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겨냥한 EVOKE·EVOKE+ 3상 임상에서 주요 효능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경도 인지 장애 또는 경도 치매를 가진 55세부터 85세 환자 3,808명을 104주간 추적해 CDR-SB(Clinical Dementia Rating – Sum of Boxes) 점수 변화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CDR-SB는 기억력, 판단력, 일상생활 능력 등 여섯 개 항목을 종합해 질환 진행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다.
연구의 목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질병 진행을 최소 20% 늦추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위약 대비 유의미한 지연 효과는 확보되지 않았다. 다만 회사 측은 일부 지표 변화가 있었으나 임상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계획돼 있던 1년 연장 연구는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결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을 다시 일깨운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최고과학책임자 마틴 홀스트 랑게(Martin Holst Lange)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환자 수요가 큰 영역이라는 점과 기존 지표에서 보인 신호를 고려해 연구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기 위해 승인된 치료제는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켐비(Leqembi)’와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Kisunla)’ 두 가지이며, 모두 주사 또는 주입 방식으로 투여된다.
또한 두 임상에서 관찰된 일부 변화는 학계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회사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뇌 관련 신호가 일정하게 포착됐다는 점은 향후 분석의 의미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직접적인 효능과는 별개로 GLP-1 계열 약물이 중추신경계에 미칠 영향을 더 깊이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협회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결과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GLP-1 계열 약물이 서로 다른 작용을 보일 수 있는 만큼 향후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EVOKE·EVOKE+ 임상시험의 주요 자료를 오는 12월 3일 Clinical Trials in Alzheimer’s Disease 학회에서 공개하고, 전체 분석 결과는 내년 3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Alzheimer’s and Parkinson’s Diseases Conferences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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