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족이 된 반려동물…But 여전히 부족한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
[기획] 안전성평가연구소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 한수철 단장 인터뷰
[기획] 큐라클 전략기획실 전현주 차장(인의약품 CU06 반려동물 의약품 확장 프로젝트 총괄) 인터뷰
[팜뉴스=김응민 기자]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노령화·노령묘에 대한 관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수공통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 등이 제기되며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국가가 직접 나서 반려동물 신약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안전성평가연구소(KIT) 산하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이다.
사업단은 '반려동물 신약개발 전용 플랫폼' 구축과 해당 신약 파이프라인의 구축을 통해 후보 소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용화함으로써, 지자체에 선순환 연구생태계를 제시하고 지역특화산업으로 육성해 출연연 지역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에 팜뉴스는 금번 '반려동물 신약개발 기획특집'으로 안전성평가연구소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을 이끌었던 한수철 단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본인 프로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안전성평가연구소의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며 시험책임자, GLP시스템의 운영책임자, 기관수의사 등의 업무를 20년 넘게 일해오면서 비임상연구(개, 원숭이) 분야에서 사람을 위한 신약개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2021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주관하는 융합연구사업에 선정돼 반려동물용 의약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동물용 의약품은 인체용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효능 및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하며, 비임상과 임상시험단계로 유사한 검증을 하게 돼 있어 전공 분야를 살려 연구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안전성평가연구소 산하의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은 어떤 조직이며 주된 역할을 무엇인가?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안전성평가연구소(KIT) 산하 조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과 실용화 플랫폼을 구축해 신약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총 21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운영됐으며 5개의 정부출연연구소, 5개의 대학교 그리고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참여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소재개발 ▲검증 ▲분석 ▲개선 및 대량표준화의 요소기술들을 융복합해 반려동물용의약품의 개발을 원스탑(one-stop)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실용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 난치성,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을 포함한 수요자의 니즈(needs)에 맞는 신약개발의 전주기 연구를 수행했다.
사업단의 주요 역할은 수요자의 미충족수요(unmet needs)를 바탕으로 천연물질과 화학물질 등 다양한 동물용 의약품 소재를 발굴하고 실용화하는 것이다.
또한 이에 대한 효능평가와 기전연구, 비임상 연구(GLP), 임상 연구(GCP)를 수행하고 대량생산(GMP)으로 연결되는 융복합적인 실용화 플랫폼을 구축해 궁극적으로는 신약개발의 각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이를 위해 출연연구기관, 대학, 산업체가 협력하는 융합 연구를 수행하며 반려동물 ▲만성신장질환 ▲아토피 ▲비만 ▲항암제 등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 개발하고 실용화는 연구를 지원했다.
특히 사업단은 실험실 연구에서 나아가 임상 및 대량생산까지 연계한 실증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연구 성과가 실제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실용화 영역에 중점을 두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작년 12월에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기존에 구축된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반려동물 신약개발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 중에 있다.
주요 후속 연구사업으로 국가 5대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반려동물신약개발에 대한 이어달리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지자체와 함께 사업을 수행하는 까닭에 지속적인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실용화 전략을 논의해, 국내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국가가 직접 나서서 반려동물용 신약 개발을 위한 사업단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반려동물 신약 개발을 위한 사업단이 국가 주도로 설립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궁극적으로 사람의 건강을 위한 목적이 있다. 불과 얼마 전, 전세계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으로 수억명의 확진자와 수천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발생됐던 모든 팬데믹, 즉 사스(SARA), 메르스(MERS), 신종플루, 엠폭스(원숭이두창) 등의 원인체는 75% 이상이 동물에서 유래한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것이다.
