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약사 사회의 큰 스승이자, 오랜 기간 약국 현장에서 지식과 경험을 나눠온 박정완 약사가 13일 별세했다. 약사 사회는 "현장의 지식을 글로 남긴 마지막 장인", "약학 커뮤니케이션의 선구자"라며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고 있다.

박정완 약사는 40년 넘게 약국에서 근무하며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대표 저서 〈약국에서 써본 약 이야기〉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이 시리즈는 약의 기전·역사·임상·사례를 이야기처럼 풀어내 약사뿐 아니라 약학도와 관련 실무자들에게도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약물 정보를 어렵게 전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해되는 언어'로 약을 설명한 그의 글은 수많은 후배 약사들의 실무 감각과 복약 상담 능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그는 단지 지식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았다. 매주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약학 지식편지' 형태로 나누며 후배 약사들에게 실무의 깊이를 더해주는 안내서를 자처했다. 후배들은 그를 두고 "어떤 약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 준 분", "약은 사람을 살리는 지식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분", "글과 삶으로 약사의 품위를 지켜낸 분"이라고 회고했다.

약학적 전문성뿐 아니라 약사로서의 태도, 환자에 대한 마음, 그리고 지식을 나누는 기쁨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약사 사회에는 슬픔과 추모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한 약사는 "그분의 책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약사는 "약국에서 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가장 먼저 알려준 분이 바로 선생님이었다"고 전했다. 그를 직접 만나지 못한 약사들조차 "그의 책과 글, 강의를 통해 가르침을 받아왔다"며 "한 시대를 만든 약사의 퇴장"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책으로 배웠던 고마움을 전하려는 후배 약사들, 평생 그의 글을 읽어온 독자들, 그리고 함께 삶의 현장을 나눴던 동료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자 박정완 약사의 빈소에는 연일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의 도서 출판을 담당하며 올 4월 〈항암 약물 수업시간〉을 출간한 참약사는 "박정완 약사님은 약을 이야기로 만들었고, 지식을 나눔으로 바꾸어 약사라는 직업의 품위를 다시 세워주셨다. 약사의 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평생의 지침서를 남기셨다"고 말하며 "그가 남긴 책과 글, 그리고 철학은 앞으로도 약국 현장에서 계속 숨 쉬며 수많은 후배 약사들을 이끌 것"이라고 헌정의 뜻을 밝혔다.

많은 말보다 '정확한 약, 정확한 설명, 정확한 마음'이 약사의 본분임을 평생에 걸쳐 증명한 박정완 약사의 삶은 대한민국 약사 사회에 소중한 빛이자 시대적 의미로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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