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투자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전반적인 실적 둔화와 함께 제약사 3곳 중 2곳이 전년 대비 R&D 투자 비중을 줄였기 때문이다.
팜뉴스가 2024년도 1~4분기까지 경영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사 30곳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24년도 연구개발비 총액은 2조 9205억원으로 전년(2023년) 2조 7303억원 대비 1901억원 증가했다.
다만, 조사대상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23년 11%에서 2024년 10.3%로 0.7%p(포인트) 줄었다. 이는 지난 2022년 11.6%에서 2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인 것이다.
또한 조사대상 30곳 중 전년 대비 R&D 투자 비중을 늘린 곳은 9곳에 불과했다. 또한 평균 R&D 투자 비율인 10.3%보다 연구개발에 적은 비중을 투자한 제약사는 19곳으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제약사 3곳 중 2곳이 전년보다 R&D에 대한 투자를 줄인 셈이다.
# 1000억원 이상 R&D 투자 제약사 10곳…셀트리온·삼바·유한 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상위 제약바이오사들은 작년에만 2조원이 넘는 비용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지출한 곳은 셀트리온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은 2024년 매출액 3조 5573억원, 연구개발비 4346억원으로 R&D 투자 비율은 12.2%를 기록했다.
다만, 투자 비중은 전년(2023년) 15.7% 대비 3.5%p(포인트) 감소했는데, 이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으로 매출액이 1조원 이상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셀트리온이 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에는 '신성장 동력' 확보가 그 배경에 있다.
오는 2025년까지 11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오크레부스, 코센틱스, 키트루다, 다잘렉스 등 4개 제품의 바이오시밀러와 7개의 미공개 파이프라인을 추가 개발해 오는 2030년까지 총 22개의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높은 R&D 투자를 진행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액 4조 5473억원 중 8.6%에 해당하는 3929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CDMO가 메인 사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에 솔라리스 바이오시밀러(SB12)의 한국·미국 허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SB15)의 한국·미국·유럽 허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SB17)의 한국·유럽·미국 허가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했다.
또한 올해에는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며, 다국적제약사 산도스(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및 테바(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외에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SB27)는 임상 1상과 3상을 오버랩하는 전략을 통해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지난해 역대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긴 유한양행이 가장 많은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유한양행의 매출액은 2조 677억원이며 R&D 비용은 268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3.0%다. 이는 전년(2023년) 대비 2.5%p(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이어갈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이달 초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항암제 신약으로 개발 중인 'YH32364'의 임상1/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YH32364는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와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 항체로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고 있는 EGFR에 결합해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동시에, 4-1BB 신호를 자극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한미약품(2024년 R&D 투자액 2097억원), 녹십자(1746억원), SK바이오팜(1613억원), 종근당(1573억원), 동아에스티(134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061억원) 등의 제약사가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했다.
# R&D 투자 비중 한자릿대…대다수 제약사 전년 대비 연구개발 지출 줄였다
다만, 앞서의 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대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 R&D 투자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2024년 제약업계 R&D 평균치인 10.3%에 못 미치는 제약사는 30곳 중 19곳에 달했고, 전년 대비 작년에 연구개발 비중을 줄인 곳도 21곳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제약사 3곳 중 2곳이 지난해 평균에 못 미치는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거나 투자 비율을 줄인 셈이다.
조사대상 중에서 전체 매출액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의 R&D 투자를 진행한 곳은 일동제약으로 확인됐다. 일동제약의 R&D 투자 비중은 2023년 16.2%에서 2024년 1.5%로 무려 14.7%p(포인트)가 감소했다.
다만 여기에는 '숨은 일 인치'가 있다. 일동제약이 지난 2023년 말에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 분할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노비아는 독립적인 입지에서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전문성 및 효율성 제고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과 투자 유치 등 제휴 파트너 확보 측면에서 보다 유리한 요건을 갖추는 한편, 일동제약은 과도한 R&D 비용을 지워 경영효율화 및 적정 기업가치 산출에 성공했다.
한편 이외에도, 광동제약(2024년 R&D 투자 비율 1.6%·전년비 0.6%p↓), 셀트리온제약(2.9%·전년비 0.4%p↓), 휴젤(4.7%·전년비 2.9%p↓), 동국제약(5.5%·전년비 0.1%p↓), 안국약품(4.9%·전년비 0.3%p↓), 동화약품(5.1%·전년비 1.1%p↓), 한독(5.3%·전년비 1.4%p↓), 영진약품(5.3%·전년비 0.8%p), 보령(6.0%·전년비 0.5%p↓), 등의 기업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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