유기되거나 유실되는 반려동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과 야생동물 간의 접촉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동안, 사람과 반려동물의 접촉시간(contact time)은 오히려 늘어 잠재적인 위험이 더욱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는 어떤 개인의 문제나 민간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의 문제이며, 동물과 사람은 '하나의 건강(one health)'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과 시급성은 중차대(重且大)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반려동물 시장(Petconomy)의 급성장과 이에 따른 의약품 수요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령견·노령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성질환(신장질환, 관절염, 피부질환 등)에 대한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민간기업이 영세한 구조로 동물용 의약품 연구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제대로 된 동물용 의약품 1개가 탄생하려면 10년이라는 기간과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나, 국내 동물용 의약품 제약사의 평균 연구개발비는 1.3억원 수준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에 의존하거나 인체용 의약품을 임의로 처방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악순환 생태계를 극복하고 국내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추진하게 됐다. 또한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의 확대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게 돼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된 것도 있다.
셋째, 연구 인프라 및 규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다. 기존에는 반려동물 의약품 연구개발에 대한 플랫폼이 전무했으며 연구지원 체계도 미흡했고 연구기관·대학·산업체 간 협력도 원활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사업단을 통해 신약개발의 전 주기(비임상, 임상, 생산)를 아우르는 실증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관간 연구 네트워크를 구성해 국내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국가 차원의 중요한 전략으로 삼았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반려동물 의약품 관련 규제 체계가 정교해지고 있어, 이를 고려한 연구개발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결과적으로,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은 이러한 배경에서 국가적 지원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연구개발(R&D) 뿐만 아니라 산업화까지 연계하는 구조를 마련해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이 추진 중인 주요 프로젝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선, 동물용 의약품을 원스탑(one-stop)으로 만들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의 다양한 기술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고 플랫폼화 하여 구축하는 것으로, 단계마다 반려동물에 최적화된 효능과 안전성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전연구 기반을 마련한다.
이렇게 단계 별로 개발한 소재들을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고도화함으로써 기술 성숙도를 높여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소재들을 전산화해 소재은행을 만들어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통해 필요한 소재와 적응증을 연결하고 우수소재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확보하는 예측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렇게 발굴된 소재는 방사선과 플라즈마 기술로 효능을 높이거나 독성을 낮추도록 개선하기도 한다.
그리고 규제기관에 등록해 신약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비임상연구와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우수 소재들을 활용해 기능성식품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저희 소재 중에는 천연물질들을 기반으로 한 우수소재가 많기 때문에, 독성이 적고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 현재 사업단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빠른 진척 및 가능성을 보이는 동물용 의약품 파이프라인은 어떤 것인가?
얼마 전에 임상3상 허가를 받은 'CP01-R01' 파이프라인이 있다. CP01-R01은 혈관내피의 기능장애를 차단시켜주는 소재로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치가 높다.
무엇보다 CP01-R01은 이러한 확장성으로 이미 많은 연구가 선행된 까닭에 가장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마련돼 있었고 덕분에 빠른 진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해당 파이프라인을 통해 개발하고자 하는 목표는 난치성 질환인 만성신장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다.
만성신장질환은 반려동물의 주요 사망의 원인 중 하나이지만 적절한 치료제가 없다. 특히 많은 부분이 혈관의 기능장애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함으로써 기존의 증상완화(대증)요법과 다르게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만큼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
#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의 향후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성공적으로 종료된 반려동물신약개발 사업단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약물 개발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CP01-R01의 경우, 지역혁신형 메가프로젝트 사업으로 이어달리기(Bridge) 연구를 진행하여 임상시험 및 인허가를 위한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완성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기존 연구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자체와 협력하여 동물용 의약품 개발을 위한 지역특화 산업화 플랫폼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한,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규제 대응과 연구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이다.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 및 임상 허가를 위한 규제 절차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본 사업단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당국인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반려동물 의약품의 비임상·임상 연구를 위한 실증 데이터 구축을 강화해 동물용 의약품 승인 및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 끝으로 반려동물 신약 개발 관련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예전에는 애완동물로 불렸지만, 이젠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한 반려동물의 건강은 또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하나의 건강으로 이어져 있다.
사람에게는 반려동물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으나 지금까지는 그 당위성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투자와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반려동물신약개발 플랫폼의 구축과 신약 파이프라인의 확보로 좋은 반려동물신약을 개발해 사람에게 건강을, 동물에게 복지를 그리고 유관 산업의 활성화를 이루며, 글로벌 리더이며 신약개발 기술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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