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막고 의료인의 형사 책임 부담을 덜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 감정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학술대회에서 제기됐다.
한국조정학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지난 21일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학술대회를 열고 의료 감정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병현 한국조정학회 회장(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의료인이 책임보험에 가입했을 때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환자 측이 이를 받아들이려면 감정 과정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원장은 의료기술과 환자 권리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조정제도 역시 그 흐름에 발맞춰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의는 자연스럽게 감정 절차 전반을 다시 살펴보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먼저 감정의 지연과 편향 우려를 낮추기 위한 기술 기반 방안이 제시됐다.
이찬양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AI 기반 전자 감정 촉탁 시스템을 도입해 절차를 표준화하고, 자료 보안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기술을 활용하면 감정 과정의 안정성과 처리 속도 모두를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감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료 소송의 장기화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이 논의됐다. 정상민 충남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전문가 증언 제도(Expert testimony)를 참고해 일반 상식과 사실 추정 원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국내 감정 절차가 더 유연해질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감정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수탁 감정 제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한 절차 개선 논의도 이어졌다. 이재경 원광대학교 교수는 독일의 의료 감정위원회와 조정위원회 운영 방식을 살펴보며 국내 감정 제도가 참고할 부분을 정리했다. 독일의 구조적인 운영 경험은 감정 절차의 전문화와 처리 속도 향상을 위한 실질적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로 소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결국 의료 감정 체계를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과정이 필수의료 회복과 형사 책임 완화 논의를 구체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데 뜻이 모였다.
유병현 회장은 폐회사에서 “이론과 실무가 균형 있게 이어지는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라며 의료 감정 제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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