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위암 환자 생존기간을 1달씩이라도 늘려 갈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라선영 연세암병원 교수가 위암 1차 치료 적응증 확대에 성공한 옵디보(니볼루맙)를 놓고 한 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위암 치료제는 지난 10년간 12개월 이상 생존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새 제품이 전무했다. 해외에서 위암 발병이 많지 않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들이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탓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옵디보는 2010년 한국로슈 HER-2 표적치료제 허셉틴(트라스트주맙)이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된 이후 10년 만에 나타난 치료제다. 그것도 면역항암제다. 환자의 생명을 단 1달이라도 늘릴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의미를 넘어섰다. 더 많은 면역항암제가 위암 치료에 쓰일지 모를 일이다.

옵디보가 생존기간 1달을 늘렸다면 또 다른 면역항암제가 1달을 더 늘릴 수 있다. 새 치료제가 많아질수록 환자의 생명도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22일 옵디보 1차 치료 적응증 확대를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라 교수는 "위암은 2018년 기준 국내 발생 암 환자의 12%를 차지하는 1위 암종이지만 10년간 1차 치료제 허가가 없었다. 위암 치료 행태에 큰 전환점을 제시했다"고 허가 이상의 가치를 강조했다.

▶옵디보, 9개 암종 15개 적응증 획득한 '면역항암제'

지난 6월 옵디보는 면역항암제 처음으로 화학요법과 병용으로 진행성·전이성 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2020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약 100만명의 신규 위암 환자(5위)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77만명(3위)이었다. 발생률 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치명적인 암이 위암이다. 그런 위암이 국내 발병 암종 1위다. 2018년 국내 신규 암 환자 24만3837명 중 2만9297건(약 12%)이 위암이었다. 재발 등 유병자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암 유병자 200만명 중 30만명(약 15%)이 위암 환자다.

매년 3만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하고 위암을 가진 전체 환자는 30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위암은 병기에 따라 치료와 예후가 다르다는 점이다. 위암 1~3기는 완치가 가능하고 5년 생존율이 60~70%에 달한다. 진단 기술 발전으로 조기 위암도 60~70%에 이른다. 나머지 30~40% 환자가 4기다. 4기는 수술을 할 수 없어 약물로만 치료 가능하며 생존을 연장하는 수준이다. 5년 생존율은 10%에 그친다.

라 교수는 "4기 위암은 완치가 안 되기에 생존기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아직도 독성항암제가 기본이며 내성이 생기면 2·3차 약을 쓰는 '시퀀설 트리트먼트(Sezuential treatment)가  치료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현재까지도 독성항암제가 위암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말해 새롭게 개발된 표적·면역항암제가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분야였다는 의미기도 하다.

▶첫 면역항암제 1차 치료 진입 의미

독성항암제를 이용한 전이성·진행성 위암 1차 치료는 아날로그(S-FU analogue)와 플래티넘(Platinum) 병용요법이 표준이다. 아날로그에는 5-FU(플루오로우라실)·젤로다(Capecitabine)·S1(TS-1)을, 항암화학요법인 플래티넘 중 시스플라틴(Cisplatin),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을 각각 병용해 쓴다. 병용 효과는 약제마다 비슷하며 환자 상태와 부작용 등을 고려해서 사용한다.

해당 치료법은 12개월 미만 전체생존율(OS)를 보인다. 지난 10년이 넘도록 이 데이터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는 표적·면역항암제 개발이 활발한 폐암과 비교해 두드러진다. 처음 전이성 폐암과 위암을 표적·면역항암제로 투여 시 중앙생존값은 6개월로 같았다. 하지만 폐암의 현재 중앙생존값은 평균 3년이며 4기 폐암 환자 중에 5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HER-2 양성 환자를 타깃으로 한 허셉틴(Herceptin)은 화학요법만 쓴  위암 환자의 OS를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렸지만 HER-2 양성 환자는 전체 위암 환자의 10%로 적다. 이 외에 여러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임상 연구가 진행됐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라 교수는 "폐암 환자는 70% 정도가 표적 또는 면역항암제 사용이 가능하지만 위암은 약 20%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는 허셉틴을, 음성 환자에는 젤루다나 폴폭스, S1 같은 항암제를 사용했지만 12개월 미만 생존율을 보였고 그 이후 치료는 대안이 없었다.

무엇보다 위암 1차 치료는 전체 생존기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라 교수는 "1차 치료를 좋은 방향으로 잡으면 2·3차 치료를 오래 갈 수 있고 약 반응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첫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1차 치료에서 약이 잘 안 들을 경우 나쁜 종양이 자라게 된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국내 위암 환자 90%가 진단을 받고 1차 치료를 받지만 이중 30%는 2차 치료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다. 1차 치료 환자 60%만 2차 항암이 가능하고 다시 내성 등 문제가 생겨 3차 항암을 할 경우 30%는 상태 악화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라 교수는 "1차 치료를 얼마나 좋은 약을 선정하냐가 전체 생존기간에 중요하다. 글로벌 연구를 보면 아직도 위암 생존기간이 1년 전후"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3차 치료제로 쓰던 옵디보가 1차 치료로 진입했다. 위암 환자의 OS, PFS를 단 1개월이라도 연장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옵디보는 위암 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의 첫 시작이다. 더 많은 면역항암제 진입 가능성을 연 것이다.

