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태일 기자] 홍콩 정부의 실버경제 전략이 구체화되면서, 관련 산업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특히 F&B, 제론테크놀로지, 전자상거래 분야는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시장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전환한 홍콩, 소비 구조 변화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령자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정의한다. 홍콩은 이미 2021년에 이 기준을 충족했고, 2024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3.9%에 달한다. 기대수명은 85.63세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2050년에는 인구의 40% 이상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노인이 사회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고령층의 소비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4년 고령층의 소비는 3420억 홍콩달러(약 438억 달러)에 달했고, 10년 내 4960억 홍콩달러(약 63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실버경제 본격 전략화… 5대 정책·30개 실행 조치 발표
홍콩 정부가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실버경제(Silver Economy)를 본격 전략화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5월 ‘실버경제진흥실무그룹(Working Group on Promoting Silver Economy)’을 통해 실버경제 활성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과 총 30개 실행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하며, 정책별 주관 부처를 명확히 지정해 집행의 효율성과 연계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우선 ‘실버소비 증진’ 분야(CEDB 주관)에서는 ▲고령자 친화적 소비환경 조성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등을 포함한 총 11개 조치가 추진된다. 실버 소비 시장을 활성화하고 고령 소비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버산업 발전’ 부문(ITIB 주관)에서는 ▲노인 대상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지원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진입 장벽 완화 등을 중심으로 4개 조치가 시행된다.
‘실버제품 품질보증 강화’ 분야(CEDB 주관)는 ▲제품 표준화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BA) 간 인증 협력 확대 등 4개 조치로 구성돼, 실버 제품의 품질 신뢰도 제고와 지역 간 연계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실버금융 및 안전망 강화’ 분야(FSTB 주관)는 ▲은퇴 금융상품 보급 ▲고령층 대상 투자 교육 ▲금융보안 강화 등을 포함한 7개 조치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실버 생산성 제고’ 분야(LWB 주관)는 ▲고령자의 재취업 및 재교육 ▲역량 개발 등을 위한 4개 조치를 통해 고령 인력의 사회 참여와 생산성 유지를 도모한다. 홍콩 정부는 이 같은 정책 조치를 통해 첫해인 2025년에만 약 170억 홍콩달러(약 22억 미 달러)의 소비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너 척 부사장은 “실버경제는 고령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홍콩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부는 민간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모든 조치를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실버 소비의 진흥, 산업 생태계 확장, 고령자 복지 증진 등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의 상징적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케어푸드·스마트 돌봄·UX 기술 등 주목
식음료(F&B) 분야에서는 고령친화 식품 프랜차이즈 진출과 케어푸드 관련 기술 수출이 유망 분야로 꼽힌다. 삼킴 장애를 겪는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홍콩 시장은 이미 케어푸드 기준을 마련하고 대형 외식 브랜드들이 관련 메뉴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식감 조절 기술, 질감 유지 기술 등 특화된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식단 솔루션을 제안하거나, 고령자 맞춤형 식자재 패키지 및 프랜차이즈 모델을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제론테크놀로지 분야에서는 스마트 돌봄 기기,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낙상 예방 기술 수출이 핵심이다. 홍콩 정부는 이미 다양한 보조기기를 노인 센터에 렌탈 방식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NGO와의 협력 모델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 의료기기 기업은 ▲음성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낙상 감지 센서 ▲원격 생체 신호 관리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수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는 고령자 전용 UI/UX 플랫폼 개발과 헬스케어 제품 렌탈 서비스를 연계한 전자상거래 모델이 주목된다. 홍콩 노인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85%를 넘긴 상황에서, 직관적 화면 구성, 음성 검색, 실수 방지 결제 차단 기능 등 고령자 친화형 UX가 경쟁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나 케어 제품의 월 단위 렌탈 플랫폼은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으로 유효할 전망이다.
진출을 위한 협력 채널로는 ▲홍콩 정부가 매년 주최하는 'Gerontech & Innovation Expo cum Summit(GIES)' 등 전시회 참가, ▲홍콩 R&D 기관과의 공동연구, ▲현지 NGO 및 커뮤니티 센터와의 기술 시범사업 추진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고령자 대상 시범 프로젝트나 장비 대여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제품 검증과 홍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홍콩은 실버경제와 관련한 정책-수요-인프라가 이미 마련된 대표 시장으로, 아시아 시장 확대를 노리는 국내 기업에게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KOTRA 홍콩무역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평균 대 수명이 가장 긴 도시 중 하나인 홍콩은 실버 경제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라면서 “홍콩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실버 경제 활성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 및 30개 조치 계획’은 홍콩과 GBA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 부처 및 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실버 경제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시장과 제도적 환경 하에 홍콩의 외식업, 제론테크놀로지,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산업에서는 고령층과 돌봄 제공자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활발히 출시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홍콩 정부의 정책 방향과 세부 조치 계획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이를 기회로 활용해 홍콩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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