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제 허무맹랑한 관념의 단어가 아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 의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인식 기술이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자동으로 전자의무기록(EMR)에 저장 중이다. 

이는 차동철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이 최근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가 주최한 '2023 춘계학술대회'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차 소장은 AI 사례를 소개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이미 진료 현장의 탁월한 보조자 기능을 수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 소장은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 네이버가 직접 개발한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 사례도 선보였다. 의사를 만난 환자의 목소리가 EMR에 자동 입력된 과정을 시연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차 소장의 목소리를 통해 그 현장을 공개한다.

차 소장이 행사 현장에서 공개한 영상 내용
차 소장이 행사 현장에서 공개한 영상 내용

# 의사들의 '무한 싸이클', 대안은 'AI 헬스케어'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병원에 오면 예약하고 접수하고 진료받고 처방을 받는다. 일종의 무한 사이클인데 저는 각종 단계에서 의사들을 도와주거나 환자들과 의사와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소개하고 싶다. 

이는 AI가 환자의 목소리를 인식해서 기록을 하는 개념이다. 물론,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사가 판독실에서 소견을 입력하면 의무기록에 입력하는 시스템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기업 뉘앙스의 AI 기반 음성 인식 기술은 굉장히 놀라운 수준을 보여준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마이크가 놓여있는데 의사가 환자에게 '머리가 아파서 왔습니까"라고 질문하고 환자가 이야기하면, AI가 마이크를 통해 입력된 목소리를 통해 자동으로 EMR(전자의무기록)으로 전환해준다.

# 미국 센세이셔널, 업무 효율성 증대

정말 거짓말 같지만 뉘앙스 시연 프로그램을 올해도 봤고 지난해도 봤는데 어느 정도는 정확하다. 기존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묻고 직접 명령을 EMR에 입력해야 하는데 AI가 자동으로 뽑아서 EMR로 넘겨주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센세이셔널하다. 

미국 의사 기준으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 같다. AI 기반 음성 인식 서비스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쓰이고 비용 굉장히 비싸다고 들었다.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싼 곳에서 외래 환자 하루에 한 명을 더 봐야 비용 회수가 가능하다고 전해진다. 역산해보니 1년에 서비스 이용료가 1000만원이 넘어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은 개인이 자신의 의료 정보를 언제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무기록을 제대로 작성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의사들의 부담을 덜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도 줄이고 있다. 

예를 들면, 오후 6시까지 외래 진료 일정이 끝나는데 9시까지 3시간 동안 외래 기록을 작성해야 한다. 이런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 정도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의사들이 매우 잘 쓰고 있는 이유다. 

# 장점 다양, EMR 기록 돌아보기 가능

저 역시 네이버 헬스케어 연구소 산하 병원에서 해당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노력 중인데 장점이 상당하다. 

보통 병원에서 환자를 문진하면 종이에다가 끄적댄다. 다른 의사 또는 간호사가 이미 예진한 종이가 옆에 와도 이미 물어봤던 점을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다시 물어보기 힘든 경우도 있다.

하지만 AI 음성 인식 서비스를 사용한 결과 환자가 저를 만날 때 환자의 언어대로 말을 하면 EMR로 이미 연동돼서 로그 기록으로 나타난다. 

환자를 예진하는 즉시 EMR 저장된 상태로 보기 때문에 이미 물어본 부분을 다시 안 물어보지 않고  최종 수정하고 검사 추가로 하면 진료가 끝난다.  

더구나 환자의 목소리가 EMR로 전환됐기 때문에 AI가 추천 상병을 해주고 제안도 해준다. 어떤 때는 제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추천해줘서 '아... 이점도 물어봤어야 했는데'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국내 시장 구현 한계 있지만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물론 해당 서비스를 모든 케이스에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환자가 마이크를 통해 입력한 목소리를 요약해서 의무 기록으로 들어가는 작업에 생각 이상으로 여러 가지 기술이 들어간다. 

일단 AI가 제대로 받아 적어야 한다. 이상하게 받아 적으면 의미가 아예 틀어져서 이상한 기록이 생성된다.

그 다음 거대 영상 모델에다가 기록을 넣고 "어떤 식으로 포맷해서 요약을 해주세요"라는 명령이 수행가능한 모델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EMR에 바로 넣어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연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구현해보니, 한계를 넘어서 상용화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일단 윈도우 녹음기로 녹음을 했고 환자의 목소리를 분리해서 키워드를 뽑아 '있다' 또는 '없다'는 식으로 의무 기록을 만들도록 설계했다. 

왼쪽 화면은 제가 기록한 것이고 오른쪽은 통으로 녹음한 파일을 AI가 풀은 내용이다. 괄호 친 내용은 일단은 AI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근거를 출력도록 설계한 대목이다. 성능이 올라가면 괄호 내용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제가 진료를 볼 때 말만 하면 알아서 EMR에 기록된다. 의사 입장에서 처방만 하면 되는 것이다.

국내법을 검토해봐야겠지만 특별한 법적 이슈는 아직 없어 보인다. 국내 AI 기반 음성 인식 서비스 시장의 가능성이 무궁무궁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