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일본이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의료 인력 부족에 직면하자, 정부와 제약업계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병원과 제약사가 경계를 허물고 환자 중심의 데이터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제약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시스템 개편이 아니라, 의료기관과 제약기업이 정보를 공유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구현하는 ‘협력’의 흐름으로 규정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개인번호증을 기반으로 의료정보 통합망을 구축하고, 전국의 병원과 의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체계가 완성되면 구급 이송 중에도 환자의 진료 이력과 처방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되며, 의료 현장의 대응 속도와 정확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이미 국가 보건자료망과 개호 정보가 인터넷으로 연동되며 약 1억 2천만 명의 의료 기록을 한곳에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반을 토대로 의료데이터를 연구와 정책 결정에 실시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의료 디지털 전환 확산은 제약업계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일본 제약협회는 제약기업이 ‘제조·판매 일체 개혁’을 통해 지역별 의약품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전자 처방전 정보를 바탕으로 공급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화된 의료 데이터를 연구개발에 활용해 임상 근거를 신속히 확보하고, 업계 전체가 인프라를 공공재로 인식해 비용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약산업이 단순히 의약품을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데이터 기반 의료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술 발전은 이러한 흐름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DeepMind의 AlphaFold2는 단백질 구조를 정밀하게 예측해 신약 연구의 효율성을 높였고,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 개발에도 AI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데이터를 외부로 옮기지 않고 AI 모델의 학습 정보만 공유하는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방식은 기업 간 데이터 협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가 됐다. 일본 제약사 17곳이 참여한 DAIIA 협력 연구(산학 연계에 의한 차세대 신약 개발 AI 개발 사업)는 이 방식을 통해 독성 예측의 정확도를 크게 높이며, AI를 활용한 신약 연구 발전을 이끌었다. 이러한 기술적 진전은 암, 대사질환,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질환 연구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의료 디지털 전환의 목표는 환자가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어느 기관에서든 진료 이력을 확인하며, 익명화된 정보가 새로운 치료와 약 개발로 이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은 신뢰성 높은 의료 데이터와 고령화 사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혁신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와 의료기관, 제약사, 환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러한 변화는 일본이 의료 디지털 전환 선도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의 핵심이 되고 있다.
출처 : 일본 제약협회(JPMA), 「「つながる」が未来を創る デジタルとデータが拓く、日本の医療DXの最前線」(특집 「医療DX」 Featured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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