▶옵디보 활용한 위암 치료, 그 효과는?

암세포는 면역체계인 T세포가 종양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회피하는 능력이 있다. 면역회피 물질인 PD-1, PD-L1, CTLA-4 같은 면역관문 단백질을 이용해 T세포 감지 기능인 면역관문(체크포인트)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는 T세포가 종양을 정상 세포로 인식하게 한다.

옵디보 같은 면역관문억제제가 암세포의 PD-L1 면역관문을 막아버림으로써 회피 기능을 방해하고 T세포 면역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 병용은 종양억제 면역반응을 더욱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먼저 종양 세포 크기를 줄이는데 유효하다. 

라 교수는 "처음부터 큰 면역세포를 죽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큰 덩어리를 줄이면 암세포에서 항원이 나오고 T세포 공격력이 더 활성활 될 수 있다"고 했다. 나 교수는 "세포 주변의 면역이 활성화 되는 것이고 암세포가 면역시스템을 속이던 것도 항암제를 쓰면서 면역체계가 바뀌어 면역시스템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옵디보는 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리고 사망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HER-2 음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체크메이트-649(Checkmate-649) 글로벌 3상 임상을 통해 옵디보는 효과를 입증했다. 해당 임상에는 많은 아시안인이 참여했고 인종별 위암 환자 특성을 고려했다.

아시안 위암 환자 특성은 위 자체에 있는 암이 많고, 식도 접합부 암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임상 참여 환자 70%가 위 자체에 있는 암이었고 18%만 식도 접합부 위암 환자였다. 

임상은 2020년까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먼저 화학요법 단독 OS는 11.6개월로 10년 전 데이터와 비슷했다. 하지만 옵디보를 화학요법과 병용한 결과 13.8개월로 나타났다. 사망위험도 27% 줄었다.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이 모든 환자군에서 일관된 생존율 개선을 보였다.

아울러 PD-L1 복합양성점수(Combined positive score, CPS) 5점 이상과 1점 이상 환자 모두 유의한 OS 연장 혜택을 보였다. 사망위험률도 각각 29%, 23% 감소시켰다. 이 결과는 상대적으로 PD-L1 발현이 많은 CPS 5점 이상 환자나 그렇지 않은 1점 환자에게도 옵디보 병용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CPS 5점 이상에서 화학요법 단독 투여 시 OS는 12개월이며 옵디보 사용 시 14.4개월, CPS 1점 이상 환자는 화학요법 단독 OS 11개월, 옵디보는 14개월로 생존기간 연장을 확인했다.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은 무진행생존기간(PFS)도 7.7개월로 기존 화학요법 단독 투여의 6.9개월 대비 연장 효과가 있었고 이는 모든 하위그룹에서도 동일했다.

옵디보-화학요법 병용 전체반응률(ORR)은 58%로 완전관해(CR)는 10%에 도달했다. 반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지속반응기간(DOR)도 늘어났다. 이에 반해 새로운 부작용은 없었다. 

옵디보-항암화학요법은 진행성 HER-2 음성 환자 1차 치료에서 OS, PFS를 개선했고 CPS 발현 수치에 관계없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과 효과를 나타냈다. 아울러 모든 하위그룹에서 생존기간 연장 혜택을 보였다.

라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은 항암치료를 계속하면 떨어지게 되는데 옵디보를 투여하면서 삶의 질이 악화하는 지표도 천천히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위암 1차 치료제 개발 왜 어려웠나

지난 10년 간 새로 승인된 위암 1차 치료제는 전무했다.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는 3차 치료에만 한정돼 있었다.

위암 치료제 개발 자체도 쉽지 않다는 점도 있었지만 미국이나 유럽 같이 신약 개발이 활발한 제약선진국에서는 위암 발생 빈도가 낮아 시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치료제 개발 관심이 낮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10년간 단 2개의 위암 치료제가 허가됐다.

2010년 3월 한국로슈 '허셉틴(트라스트주맙)' 표적치료제 중 처음으로 전이성 위암 1차치료제로 허가됐다. HER2 유전자를 타깃으로 했다. 국내 진행성 위암 환자 90%가 HER-2 음성이다. 허셉틴 사용 가능한 위암 환자는 10%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 다음 치료제는 5년이 지나서 나왔다. 

2015년 4월 한국릴리의 '사이람자(라무시루맙)'이다. 사이람자는 위암 2차 표적치료제로 허가됐다. 플루오로피리미딘 및 백금을 포함한 항암화학요법 도중, 또는 그 이후 질병이 진행된 진행성·전이성 위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에서 단독요법이나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이었다. 

사이람자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VEGFR-2)로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혈관 생성 관련 신호전달을 표적한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난 2018년 3월 옵디보가 면역항암제 중 처음으로 위암 치료(3차)에 사용을 허가받았다. 지난 10년 간 위암 치료에 사용 가능한 표적·면역항암제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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