80가지 이상의 대체의료적 기술이 있으며, 이 중 절반을 차지하는 진단법의 경우 전부가 과학적, 임상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다.

치료법에 관한 한 통제된 임상시험이 이뤄진 것은 레트릴(laetrile) 요법과 비타민 C요법 외에는 거의 없으며, 대체의료적 기술들에 관한 과학성 평가는 그 기술을 주장하는 측의 증거를 검토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국내에도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거슨(Gerson)요법이 그런 경우이다.

암이 완전히 치료되었다고 광고되는 사례를 검토해 보면, 객관적으로 ‘암’이라는 진단이 확실히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즉 진짜 암이 아닌 다른 질환에 이환된 환자를 치료한 경우이거나, 자세한 조사 결과, 대체의료적 암 치료기술을 적용받은 환자가 퇴원 후에 결국은 사망한 경우로 판정 났다는, 실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대체의료적 암 치료법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나 의사들 중에는 암에 대한 정통 치료법과 함께 영양적 및 정신적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상당 수 있다.

이들은 이런 방법이 암이라는 질병의 진행 경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생존을 연장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부 임상적 데이터에 기초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례도 있으나 실험의 통제성(과학성)이 없거나 부족해 과학적 비판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체에 별다른 해(害)가 없는 보완-대체의료적 요법인 경우, 비록 그것이 본질 상 플라시보(placebo) 효과라고 해도 말기 암 환자들에서의 통증 조절 등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정통의학적 암 치료법을 포기한 상태에서 사망 때까지 이런 플라시보 효과로 인해 환자의 정신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식사요법이나 영양요법, 기타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는 대체의료적 암 치료법이 정말로 환자에게 어떤 문제를 야기할 것인지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더욱이 암 환자가 이런 보완-대체의료적 암 치료법에만 의존하고 정통의학적 치료법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에는 심각한 결과(절식 및 단식 등의 결과로 발생될 수 있는 종양 용해 증후군, 부적절한 식이로 인한 혈중 전해질 농도 비정상화, 암세포의 증식 등)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만성질환자의 대체요법 등

이러한 암 이외에도 다양한 만성 난치성 질환과 관련된 보완-대체의료적 이슈들이 존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복잡 다양한 여러 요소들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보완-대체의료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끔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휴머니즘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듯이 보이는 기존 의료인들 중 일부의 모습 때문에, 대체의료 기술은 오늘도 많은 환자들에게 파고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보완-대체의료는 무조건 수용되거나, 무조건 배척돼야 할 대상은 아닌 것이며, 보완-대체의료의 여러 치료 기술 중 과학적 평가를 거쳐 기존 의학 체계에 수용될 수 있는 것은 즉시로 수용하고, 비과학적, 주술적(呪術的), 미신적 요소들을 가려내어 환자들이 그런 요소들 때문에 현혹되어 정신적, 육체적,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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