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노병철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2010년과 2016년 보툴리눔 톡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수 절차인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심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규제의 태생부터 법적 근거가 결여된 셈으로, 15년 넘게 산업 전반을 규율해온 톡신 규제의 정당성이 근본적 흔들림에 직면했다.
국무조정실은 본지의 확인 요청에 대해 두 건 모두 "규개위 심의 이력이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단순 기록 누락이 아닌, 실제 심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규개위 심의는 정부가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반드시 거치는 '중앙 통제 장치'다. 톡신 생산공정 기술 지정(2010년)은 새로운 규제를 만든 것이고, 균주 포함 개정(2016년)은 기존 보호 범위를 확대한 규제 강화다. 두 사안 모두 법령상 예외 없이 심의 대상이다.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 제11조와 규제심사운영규정 제6조는 심의 생략 요건을 매우 협소하게 규정한다. ▲상위 법령 개정에 따른 기계적 반영 ▲용어 정비 ▲단순 오류 수정 ▲실질적 규제 영향이 없는 형식적 보완만 예외에 해당한다. 규제의 내용·적용 범위가 바뀌면 무조건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톡신 고시는 생산공정 기술을 특정 기술 범주로 묶고, 2016년에는 '균주'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며 기술·사업권·수출 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강한 규제다. 예외 요건과는 전혀 무관한, 전형적인 심의 대상 규제였다.
정부가 경제적 파급력이 큰 규제를 15년 가까이 법적 절차 없이 집행해 왔다는 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톡신 기술은 국내 바이오 수출·라이선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 영역으로, 규제의 정당성은 투자·계약·수출 정책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행정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절차적 중대 하자'로 판단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규개위 심의는 단순 절차가 아니라 규제 남용을 막기 위한 헌법적 통제 기능"이라며 "심의 누락은 고시 효력에 치명적 결함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행정규제기본법 체계에서 '중대·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확인되면 규제의 효력은 '행정청의 직권철회' 또는 '무효·취소를 판단하는 사법심사' 두 가지 갈래로 귀결될 수 있다.
우선 산업부 장관은 절차적 중대성, 공익, 법적 정당성 결여가 명백한 경우 고시를 직권으로 철회할 수 있다. 톡신 고시의 경우 규개위 심의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적다.
사법적으로는, 대법원 판례상 필수 절차를 누락한 행정행위는 무효에 가까운 하자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규개위 심의는 ‘재량적 절차’가 아닌 ‘필수 절차’라는 점에서 무효 판단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계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한 톡신 기업 관계자는 "심의 없이 만들어진 규제가 15년간 톡신 수출을 제약해 온 셈"이라며 "대한민국 톡신 산업 발전과 국부창출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 악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당시 자료 확인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조실이 이미 "심의 없음"을 확인한 만큼, 산업부가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심의록·상정 내역 등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규제 하나의 문제를 넘어선다. 규제개혁 시스템 전체의 신뢰, 행정 절차의 투명성, 국가핵심기술 지정제도의 운영 방식까지 근본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질문은 단 하나로 압축된다.
산업부는 왜 심의 없이 톡신 규제를 신설·확대했는가.
명확한 답변 없이는, 15년간 이어진 톡신 규제의 법적 정당성은 합리화될 수 없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절차적 중대한 하자가 확인된 톡신 고시는 지금까지 제약바이오 산업을 옥죄어온 족쇄로, 이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직권철회를 통해 단호히 해체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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