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태일 기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다.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2021년에는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전환됐다. 불과 21년 만에 이룬 변화로, 이는 일본(24년)을 제외하면 미국(72년), 영국(46년), 독일(40년), 프랑스(125년) 등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중국 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2억 2023만 명, 전체 인구의 15.6%를 차지한다. 같은 해 60세 이상 인구는 3억 1031만 명으로 전체의 22%에 달했다. 고령 인구의 급증은 중국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실버산업 육성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실버산업은 블루오션…2023년 시장 규모 7조 위안
중국 실버경제는 이미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실버경제 발전보고(2024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실버경제 시장 규모는 7조 1,000억 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13%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8년에는 12조 3,000억 위안, 2035년에는 약 30조 위안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중국 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고령층의 소득 증가, 삶의 질에 대한 기대감 상승, 스마트 기술과의 융합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생계 중심의 복지형 실버서비스에서 관광, 여가, 디지털 교육, 건강관리, 문화소비 등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전략으로 격상된 실버산업, 정부 주도 육성 가속
중국 정부는 실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전방위적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24년 1월, 국무원은 ‘실버경제 발전을 통한 노인복지 증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실버경제를 “노인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령기에 대비하는 일련의 경제활동”으로 정의했다.
해당 정책은 ▲민생 애로 해소 ▲제품 공급 확대 및 품질 향상 ▲다양한 수요 기반의 산업 육성 ▲산업 발전환경 개선 등 4대 분야에서 26개 조치를 제시했다. 중국에서 실버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정책화한 첫 시도로, 고령화 대응의 국가 전략화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어서 2025년 1월에는 ‘양로서비스 개혁과 발전 심화에 관한 의견’을 통해 2029년까지 전국 양로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2035년까지는 중국형 양로 서비스 체계 완성이라는 로드맵도 제시됐다. 이는 도시·농촌 전역을 아우르는 서비스 시스템으로, 자택·지역사회·시설을 연계하고 정부·시장·사회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광·레저부터 로봇까지…실버산업 확장 가속
고령층의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서비스 영역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5년 2월, 상무부와 문화여유부 등은 ‘실버관광열차 서비스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실버관광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용 노선 확대, 테마 여행 상품 개발, 관광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노년층의 여가와 소비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스마트 기술 기반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5년 6월에는 공신부와 민정부가 ‘스마트 양로 서비스 로봇 시범사업’을 발표하며, 자택·지역사회 대상 스마트 로봇 도입 확대와 표준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요양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노인의 삶의 질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실버경제 수요, 전통 복지 넘어 생활 전반으로
중국 실버경제의 수요는 초기의 생계·의료 중심에서 이미 전방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수요 영역은실버경제의 10대 산업수요는 주로 ‘의(衣)’, ‘식(食)‘, ’주(住)‘, ’행(行)‘, ’금융(钱)‘, ’학(学)‘, ’락(乐)‘, ’의(医)‘, ’양(养)‘, ’종(终)‘ 으로 나뉜다. 이러한 다층적 수요는 새로운 산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으며, 기술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와 결합해 실버산업의 고도화를 촉진하고 있다.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중국의 실버전략이 답하다
중국은 단기간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스마트 기술 융합, 다양화된 소비 수요는 실버경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형 실버산업은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 최대의 고령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미래지만, 그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중국 베이징 무역관은 "중국 실버산업은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유망한 시장"이라면서 "우리 기업은 고령화 대응 경험과 ICT 기술력, 제품 디자인, 서비스 모델 능력 등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실버 헬스케어, 교육 프로그램, 스마트 돌봄, 의류 등 분야에서의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해야 할 필요"고 조언했다.
이어 "다만 중국 내 엄격한 규제 환경, 현지 로컬 기업과의 경쟁 심화, 지역별 소비력 격차 등은 진출방안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면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신뢰를 중시하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 철저한 시장분석, 맞춤형 전략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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