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올해는 약의 개념을 뒤바꾼 '혁신신약'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1년이었다. 특히, 단 한 번 투여로 병의 근본적 원인을 고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가 연달아 등장했다. 

28일 팜뉴스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올해 국내 제약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던 유전자치료제 등장을 다시 한번 돌이켜봤다. 이를 통해 새해에 우리가 마주쳐야 할 현실을 떠올렸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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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3월과 5월 한국노바티스의 세포유전자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를 각각 허가했다. 킴리아는 개인 맞춤형 항암제이며 졸겐스마는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대체해 원천적으로 희귀질환을 치료한다.

# 꿈의 항암제 '킴리아'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CAR-T 치료제 킴리아가 국내에서 첫 베일을 벗었다. 킴리아는 등장과 함께 꿈의 항암제라 불리며 주목받았다.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를 사용하는 개인맞춤형 치료제로 단 1회 투여만으로 치료가 끝날 수 있어 '원샷(One-shot)' CAR-T 치료제로도 부른다.

킴리아를 '꿈의 항암제'로 만든 부분은 최대 5억원에 달하는 약가다. 노바티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환자 1인당  킴리아를 투여하는 비용은 약 45만달러(약 5억 805만원)다. 5억원에 달하는 약가는 국내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다만, 킴리아에서 주목할 점은 "1회 투약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과연 킴리아는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식약처는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 성인 환자 치료 ▲25세 이하 소아, 젊은 성인 환자에서 이식 후 재발 또는 2차 재발 및 이후의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이하 ALL) 치료제로 킴리아 사용을 허가했다.

실상 킴리아가 꿈의 항암제라 불리는 이유가 식약처 허가 적응증에 있다. DLBCL과 ALL은 말기혈액암 환자에서 대체 치료제가 없다. 그러나 킴리아는 완전 관해와 지속 반응을 보인다. 

특히, 악성림프종 환자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올리 수 있는 치료제다.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한 환자가 CAR-T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4.4개월, 이식 후 1년 내 재발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킴리아 투여 없이는 단 몇 개월 만에 생존율 0%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킴리아 투여 시 생존율을 60%(허가 임상 줄리엣 기준)까지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악성림프종 환자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국내 첫 CAR-T 치료센터가 있는 삼성서울병원 김원석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혈액암 중 제일 유명한 게 백혈병이지만 실제로는 악성림프종으로 우리나라에서 매년 6000명 가량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 제일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DLBCL)이 악성림프종 40%인 2500명 정도로 가장 많다"고 말했다.

# 최초이자 유일한 SMA 유전자 대체 치료제 '졸겐스마'

지난 5월 28일 졸겐스마가 국내 허가를 받자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장 채종희 교수는 "평생 1회 투여 만으로 SMA 근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대체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것은 희귀질환 치료에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졸겐스마는 단 1번 투여로 SMA 질환 원인인 결함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다. 킴리아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진정한 '원샷(One shot) 치료제'가 졸겐스마다.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고 할 수 있다.

SMA라는 희귀질환은 중추신경계 내 운동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신체 모든 근육이 약해지는 치명적인 병이다. 안타까운 점은 신생아 약 1만 명에서 1명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SMA 제 1형은 90%가 2살 이전에 죽는다. 사회가 지켜야 할 어린 아이가 제대로 인지 능력을 갖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국내에는 약 200명의 SMA 환자가 있다. 다만, 현재로선 SMA를 쓸 수 있는 환자는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졸겐스마를 투여하면 생존은 물론 정상 활동까지 기대할 수 있다.

# 2022년에 남겨진 숙제 '급여' 

유전자치료제 기반의 혁신신약은 '고가 약' 급여화라는 숙제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하면 목숨을 살릴 수 있다. 그 비용은 수 억원에 달한다. 우리 사회 공동체가 이 비용을 감당할 것인지, 아니면 개개인 또는 가족 단위에게 부담을 지울 것인지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킴리아 국내 허가 이후 4명의 환자가 비급여 치료를 받았다. 이 때 말기 백혈병·림프종 환자는 약 200명이었다. 일부 환자는 치료 비용을 감당 못해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다행인 점은 지난 10월 13일 킴리아가 건강보험 등재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 7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이다. 본격적인 급여 등재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반해 졸겐스마는 실질적인 급여 논의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졸겐스마 약가가 20억원에 달하지만 실상 다른 SMA 치료제와 비교해 오히려 저비용에 속한다. 단 1회 투여로 치료가 끝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일본과 유럽 등 선진 국가에선 졸겐스마에 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제 21대 복지위 건보공단·심평원 국정감사에서는 고가 약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국회는 "유전자치료제의 혁신적 치료 효과를 인정하고 높은 약가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건보공단과 심평원을 압박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근육병 아기들이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은 국감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해당 청원인은 SMA를 앓는 12개월 여아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피끓는 호소를 담아 "현재 (아이가) 목을 가누지 못하고 앉아 있을수도 없어 누워 생활하고 있다. 119를 부르는 건 일상이 됐다. 호흡이 불안정해 호흡기를 착용 중이며 근처 병원에선 희귀병을 앓는단 이유만으로 받아주지 않는다"고 애타는 심정을 밝혔다.

그녀는 "산 날보다 살 날이 많은 우리 아이들이 고통 속에서 제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드디어 국내에도 졸겐스마라는 완치에 가까운 치료제가 들어왔다"며 "졸겐스마는 평생 단 1회 투여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앉지도 못하던 아기가 서고 걷는 효과를 보여 정상 생활을 기대할 정도로 약효가 뛰어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비용만 25억원에 달하는 산을 넘어야 한다"며 급여 등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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