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정말 화창했습니다. 괜스레 집에 있기 싫더군요. 모처럼 집 앞 호수공원이라도 가고 싶어졌습니다. 매화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 속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활짝 피고 있었고, 반려견을 유모차에 태운 채 산책하는 초로(初老)의 부부들이 많았습니다.
잔디밭에 누워 호수를 바라보며 봄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문득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순간 그 섬에 가고 싶은, 아니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격렬하게 솟구쳤습니다.
최근 제 지인들 사이에 ‘뉴욕·피렌체 한 달 살기’라는 신문 기사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아무래도 실행가능성(feasibility) 때문이겠지요. 가치 평가를 통해,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을 실행가능성이라 합니다. 가치(value)는 마케팅에서 가치 함수로 나타낼 수 있는데요. 비용(cost)과 혜택(benefit)을 고려합니다. 가령 혜택을 비용으로 나누었을 때, 혜택이 더 크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가치는 크다고 합니다.
뉴욕이건 피렌체이건 장소의 상징성보다는 실버층의 ‘한 달 살기’에 주목해 봅니다. 한국리서치(2023)의 ‘세대별 선호 여행 행태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한 달 살기’에 대해 60세 이상에서는 61%, 50대는 70%가 경험해 보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도시지역과 자연지역 중 어떤 여행지를 더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60세 이상은 66%, 50대에서는 62%가 ‘자연지역’을 더 높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에 대해서 60세 이상에서는 49%(vs. 해외 30% ), 50대는 50%(vs. 해외 28%)가 ‘국내여행’을 더 선호했습니다.
요컨대 국내 자연지역에서 한 달 살기라는 실버세대의 여가 욕구를 확인한 것이죠.
그러면 실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한 달 살기’의 실행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실버비즈니스 관점에서 ‘한 달 살기’에 대한 가치를 혜택과 비용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평소 좋아하는 지역에 정착함으로써 얻게 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향유입니다.
‘여행’이 아닌 ‘살기’를 원한다는 의미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생활을 짧게나마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이는 심리적 측면에서 일상 탈출의 독립적 수행과 삶의 만족도 향상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런케이션’과 ‘워케이션’을 누릴 수 있습니다. 런케이션(learn+vacation:Learncation)은 전통주, 막걸리, 전통차, 커피 바리스타, 전통 장류, 전통 식문화, 도자기, 해녀, 다양한 무형문화재(탈춤, 전통무용, 민요, 공예) 등을 직접 배우고 체험해 보는 것을 말합니다.
실버 소비자는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거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습니다. 국내의 자연지역은 이처럼 유명 특산품과 무형문화재의 보고입니다.
반면, 워케이션(work+vacation:Workation)은 지빙자치단체의 일자리와 ‘한 달 살기’와의 연계가 매우 중요한데요. 실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다면, 실버소비자 입장에서 비용 특히 금전적 비용(monetary cost)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참여의 동인(drive)이 됩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들의 장기적인 정착을 유도할 수 있어서 인구 유입의 기회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라는 선순환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지역 소멸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한 달 살기’ 프로그램 참여시, 일자리-소셜미디어에 지역 홍보 직무-의 대가로 숙박비와 체험비를 지원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지극히 부분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평소의 제 생각을 말씀드려볼까요.
만일 수도권에 비해 경영, 디자인, 광고·홍보 재무·회계, 의료, 예술, 교육, 건축 등의 분야에 지방자치단체의 전문가 풀(pool)이 부족한 실정이라면, 이로 인해 정책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일자리 연계형 한 달 살기 프로그램으로 실버세대를 유인하십시오. 그리고 스페셜리스트라 불렸던 그들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십시오.
실버층의 ‘한 달 살기’를 그저 단순히 ‘로망’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실버세대에는 새로운 사회적 연결과 활동, 새로운 인생의 발견처럼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 줄 수 있고,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가치가 담겨있습니다. 지역사회,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계획하고 있는 ‘한 달 살기’는 어디인가요.
글. 숙명여자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이충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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