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최근 의약품 존속기간 연장 조건인 '신물질' 인정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판례가 쌓일수록 오리지널사에 유리하지만 제네릭사에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허 존속기간이 연장될수록 제네릭사들의 시장 진입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김용 특허청 과장이 지난 6일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하반기 교육(식약처 주최)" 당시 주장한 내용이다. 김 과장이 제시한 판례들을 토대로, 신물질 최신 판례의 트랜드를 살펴봤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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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제도'는 의약품·농약 허가 등에 장기간(임상시험 및 품목허가 검토기간)이 소요되어 발생하는 특허권 불실시 기간을 최대 5년의 기간 내에서 연장해 보상하는 개념이다. 

김용 과장은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위해 식약처 승인 받아야 한다"며 "특허권을 설정 등록한 직후부터 의약품의 품목 허가까지 임상시험이 행해졌다면 이를 특허권 불실시 기간으로 판단하고 줄어든 기간 만큼 추가적으로 연장한다. 무작정 해주는 것은 아니고 최대 5년까지 단 한 차례 연장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허 존속기간 연장 조건은 "신물질을 유효 성분으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최초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특허법 시행령 7조)"이다.

여기서 '신물질'은 약효를 나타내는 활성 부분의 화학구조가 새로운 물질을 뜻한다. 

김용 과장은 "특허법 존속기간 연장 건수가 많지 않다. 2021년에 약 60건 정도였다"며 "해마다 특허 출원이 21만 건이 나온다.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존속기간 연장 제도는 가장 중요한 돈과 연관이 있다.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통 블록버스터 신약은 개발사의 특허권 존속기간 막바지에 이를수록 매출액이 급등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연장 기간이 길수록 오리지날 신약 개발사는 이득을 얻는 반면 제네릭사는 존속 기간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게 중요하다. 제네릭 출시 시점이 그만큼 앞당겨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사실은 최근 특허법원이 '신물질(약효를 나타내는 활성 부분의 화학구조가 새로운 물질)' 인정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 과장이 이날 제시한 '기하이성질체 사건(2016허9011)'에 따르면 A 출원인은 알리톡연질캡슐(유효성분: 알리트레티노인, 주성분: 9-시스레티노산)에 대해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고 허가를 기반으로 특허청에 특허권 존속기간을 연장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기허가 의약품인 알리톡이 베사노사이드연질캡슐(유효성분:트레티노인, 주성분: 올-트랜스레티노산)과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허청은 "알리트레티노인은 9-시스레티노산이고 트레티노인은 올-트랜스 레티노산이므로 알리트레티노인과 트레티노인은 서로 기하이성질체 관계에 있는 물질"이라며 "9-시스레티노산과 올-트랜스 레티노산은 회전이 자유로운 단일 결합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물질은 RAR에 결합하는 공통된 성질을 지닌다"며 "알리트레티노인과 트레티노인의 약효를 나타내는 활성부분의 화학 구조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더구나 레티노산은 비타민 A의 대사체로서 인체 내에서 올-트랜스, 13-시스 또는 9-시스 레티노산의 이성질체로서 존재하고 각 이성질체가 서로 전환된다 "며 "9-시스레티노산의 경우 그 약효를 나타내는 활성부분의 구조는 결국 올-트랜스 레티노산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 출원인은 "알리톡과 베사노사이드는 다른 물질"이라며 특허법원에 항소했다. 

특허법원은 결국 "알리톡의 유효성분은 기존에 품목허가를 받은 유효성분들과 입체 구조가 달라 화학구조가 다르다"며 "9-시스레티노산은 트레티노인이 레티노이드 수용체 중 RXR에만 결합하는 것과 달리 RAR뿐 아니라 RXR에도 결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9-시스레티노산은 트레티노인이 갖지 못한 만성 손 습진 치료효과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치료효과의 차이는 위와 같은 작용 기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알리톡은 기허가 의약품들과 1) 상이한 만성 손 습진 치료효과를 갖는 동시에 2) '기존에 허가된 의약품들과 비교하여 같은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부분의 화학구조가 새로운 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하여 제조한 것으로서 3) 최초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으로 인정받았다. 

김용 과장이 제시한 또 다른 판례는 "페길화(pegylation, 폴리펩티드나 타 약제에 폴리에틸렌 글리콜을 붙이는 것)된 인터페론 사건"이다. 

특허청 심판원은 "페길화된 인터페론은 약제학적인 특성을 살리려고 결합한 것이기 때문에 플레그리딘펜주의 유효성분인 페그인터페론베타-1a와 아보넥스주의 인터페론베타-1a의 치료효과가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이 사건 의약품의 약효를 나타내는 활성 부분은 페그인터페론베타-1a로서 기허가 의약품의 유효성분인 인터페론베타-1a와 화학구조가 다르다"며 "페그인터페론베타-1a가 인터페론베타의 활성이 연장되는 효과 등을 가지는 것은 인터페론베타-1a를 유효성분으로 하는 기허가 의약품의 치료효과와 상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료효과의 차이는 인터페론베타-1a이 페길화로 인한 화학구조의 차이 때문이다"며 "치료효과의 차이, 그 차이가 인터페론베타-1a의 페길화에 기인하는 점, 통상의 기술자가  인터페론베타-1a의 페길화를 통해 쉽게 페그인터페론베타-1a를 개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허법원은 결국 "페그인터페론베타-1a는 기허가 의약품과 비교하여 상이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부분의 화학구조인 신물질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이 사건 의약품은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하여 제조한 것으로서 최초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라고 결론내렸다.

김용 과장은 "특허법원이 심판원의 결론을 뒤집었다. 결국 특허청의 상소로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며 "만약 대법원이 특허법원의 판단을 지지한다면 페길화 등에 대해 신물질 범위를 기존보다 유연하게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신물질이 곧 신약이었다"며 "그러다 특허법 시행령 7조가 들어오면서 유연해졌고 관련 판례가 쌓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존속기간 연장 출원인 입장에서 유리하다. 특허 존속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제네릭을 만든 입장에서는 불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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