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세계 유명 셀럽들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찬양론'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미국 시장을 휩쓸었고 유럽을 평정한 이후, 이제는 아시아를 넘보고 있다. 내년 2월 일본 도입이 본격화된다면 국내 도입도 시간 문제다.  

하지만 최근 위고비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일고 있다. 한 달에 약 200만원, 5년에 1억에 달하는 '약가' 때문이다. 정작 치료받아야 하는 비만 환자들은 외면받고 부유층을 중심으로 '다이어트약'으로 둔갑한 위고비가 소비될 것이란 지적이 들리는 이유다. 기적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역설이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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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는 좋은 약이지만 오로지 부자의 전유물이다"

21일,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유명 셀럽들이 위고비로 살을 뺐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점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다"며 "위고비는 한달에 200만원이 필요한 약이다. 미국 셀럽들이 부유층이다. 장기적으로 투약이 가능한 돈이 있어서 체중 관리가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유명 셀럽'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을 뜻한다. 머스크가 2023년 10월 공개적으로 위고비를 복용한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부자다. 블룸버크 통신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의 재산은 약 2260억 달러, 한화로 295조 5800억원에 달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위고비의 1년 약값은 약 2000만원, 5년을 투약하면 1억원에 달한다"며 "머스크 입장에서는 푼돈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어림도 없다. 아무리 중산층이라고 해도 상당히 부담이 가는 금액이다. 그만큼 위고비는 고가약"이라고 덧붙였다.

외신에 의하면, 위고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미국 맨허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 주민이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는 전통적인 부유층 거주 지역으로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85세다. 수명이 높고 뉴욕에서 가장 높은 소득 수준도 유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미국에서는 이미 외모와 몸매가 이미 불평등을 설명하는 키워드"라며 "'미국 도처에서 왜 뚱뚱하지? 저 사람은 위고비를 안 쓰나. 돈이 없는 걸까'라는 의문이 당연시되고 있다. 뚱뚱하면 가난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현실이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고 밝혔다.

노보노디스크 제약은 위고비의 국내 도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만 공급 중인데 그마저도 품절 현상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년 2월 일본 출시가 확정된 순간, 서울 강남 개원가의 온도가 달라졌다. (일본 출시 임박, '강남' 의사들 '위고비' 기대하는 까닭 참고)

실제로 강남 지역은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비만 치료제 '삭센다'의 성지로 불린다. 약값은 한달 기준으로 약 20~30만원이다. 고가 비급여 치료제지만 피부과와 클리닉에서 전방위로 처방되고 있다. 

위고비가 향후 삭센다를 대체할 경우, 약값은 10배로 뛰어오른다. '고가' 비만치료제 시장이 '초고가'로 돌변해 강남에 안착할 가능성이 있는 배경이다. 

더욱 큰 문제는 '오남용'이다. 

삭센다는 ‘BMI 30kg/㎡ 이상인 비만환자 또는 초기 체질량 지수가 BMI 27kg/㎡ 이상이면서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로서 한 가지 이상의 비만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만 처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고도비만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오프라벨 처방이 이뤄지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앞서의 약사는 "임상 결과를 보면 삭센다보다는 위고비가 상대적으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약으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삭센다 오남용 사례처럼, 위고비가 들어온다면 정작 맞아야할 고도 비만 환자에게 처방되지 않고 다이어트약으로 처방될 것이다. 그것도 초고가 약제로 말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약사 사회와 업계의 우려는 억측일까. 

업계 관계자는 "억측은 아니다. 고도 비만 환자 뿐 아니라 당뇨병 환자도 차별을 겪을 수 있다"며 "위고비는 당뇨약 오젬픽과 같은 성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위고비 열풍이 일면서 오젬픽도 품절 현상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살을 빼려는 사람들이 위고비 대신 오젬픽을 찾으면서 정작 당뇨병 환자들이 '패싱'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는 단순히 불평등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비극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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