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시장이 항암 빅플레이어 격전장이 됐다. 그간 1차 치료 시장을 잠식해왔던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아성을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간에 경쟁이 본격화 하면서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12일 한국얀센과 유한양행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에서 EGFR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 표준치료 공략을 위해 공동 판촉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얀센과 유한양행은 지난달 31일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렉라자(레이저티닙) 병용요법 공동 판촉 협약을 체결하고 공식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얀센이 병용요법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이번 협약은 국내 시장에서 유한의 역할을 확대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양사는 별도의 지역이나 병원을 구분짓지 않고 기존에 담당하던 영업·마케팅 거래처 중심으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한국얀센 홍보 관계자는 "국내 의료진과 환자에게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 치료 가치를 알리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일환"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의학적 가치를 전달하고, 필요한 부분은 협업하며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공동 판촉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얀센과 유한의 동맹은 EGFR 변이 1차 치료 공략을 본격화 한다는 선전포고와 마찬가지다. 앞서 임상적 가치와 치료 접근성을 언급한 것은 단순히 영업·마케팅에서 협력한다는 의미 이상이다. 급여화 부분에서도 본격적으로 협력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은 1차 치료에서 급여가 되고 있지만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은 렉라자만 급여이며,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 병용은 타그리소만 부분 급여가 적용 중이다. 누가 먼저 급여에 진입하는지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어 단순한 공동 판촉이 아닌, 그 이상 의미와 가치를 가진 협력이다.
◇폐암 치료 트렌드 단독에서 병용요법으로
현재 폐암 치료 패러다임은 단독요법에서 병용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전 세계적 트렌드다. 임상 현장에선 기존 치료로 효과가 부족했던 전이 속도가 많거나 종양 부담이 큰 환자는 병용요법을 새로 표준치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다.
타그리소와 렉라자 단독요법이 각각 허가돼 급여가 적용 중이지만 병용요법이 추세인 만큼 새로운 표준치료 자리를 놓고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직접적인 경쟁 상대다. 병용요법이 대세가 된 새로운 시대에선 판세 역전이 가능하다.
타그리소와 리브리반트-렉라자 간에 경쟁은 최근 두 요법 모두 타그리소 단독요법 보다 우수한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을 확인하면서 본격화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유한은 자신들의 병용요법이 더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9월 세계폐암학회(WCLC 2025)에서 발표한 FLAURA2 연구의 최종 OS 데이터를 강조하고 있다. 타그리소 병용요법 무진행생존기간이 29.4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19.9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HR 0.62) 감소시켰다는 결과다.
주목할 부분은 최종 OS 분석이다. 47.5개월로 단독군 37.6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23%(HR 0.77) 줄였다. 통계적으로나 임상적으로도 유의미한 혜택을 확정지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연구 중 가장 긴 데이터라고 강조한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인 MARIPOSA 임상도 올해 3월 유럽폐암학회(ELCC 2025)와 9월 WCLC 2025에서 OS 분석 결과가 나왔다. 리브리반트-렉라자를 병용한 경우 무진행생존기간은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16.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HR 0.70) 줄였다.
전체생존기간은 중앙값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3년 시점 생존율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군 60%로 타그리소 단독군(생존율 51%) 보다 9%p 높았다. 타그리소 단독군(36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25% 감소시키는 혜택을 예상하며, 1년 이상의 생존 이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가 충분히 분석할 정도로 쌓이지 않았지만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군에 대한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두 병용요법 모두 타그리소 보다 개선된 결과를 나타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선 타그리소-항암요법 병용은 확정된 OS 데이터이며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은 추정치이다. 어떤 요법이 더 우수한 임상 혜택을 보인다고 확정짓기 어려운 시점이다. 향후 최종 분석 데이터가 나오면 새로운 표준치료제로 등극하는데 강력한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급여 적용 여부 따라 시장 선점 효과
가장 큰 걸림돌은 급여 적용 여부다. 급여 과정에서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는 항암제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수치다. 급여 적용 여부가 EGFR 폐암 1차 표준치료 판도를 좌우할 핵심이다.
올해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 급여기준 미설정을 결정했다. 렉라자 단독요법은 이미 급여가 적용 중이지만, 리브리반트와 함께 사용할 때 고가의 리브리반트를 비급여로 써야 해 환자 부담이 상당하다.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도 작년 11월 암질심에서 급여기준 미설정 결정을 받았다. 올해 5월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에 따라 기존에 사용해오던 타그리소 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환자 부담이 다소 덜한 상황이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항암제라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면 실제 많은 처방이 이뤄지기 어렵다. 급여 여부가 시장 선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협력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던 셈이다.
최근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리브리반트-렉라자를 가장 강력한 권고 등급인 1차 치료 선호요법(preferred)에 포함시키면서 치료제 위상면에서 타그리소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47.5개월에 달하는 타그리소의 역대 최장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를, 얀센과 유한은 타그리소 병용요법과 달리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치료 편의성과 장기 생존 측면에서 잠재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급여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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