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급여 등재 신청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가 포기했다. 당시 노보노디스크는 공급 불안정 때문이란 입장을 내놓았지만 최근 업계에서 다른 분석이 들려 이목이 쏠린다.

 

밥상이 차려졌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면 됐지만 손님은 숟가락조차 들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재료가 너무 좋다고 밥상을 차려달라고 부탁한 장본인은 바로 손님이었다. 그런데도 한 숟갈도 뜨지 않았다.  

여기서 밥상을 차린 장본인은 '심평원 약제 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다. 밥상을 차려달라고 부탁한 당사자는 '노보노디스크'다. 반찬에 쓰인 재료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이다. 

오젬픽은 제2형 당뇨병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성인에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보조제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아낸 오젬픽 보험 급여 등재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올해 5월, 심평원 약평위는 오젬픽에 대해 '평가금액 이하 수용시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급여 등재 직전, 노보노디스크는 신청을 돌연 철회했다.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제2당뇨병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옵션을 누릴 것이란 기대가 꺾인 것이다. 

당시 노보노디스크는 '공급 불안정'을 이유로 들었다. 전 세계적인 오젬픽 부족 현상으로 급여 이후에 공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품절 현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비만치료제인 위고비 열풍으로 오젬픽이 오프라벨(용도 외 목적) 처방되면서 공급 부족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위고비는 오젬픽의 비만치료제 버전으로 같은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약이다. 

그 이후 약 7개월이 흘렀다. 노보노디스크의 입장에는 변화가 있을까.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당시 오젬픽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 제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며 "때문에 한국에서도 공급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출시 이후 환자 치료가 계속돼야 하는데 그 지속성을 확신할 수 없었다. 급여 일정에 따른 시간적인 이슈도 있어서 급여 제품 출시를 연기하게 됐다"고 답했다. 노보노디스크가 또 다시 같은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최근 다른 해석이 들린다. 위고비 열풍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오젬픽 공급 불안 문제가 당장은 해결될 수 없다는 목소리다.

'공급 불안정'이라는 노보노디스크의 공식 입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대형 제약사의 약가 담당자는 "공급 불안보다는 결국 낮은 약가 때문에 등재를 포기한 것"이라며 "오젬픽 공급불안정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결국 우리나라가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약평위에서 낮은 약가를 받으면서 오젬픽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이유를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약사 사회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정책 팀장은 "오젬픽과 위고비는 같은 성분인데 약 이름만 다르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심평원이 제시한 급여 가격으로 오젬픽의 보험 약가가 정해질 경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험 약가 산정은 대체 약제와 가격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릴리의 트루리시티는 한 번 주사에 2~3만원으로, 한달 약값은 8~12만원 수준이다. 약평위가 이런 수준을 제시했다면 노보노디스크가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오젬픽 사태를 향해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바로 업계 일각에서 오젬픽 등재 포기 사태 이면에 '노보노디스크의 탐욕'이 보인다는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의 국내 출시를 염두해두고 급여 등재를 포기한 것이란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는 어떻게 해서든 나중에 한국에 들어온다"며 "만약에 오젬픽 약가가 트루리시티 수준으로 정해지다면 같은 성분의 위고비 급여 등재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포장지만 다를 뿐 성분이 같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 출시를 염두한 탓에 오젬픽 급여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보노디스크가 훗날 비만 치료제가 국내 시장으로 들어올 경우를 염두해서, 오젬픽 등재 절차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당뇨병 치료 환자들의 접근권보다는 전적으로 자사의 이익을 고려한 결정이란 얘기다.  

하지만 20일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팜뉴스 측에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위고비 가격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오히려 오젬픽을 들여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다만 급여 등재 프로세스가 있었는데 글로벌적인 공급 제한 때문에 그 부분을 맞출 수 없어서 출시를 연기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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