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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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우정민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무스형 자외선차단제를 겨냥해 규제의 고삐를 죄었다. 다섯 개 업체가 경고 서한을 받았으며, 이번 조치는 미국 시장뿐 아니라 해외 직구를 통해 유입되던 한국산 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슈퍼굽(Supergoop!)의 ‘PLAY SPF 50 BODY MOUSSE’, 베케이션(Vacation Inc.)의 ‘Classic WHIP BROAD SPECTRUM SPF 30 SUNSCREEN MOUSSE’, ‘Classic WHIP GLOW BROAD SPECTRUM SPF 30 SHIMMER SUNSCREEN MOUSSE’ 등이 대표적으로 지목됐다. 이들 제품은 피부암 예방과 선번 차단을 내세우며 의약품(drug)으로 분류되지만, 필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미승인 의약품으로 판단됐다. OTC(Over-the-Counter, 일반의약품) 자외선차단제 모노그래프 M020은 어떤 제형과 성분이 별도 승인 없이 판매될 수 있는지를 규정한 문서다. 여기에는 오일, 로션, 크림, 젤, 버터, 페이스트, 연고, 스틱, 스프레이, 파우더만 포함된다. 무스와 휩 제형은 제외돼 ‘폼(foam)’ 범주로 분류되며, ‘misbranded 의약품’, 즉 ‘잘못 표시된 의약품’으로 간주된다.

FDA는 포장 디자인도 문제 삼았다. 베케이션의 ‘Classic Whip Sunscreens’는 휘핑크림과 유사한 금속 용기를 사용하고 별 모양 거품을 분사하는 구조여서 소비자가 식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후 즐거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문구가 사용됐고, 휘핑크림 제조사와 협업해 제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FDA는 이러한 포장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체들은 15영업일 안에 시정 계획을 제출하거나 제품 합법성을 입증해야 한다. 슈퍼굽은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며 라벨링 개선에 협력하겠다고 했고, 베케이션도 규제 준수 의지를 표명했다. Kalani Sunwear, Botao Baby, Tizo Skin도 같은 이유로 경고를 받았으며 일부는 이미 판매를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무스형 선크림의 인기가 SNS와 온라인을 통해 커지면서 FDA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제형 규제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규제 강화는 해외 직구 시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8월 29일부터 국제 우편 소액 면세를 폐지해 800달러 이하 물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한국산 선크림에도 품목당 80달러의 관세가 매겨졌다. 이는 쉬인(Shein), 테무(Temu) 등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무관세 판매를 차단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여기에 FDA는 ‘Nationalized Entry Review(NER)’ 프로그램을 도입해 고위험 수입품을 전국 단위로 심사하고 있으며, 소액 직구 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일부 한국산 선크림은 통관 지연이나 추가 검열 사례가 보고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산 선크림의 발림성과 효과가 높아 소비자들이 “미국 제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평가했다며, 관세 부과 전 ‘사재기 열풍’까지 일어났다고 전했다. 레딧(Reddit)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량 구매 조언이 공유되며 불안 심리가 확산됐다. 이번 사태는 한국 화장품 기업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제형, 포장, 라벨링, 통관 절차까지 전 과정에서 규제 준수를 충족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은 닫혀 있다는 경고다. 안전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미국 진출은 한층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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