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차동철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센터장은 '의사과학자'다. 연세대 시절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후 동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이비인후과 전문의다. 네이버 사내 병원에서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현실로 구현해온 의사이자 엔지니어다. 

차 센터장이 최근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가 주최한 '2023 춘계학술대회'에서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 키워드인 '디지털치료제'와 '의료 정보'에 대해 밝힌 소신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의 한계와 의료 정보 표준화 작업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곳 저곳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열풍이 불어닥친 요즘, 차 센터장의 목소리는 행사 당시 청중의 공감을 얻었다. 팜뉴스가 지난 보도에 이어 후속으로 전한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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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치료제 '정신과' 집중...ADHD 란셋에 실려 주목

'디지털 헬스케어'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Digital Therapeutics: 디지털 치료제'다. 기본적으로 정신과 쪽에 많이 집중됐다. 수술해야 하는 문제를 디지털 치료제로 대신할 수 없지만 마음이 아프면 디지털 치료제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법에 대한 보조 요법 또는 단독 요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하루 25분, 3개월 동안 게임하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좋아진다는 식이다. 마치 마법처럼 게임을 하면 증상이 나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이 진행돼서 2022년 란셋(The Lancet, 가장 저명한 의학 저널)에 논문이 나올 정도였다.

# 게임으로 치료하느니, 병원을 가는 게 낫지 않아?

굉장히 좋은 것 같지만 항상 의문은 남는다. "하루 25분 동안 3개월을 플레이하느니, 약을 먹으면 금방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다. 특히 게임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는 처방을 받고 게임을 하기 때문에 어차피 의사를 만나야 한다. 

의사를 만나야 한다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약을 먹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게임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는 그런 이슈에 대해 언제나 도전을 받는다. 1차 의료기관 접근성이 탁월한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투자 바람이 불었는데 다소 주춤한 이유도 본질적인 질문과 무관치 않다. 디지털 치료제는 여전히 유효한 옵션이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도전을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마치 '토스(toss)'처럼 어느 병원에서든 자신의 의무기록 '확보' 가능

미국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또 다른 키워드인 '상호 운용성'이 가능한 나라다. 예를 들어, 제가 코네티컷 주로 여행을 하다가 아파서 병원을 갔다면, 집 근처에서 주로 다녔던 캘리포니아 병원의 의무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미국 병원에서는 제 이름 '차동철'과 '전화번호'로 환자를 특정할 수 있다. '코네티컷 주에 사는 차동철이다'라고 말하고 전화번호를 불러주면 병원 데스크에서 '당신이 맞냐'고 물어본다. 

맞으면 투약, 처방 등의 모든 의료기록을 한꺼번에 가져오는 식이다. 마치 어디 은행에 예금 얼마가 있는지를 제공하는 국내 토스 서비스처럼 병원들이 환자 각종 의료정보를 데이터로 만들어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혈당, 혈압 등 질병은 물론 투약 기록을 전부 모아서 보여준다. 

기저질환 등 환자의 History가 많을수록 이런 시스템의 이점은 최대화된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병원을 방문해도 그곳 의사와 환자가 지금까지 자신이 진료받았던 병원의 의무 기록을 한꺼번에 참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국내 현실은 불가능, 개인정보법과 사용성 이슈 산적  

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 세브란스 병원, 아산병원, 삼성병원 어느 곳에서든 기록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면 그것이 '상호운용성'인데 개인정보법 이슈가 있어서 환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즉 여기 사는 차동철인지, 저기 사는 차동철인지 알 수가 없다. 미국처럼 상호운용성을 구현하려면 주민등록번호라는 키를 이용해야 하는데 개인정보법 위반 때문에 병원에서 직접적으로 쓰지 못한다. 환자가 누군지 알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의무 기록을 전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 의원에서도 상호운용성 구현이 어렵다. 단순히 주민등록번호 제공뿐아니라 핸드폰 인증해서 변환까지 마쳐야 하는데 일반적인 의원급 의료기관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는 상당히 힘들다. 환자 입장에서도 그런 병원은 찾지 않을 것 같다. 

정부도 '마이헬스웨이'란 서비스를 만들어 2021년 초반부터 이런 서비스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했는데 아직은 무리인 것 같다. 건강기록앱도 나왔는데 1년치 투약과 처방 내역을 모아서 보여주는 방식이지만 출시 이후로 손에 잡히는 성과가 체감되지 않는다. 

여전히 표류 중이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개인정보법의 한계와 사용성이 떨어지는 문제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는 특히 사용성이 중요하다. 사용성이 떨어지면 결국 호응을 받지 못하고 호응을 받지 못하면 진행이 되지 않는다. 일종의 규제보다는 사용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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