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를 생각해 봅니다. 공자는 자신의 나이가 50세였을 때 ‘지천명(知天命)’이라 했습니다. 그때는 기원전 6~5세기에 해당합니다. 공자는 50세가 되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경지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외람되지만 후학으로서, 이제는 적절치 않은 비유가 아닐는지요.
2025년 한국에서 50대에게 주어진 운명은 무엇일까요? 잘 아시는 것처럼 운명은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시대적,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해 보면, 2025년 현재 50대에게 주어진 운명은 다음과 같은 키워드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퇴직’입니다.
우리의 생애주기를 로켓 발사에 비유해 보면 간명해집니다. 로켓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 1단계, 2단계의 테이크 오프는 필수입니다. 로켓의 첫 번째 추진체가 분리되는 1단계 테이크 오프는 생애주기에서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를 의미하는 청년기와 중년기에 해당합니다. 로켓의 1단계 추진체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해 지구 중력을 이겨내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삶의 에너지 소모가 가장 큰 시기입니다.
힘겨운 대학 입시와 졸업을 거쳐 취업과 결혼을 통해 비로소 한숨을 돌리나 싶지만 이내 주택 마련, 자녀 양육, 승진 등 해야 할 일들이 녹록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집중하게 되고 성장과 생존을 위한 추진력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켓의 두 번째 추진체가 분리되는 2단계 테이크 오프는 우리 생애주기에서 50대에서 60대까지의 후기 중년기 또는 은퇴기를 말합니다. 로켓의 2단계 추진체는 궤도 진입 직전까지 로켓을 안정적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생애주기에서 50대는 궤도에 진입도 하지 못한 채 퇴직이라는 난관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은 늘어나고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의 책임은 여전한데, 어느새 운명처럼 퇴직이 다가온 것이죠.
통계청의 ‘2023년 5월 고령층 경제활동 부가조사’에 따르면, 55∼64세의 인구는 한 직장에서 평균 15년 7.9개월을 일한 뒤 49.3살에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된 일자리에서 60세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비율은 불과 8.5%에 불과했는데요.
이는 한국은행의 2025년 이슈 노트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 근로 방안’에서 밝힌 것처럼, 정년 60세 혜택이 주로 대기업 특히 노조가 강한 기업에 집중되었다는 분석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일자리 비율은 2021년 기준 13.9%입니다.
다음 두 번째 키워드는 ‘소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50대는 자녀와 부모를 부양하고 노동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여전히 감당하고 있음에도, 정책적으로는 청년도 아니고 고령자도 아닌 ‘중간층’으로 분류됩니다.
결국 퇴직과 재취업의 문제도 정책의 제도적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것이지요. 현실을 볼까요? 지난 2013년 국회는 법정 퇴직 연령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근로자 300인 이상의 대기업은 2016년부터, 중소기업은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도록 법적 강제 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근로자의 평균 49세의 퇴직 나이가 대변하듯, 기업은 경영상의 효율을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왔습니다. 퇴직 전 직장에서 퇴직 후 재취업 시장에서 50대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은 그저 고임금의 구조조정 대상자일 뿐입니다.
이미 정책적 측면에서도 정부는 50대를 지원이 필요 없는 세대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50대가 겪는 퇴직의 압박과 재취업의 어려움은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의 전락뿐 아니라 가정의 파괴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현재 정부의 재취업 정책은 저소득, 저학력자 위주의 신체적 단순 노무의 일자리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결코 이러한 노력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중간관리자나 전문직 출신의 50대 경력자들이 정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를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홀로 해결책을 찾다가 무력감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외로이 분투하다가 스스로 절망에 빠져버리는지 말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미연에 방지토록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이미 일본의 사례가 이를 예증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앞서 로켓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2단계 테이크 오프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국가 경쟁력 상실을 위기로만 여기지 말고, 50대를 기회와 돌파구로 삼아야 합니다.
성장의 추진체로서 50대의 역량은 충분합니다. 따라서 50대에 퇴직과 재취업이라는 불안을 극복할 수 있게끔 경력 단절 상태를 최소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합니다.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경력 단절 상태로 매몰되는 여성의 문제 못지않게, 타율적 퇴직으로 경력 단절의 늪에서 고통받는 50대의 문제 또한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죠. 다음 주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가 있습니다. 표심으로서가 아닌, 성공적 궤도진입을 도울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추진체로서, 50대의 퇴직과 재취업 정책을 기대해 봅니다.
글. 숙명여자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이충우 교수
*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