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교수
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교수

[팜뉴스=이석훈 기자] 지난 컬럼에 이어 암의 병태생리에서 신경생물학적 또는 정신과학적 영향에 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우리의 면역 체계가 생성된 암세포를 제거하고 특이적으로 종양을 파괴하며 암 재발을 예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종양이 면역계에 의해 인식되고 종양의 발달이 면역감시체계를 통해 제어될 수 있다. 종양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들이 면역체계의 표적이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특이적 면역 반응으로 종양을 제어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종양의 악성 진행과정에 항종양 반응을 방해하는 면역 이상이나 약화가 나타난다. 물론 종양 세포 자체가 면역반응으로부터 피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면역기반 암 치료의 혁신적인 발전을 인정받아 James P. Allison과 Tasuku Honjo는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면역계의 조절에 신경계가 관여한다. 면역계는 신경계가 암 발병 및 진행을 조절하는 여러 기작 중 하나이다. 신경계가 암의 생장과정에서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는 많은 근거들이 신경생물학 연구를 통하여 입증되고 있다.

▶종양 관련 면역 반응에 대한 신경 조절

Slocum 등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염증성 질환 환자에서 강력한 면역억제 효과를 발휘하며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프로락틴과 성장 호르몬도 면역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들을 밝혔다.

즉, 뇌의 신경-내분비 조절을 통해 면역 세포의 활동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Robert Ader와 Nicholas Cohen이 뇌와 면역 기능을 연결하는 기작에 관한 연구결과로서 면역 반응 조건화를 발표하였고, 대부분의 면역 기관에 자율신경이 분포하고 자율신경이 골수에서 면역 세포의 성장과 방출을 조절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피부에서 감각 신경 자극으로 국소 면역 반응이 변경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신경계가 골수 내 면역 세포의 성장과 성숙을 조절하고 전신으로의 방출을 조절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면역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면역계에 대한 신경 조절 강도는 신경전달물질의 유형이나 분비량, 해당 수용체의 발현, 수용체 활성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때, 면역기능에 대한 신경 조절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와 면역계 사이의 양방향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신경신호 즉 신경전달물질이 면역 기능을 조절하고, 면역 세포에서 유리되는 사이토카인 등과 같은 생체 분자들이 신경계에 작용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alinichenko 등은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이 β-아드레날린 수용체 신호전달을 통해 세포독성 T 림프구 생성을 억제하며, NK 세포의 활성과 분포, 종양 및 기타 조직에서 골수 유래 억제 세포의 활성, 면역 억제 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규명하였다.

신경신호에 따라 면역기능이 활성화 또는 억제되고, 면역 활성의 변화가 종양의 성장과 증식을 조절할 수 있다. 암에 대한 신경면역학적 연구가 심리사회적 요인이 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적 설명을 제공하지만, 그 기작은 수학 공식처럼 명쾌하지 않고 매우 복잡하다.
 

그림. 암의 생장과 사멸에 있어서 암세포/면역체계–신경 간 상호작용 
그림. 암의 생장과 사멸에 있어서 암세포/면역체계–신경 간 상호작용 

▶신경과 암세포간의 신호 전달 

각 기관이나 조직에 자리잡은 말초신경은 기관과 조직의 발달과 항상성 조절, 손상의 복구, 재생, 질병과정의 반응에 참여한다. 암 조직에 분포하는 말초 신경은 암의 시작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자현미경과 면역조직화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Seifert와 Spitznas는 모양체 상피의 색소 선종과 비색소 선종에서 신경의 분포를 확인하였고, 방광 종양에서 단백질 유전자 산물-9.5와 혈관활성 장신경펩티드에 대해 면역 반응을 나타내는 신경 유사 구조를 확인하였다.

Palm과 Entschladen은 종양 세포가 자신의 신경분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가설 즉, "신신경발생(neoneurogenesis)"설을 주장하였고, 말초 신경과 종양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신경-종양 시냅스"를 제시하였다. 신경분포의 밀도/신경의 크기와 종양의 공격성 간의 상관성을 설명하였다.

Kamiya 등은 유전학 기술과 전기생리학 기법으로 교감 또는 부교감 신경을 선택적으로 조작(자극)하여 쥐에서 화학적으로 유도된 유방 종양의 성장과 진행이 교감신경의 자극으로 촉진되며 부교감신경의 자극으로 반대 효과가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2020년 McCallum 등은 쥐의 유방 종양에서 기록된 만성 신경 활동을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후속 연구에서, 암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할 목적으로 아드레날린 신호를 활용하기 위해 암세포가 새로운 교감 신경을 종양 조직으로 유도하고 기존의 감각 신경 표현형을 아드레날린성으로 전환•분화하는 조작까지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세포 자체가 신경돌기 유사 돌출부와 같은 신경돌기와 유사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고, 이러한 돌출부가 신경조직의 시납스처럼 신경과 암세포 사이의 시냅스 유사 구조물을 형성하여 신호전달을 강화한다.

수용체 효능제와 길항제의 적용 시험으로 아세틸콜린과 노르에피네프린, 신경펩티드-Y, GABA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들이 암세포의 생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종양 조직에 신경 분포는 여러 암 유형에서 종양 미세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 감각 신경을 포함한 말초 신경이 종양 세포와 다른 주변 세포들과 상호 작용하여 종양의 생장과 사멸을 조절한다. 종양세포가 종양 조직 내 신경 분포와 간섭을 유도하고 그 신경이 종양의 생장을 조절하는 원리가 암의 기본 속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경의 간섭은 암조직 주위 혈관 신생에도 관여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와 같은 혈관 신생 촉진인자의 발현을 증가시켜서 고형 내피세포암의 생장을 촉진함이 확인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이러한 이벤트들이 일반적 현상인지? 암 생장 조절을 특정하는 유형의 신경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들이 암세포-신경 간 소통을 결정하는지? 등에 대한 답은 충분하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암 질환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신경 조절 효과를 설명하는 연구들이 확대되어 왔고, 그 근거들에 기초하면 전기적 신호 전달기관인 신경이 복합적 경로로 암의 생성과 성장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기적 신호로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전자약이며, 전기적 신호 자극(신호전달의 변화)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암의 생장에 관여하는 면역계와 혈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전자약은 종양의 발생과 진행, 전이를 복합적으로 억지할 뿐만 아니라 특이적 자극으로 약물 치료 과정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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